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시대 데이터센터, 기술 혁신과 ESG 사이 균형점 찾아야

허철회 STT GDC코리아 대표

전문가 칼럼입력 :2025/12/24 13:57    수정: 2025/12/24 14:34

허철회 STT GDC코리아 대표

생성형 인공지능(AI)의 급격한 확산은 데이터센터를 단순한 디지털 저장 공간이 아닌 국가 경제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 인프라로 변화시키고 있다. 

현재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연산은 과거보다 훨씬 높은 전력과 냉각 성능을 요구하며, 일부 데이터센터는 도시 한곳 전력 소비량에 가까운 규모를 필요로 한다. 이런 상황에서 데이터센터는 에너지와 환경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되는 산업으로 자리 잡았고, 앞으로의 성장은 물리적 확장을 넘어 지속가능성과 기술 혁신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는 국가 탄소 감축 목표와 맞닿았고,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사용과 탄소중립 이행을 공급망 관리의 핵심 원칙으로 삼고 있다. ESG는 단순 규제 준수나 이미지 관리 차원을 넘어 투자사들이 기업을 평가하는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투자사들은 ESG를 리스크 관리와 장기 성장 가능성 판단의 필수 요소로 보고 있으며, ESG 실행력이 기업의 자본 조달 비용과 기업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국 데이터센터의 지속가능성 역량은 고객과의 파트너십뿐 아니라 투자 유치 경쟁력까지 좌우하는 기본 자격이 됐다.

허철회 STT GDC코리아 대표. (사진=STT GDC)

데이터센터 투자와 관련된 글로벌 금융·투자 시장에서도 ESG 영향력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ESG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금리가 달라지는 지속가능성 연계 금융(Sustainability-Linked Financing)이 확산하고 있으며, 이는 투자사들이 ESG를 실질적 가치로 평가하고 있다는 증거다. ESG를 충실히 이행하는 기업과 투자하는 기업 모두 금융 혜택을 받는 구조가 자리 잡았고, 이는 데이터센터 산업에도 적용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ESG 기반 금융 인센티브를 도입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STT GDC는 이런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 ESG 전략을 재무 구조에 연결한 선도적 사례를 만들었다. 2024년 발행한 지속가능성 연계 영구채(SLP)는 ESG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금리가 달라지는 구조로 설계됐다. 당초 3억 싱가포르 달러에서 5억 달러로 확대된 것은 시장의 ESG 수요를 보여준다. 이는 ESG가 더 이상 선언적 가치에 머무르지 않고 투자사 신뢰와 기업 가치, 금융 경쟁력에 직결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ESG는 선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실제 운영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성과가 나타나야 한다.

STT GDC 그룹은 아시아 최초로 2030년까지 탄소중립 운영 달성을 선언했으며, 지난해 발표한 ESG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에서 탄소집약도 개선,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에너지 효율 향상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고효율 냉각 기술, AI 기반 에너지 최적화, 고밀도 설계 등 기술 혁신을 통해 지속가능성과 성능을 동시에 강화해 왔다. 예를 들어 전력사용효율(PUE) 최적화와 실시간 에너지 소비량을 AI로 분석·제어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는 ESG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대표 사례다. 이런 기술적 혁신은 ESG를 실행 가능한 전략으로 전환하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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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앞으로 산업 전반 구조를 바꿀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 기반이 되는 데이터센터는 기술적 안정성과 환경적 책임을 동시에 요구받는다. 각국 정부가 데이터센터를 전략 인프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도 이런 변화의 연장선이다. 기술 고도화와 환경 책임이 균형을 이룰 때 데이터센터는 국가 디지털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AI 인프라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지금, 한국 데이터센터 산업은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앞으로의 성장은 물리적 규모 확장을 넘어 에너지 효율과 환경 책임, 기술 혁신을 균형 있게 고려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런 토대가 탄탄하게 마련된다면 한국은 글로벌 디지털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AI 인프라 생태계를 선도하는 국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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