원유·나프타·플라스틱 연쇄 공급난…"대체 물량 조달 시급"

석화 업계 "수출 최소화, 내수에 물량 집중"…사업재편 영향도 우려

디지털경제입력 :2026/03/19 13:28    수정: 2026/03/19 14:11

이달 초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우리나라 원유 수요량의 70% 가량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자, 원유와 석유화학 산업 주요 원료인 나프타, 나프타를 통해 생산되는 플라스틱까지 연쇄 공급난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관련 업계는 원료 조달 및 생산량을 최대한 사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정부 차원의 대체 물량 확보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19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최로 열린 ‘유가 급등에 따른 플라스틱 수요 중소기업 대책 마련을 위한 석유화학 업계 간담회’에서는 이같은 의견들이 나타났다.

19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최로 ‘유가 급등에 따른 플라스틱 수요 중소기업 대책 마련을 위한 석유화학 업계 간담회’가 개최됐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이 급감하면서 국제 유가 가격이 급등했고,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도 전월 대비 50% 이상 가격이 급등했다. 석유화학 업계가 나프타를 토대로 생산하는 에틸렌의 수익성도 급감한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에틸렌 가격에서 나프타 가격을 뺀 에틸렌 스프레드는 최근 100달러 이하로 하락했다. 이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

석유화학 업계로부터 원료를 조달받는 플라스틱 업계도 연쇄적으로 원가 급등 영향을 받고 있다.

채정묵 한국프라스틱공업협회장은 “생산 원가 중 합성수지 비중이 약 83%인데, 미국-이란 전쟁 이후 석유화학 기업으로부터 3월분에 대해 톤당 가격 20만원 인상, 공급 물량 조정 통보를 받은 데 이어 추가 가격 인상 및 공급 중단 가능성도 통보받았다”며 “피 마르는 심정으로 석화 기업의 처분만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플라스틱 업계 타격 최소화를 위해선 공급 안정화 및 원자재 가격과 판매 가격 연동제를 통한 가격 급등 방지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석유화학 업계로선 정부로부터 공급량 감축을 요구받던 최근과 정반대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최근 수 년간 해외 공급 과잉 여파로 줄도산 가능성이 제기되자, 정부는 사실상 구조조정 성격의 업계 사업재편을 유도해왔다. 이에 맞춰 주요 기업들도 출혈을 동반한 사업재편 세부 계획을 조율해오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전쟁 이후 내수 타격 최소화를 위해선 업계 생산량 사수가 시급해졌다.

업계는 우선 내수 공급량을 최대한 늘리는 등 국내 산업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는 입장이다.

왼쪽부터 배용재 여천NCC 전무, 김영번 롯데케미칼 상무, 김동욱 한화솔루션 상무, 정종은 LG화학 상무 (사진=지디넷코리아)

김동욱 한화솔루션 상무는 “전쟁 발생 전 업황이 워낙 좋지 않아 업계 재고가 적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렇다 보니 나프타 공급 부족 문제가 단시간에 터진 것”이라며 “중소기업과 상생하기 위해 나프타 가격이 비싸더라도 구매하고, 공장을 가동해 제품을 공급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번 롯데케미칼 상무는 “합성수지의 경우 수출 물량을 최소화하고, 국내 공급량을 기존 45% 수준에서 90%까지 늘리고 있다”며 “판가가 좋지 않지만 국내 생태계를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

김 상무는 “저희는 에틸렌 생산 설비가 상당히 많은 편으로, 공급 과잉 흐름에 사업 영향을 많이 받아 정부와 협력해 사업재편도 1호로 준비하고 있다”며 “정부가 대응책 마련 과정에서 석화업계 사업재편 영향도 고려해 여러 방안을 논의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배용재 여천NCC 전무는 “나프타 대체 물량이 충분치 못해 공장 가동률을 최저로 유지할 수밖에 없고, 가격도 2배로 올라 있다”며 “가동률 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내수 플라스틱 제조사에 공급량 전량을 매칭해 판매하고 있지만 공급 부족이 4, 5월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 전무는 “정부에서 노력을 많이 하고 있지만, 나프타 공급량이 해결돼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며 “업스트림 업체들이 국내 업체들을 위해 손익을 제쳐두고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차후 어떻게 다룰 것인지 고민해주셔야 전체 밸류체인 상에서 합리적 해결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은 LG화학 상무도 “국내에 제품을 최우선적으로 공급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면서도 “근본적으로 중동 사태가 종료되지 않으면 나프타가 생산되지 않고, 전쟁 이전 수준으로 공급망이 회복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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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상무는 “원유나 LNG는 전략 물자로 인식돼 정부가 대규모 투자로 저장 탱크를 확충하고 있지만, 나프타는 그렇지 못했는데 정부 차원의 공급망 투자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주 중 나프타를 ‘경제안보품목’으로 지정하고, 공급망 안정화 대책을 모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