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조만간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IT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 조직에도 큰 변화가 생길 지 주목된다. 김윤구 현대오토에버 대표 취임 후 2년여 동안 외부에서 임원을 대거 영입하며 조직 개혁에 나선 후 실적 호조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이번 인사는 '안정 속 혁신'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관측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이르면 이번 주 말, 늦어도 다음 주 초께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최고경영자(CEO) 전면 교체 등 파격 인사 때는 인사 시기를 앞당겼으나, 올해는 예년처럼 12월 초~중순에 진행될 것이란 점에서 굵직한 인사는 크게 없을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현대차그룹의 사장단 인사는 미래 기술 관련 차세대 리더를 발탁하는 '핀셋 인사'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특히 그룹 차원에서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 영역과 관련해 그간 기술 인재 영입이 활발했던 만큼, 이번 인사에선 기술 영역에서 대규모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올해도 임원 인사를 기점으로 소프트웨어(SW), AI 등과 관련한 인재 영입을 활발하게 펼칠 것으로 보인다"며 "내부에서도 소프트웨어 개발자, AI 전문가, 빅데이터 분석가, 로봇 엔지니어 등 미래차 핵심 인재를 발탁해 승진시키는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이 그간 'SW 역량 분산' 문제를 지적 받아왔던 만큼 전체적인 조직 방향을 한 곳에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이번 인사와 조직 개편을 통해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SW·AI 개발 역량이 현대모비스, 현대오토에버, 포티투닷, 보스턴다이내믹스 등으로 분산돼 있어 시장에선 성장 한계에 놓였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최태용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AI·SW 개발 역량이 흩어져 있는 구조적 문제를 갖고 있다"며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현대모비스를 실질적 지주사로 전환해 소프트웨어 역량을 통합하면 저평가 해소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내년 상반기 지배구조 개편과 사업 모멘텀을 주목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송창현 현대차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장(사장) 겸 그룹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 포티투닷(42dot) 대표가 지난 3일 사임했다는 점에서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 지도 관심사다. 현대차그룹은 자회사인 포티투닷에 6년간 2조원 가까이 쏟아부었지만, 지난해 매출은 절반 가량 줄고 영업적자는 2배 이상 불어나는 불명예를 얻었다. 자율주행 시스템과 서비스,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아키텍처 개발에 공을 들였지만, 좀처럼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이곳은 그간 AI 기술 개발과 인프라 확충에 조달한 자금을 투입했다.
일각에선 포티투닷의 계속된 저조한 실적으로 그룹에서 리더십 교체라는 칼을 빼들었다고 봤다. 송 사장의 후임을 아직 내정하지 않았지만, 이번 사장단 인사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어떤 이를 이 자리에 세울 지에 따라 SW·기술 조직의 향방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날 것으로 관측했다.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의 AI, SW 중심을 현대오토에버가 끌어갈 것이란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포티투닷과 달리 지난 해 초 김윤구 대표가 취임한 후 호실적 행진을 이어가며 올해 SK AX를 제치고 확실하게 IT서비스 '빅3'까지 오를 정도로 좋은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오토에버 지분 7.33%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서도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2022년 포티투닷을 인수하고 송 사장이 SDV 사업을 전담하며 현대오토에버 입지가 다소 약해지는 것 같다는 시각도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송 사장이 퇴임하게 되면서 그룹 SW, AI 사업에서 현대오토에버의 역할이 한층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현대오토에버의 이번 임원 인사 방향에 대한 관심도 이전보다 상당히 높아졌다. 내년에 취임 3년차를 맞는 김윤구 대표가 자리를 지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그룹에서 송 사장 후임 자리를 어떻게 배치할 지에 따라 현대오토에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현대오토에버가 외부에서 SW, AI 인재를 영입해 임원으로 또 세울지도 관심사다. 김 대표가 그간 SW 기술 및 품질 강화, 조직 혁신 등을 위해 핵심 인재 확보에 주력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에서도 그 기조를 유지할 지 주목된다. 김 대표 취임 후 현대오토에버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아마존웹서비스(AWS), 네이버클라우드 등에서 임원급 인재가 대거 영입됐다. 전체 임원의 40%가 외부 인재로 채워지면서 체질 개선, 경쟁력 강화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지난 2023년 'KT 보은투자 의혹'으로 서정진 전 현대오토에버 대표가 사임한 영향도 컸다. 김 대표는 취임 후 뒤숭숭한 내부 분위기를 인재 외부 수혈로 다잡았다. 지난 10월 말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선임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해 주주가치 제고와 경영 독립성 및 투명성 강화에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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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김 대표의 노력이 통하면서 현대오토에버 실적이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올해 3분기 실적은 매출 1조543원, 영업이익 70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5%, 34.8% 성장을 이뤘다. 3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 취임 후 현대오토에버가 조직 문화 혁신에 성공하고 호실적 달성 행진도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경쟁사 대비 높은 그룹 의존도가 성장동력을 낮추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며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이 절실한 상황인 만큼, 앞으로도 90%가 넘는 내부거래율을 줄여 나가기 위해 지속적인 외부 인재 수혈을 통해 클라우드 등 미래 성장성이 높은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설 듯 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