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연기가 지구 기후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과학전문매체 라이브사이언스가 최근 보도했다. 해당 연구는 지난 10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산불이 경관을 해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체적인 기상 현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은 알려져 왔다.
대표적인 것이 대형 산불로 인해 형성되는 ‘적란운형 뇌우(pyrocumulonimbus thunderstorm)’이다. 적란운형 뇌우는 연기를 대기 중 최대 16㎞ 높이까지 끌어올리고, 이렇게 높은 고도까지 도달한 연기가 수주~수개월 동안 대기 중에 머무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시료를 직접 채취하기가 어려워 이런 연기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하버드대학 존 A. 폴슨 응용과학대학원(SEAS)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에서 지표면에서 약 14.5㎞ 상공의 대류권 상층부에서 발생 후 5일이 지난 산불 연기를 직접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기존 기후 모델에 반영되지 않은 상대적으로 큰 연기 입자를 발견했으며, 이 입자들이 실제로 대기를 냉각시키는 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신선한 산불 연기를 직접 관측하기 위해 연구진은 2022년 6월 뉴멕시코에서 발생한 산불 이후 5일 만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 ER-2 고고도 항공기를 직접 화재 연기 기둥 속으로 진입시켰다. 항공기에 탑재된 관측 장비는 입자의 크기, 농도 및 화학적 조성을 정밀하게 분석했다.
연구진은 연기 구름 내부에서 약 500나노미터(nm) 크기의 에어로졸 입자를 검출했다. 이는 저고도에서 관측되는 일반적인 산불 에어로졸보다 크기가 약 2배 큰 규모다. 연구팀은 이런 크기가 효율적인 응집 작용 때문에 형성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의 주저자 야오웨이 리는 "입자는 대기 중 어디서나 응집될 수 있지만, 특정 지역에서는 공기가 매우 느리게 섞인다. 이로 인해 산불 연기 입자가 밀집된 상태를 유지하며 더 자주 충돌하고 그 결과 응집 효율이 훨씬 높아진다"고 밝혔다.
이렇게 형성된 대형 에어로졸 입자는 햇빛을 흡수하거나 우주 공간으로 반사해 지구 표면에 도달하는 복사 에너지의 양을 변화시킨다. 연구 결과, 크기가 큰 입자는 저고도 입자에 비해 외부로 방출되는 복사 에너지를 30~36%까지 증가시켰으며, 이는 기존 기후 모델이 반영하지 못했던 측정 가능한 냉각 효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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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고고도 산불 연기가 날씨와 기후 전반에 미치는 추가적인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 공동 저자이자 프로젝트 과학자 존 다이케마는 응집된 대형 연기 입자들이 국지적인 가열을 통해 대기 순환에 영향을 미치고, 제트기류의 위치를 이동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현재로서는 어떤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지 단정할 만큼 충분한 정보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