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지금] "AI 경쟁력, 韓 넘자"…국가전략기술 선정한 日, 전환점 맞을까

日, AI·반도체·핵융합 등 6개 분야 '국가전략기술' 선정…AI 산업 활성화 안간힘

컴퓨팅입력 :2025/11/25 17:13

일본 정부가 경제안보 측면에서 중요한 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정해 지원을 확대할 예정인 가운데 인공지능(AI) 산업 경쟁력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AI·첨단 로봇 ▲양자 ▲반도체·통신 ▲바이오·헬스케어 ▲핵융합 ▲우주 등 6개 분야를 국가전략기술로 선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전략기술은 '신흥·기반기술' 16개 분야 중 2030년대 이후에도 기술 혁신 등의 측면에서 중요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를 선정한 것으로, 내년 3월 이전에 수립할 5개년 과학기술 정책 지침에 반영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이들 분야에 대해 연구·개발 비용 세제 혜택을 확충하고 투자를 촉진할 계획이다. 또 연구·개발 인재 육성, 창업·경영 관련 체제 구축, 우호국과 협력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더불어 지방 활성화를 위해 '산업 클러스터' 육성 정책도 추진할 방침으로, AI와 반도체, 조선, 바이오, 항공·우주 분야 산업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앞서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에 공장을 설립해 주변의 반도체 관련 산업 시설이 늘어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뉴스1)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지역 활성화를 위한 종합전략을 연내에 수립하고, 특구 제도를 활용해 규제 개혁도 추진할 방침이다. 또 국내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기업이 공장·소프트웨어 등에 투자하면 투자액의 8%를 법인세에서 제하는 세액 공제 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일본 외 다른 나라들도 AI 등을 전략 기술로 지정해 지원책 마련에 속속 나서는 분위기다. 미국은 지난해 AI, 반도체, 기계학습을 '중요·신흥 기술'로 지정해 정부 지원안을 책정했다. 유럽연합(EU)도 지난 2023년 10개의 중요기술 분야를 발표했다.

이번 일로 일본이 글로벌 AI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최근 미국 하버드대 벨퍼센터가 발간한 '전략기술 지도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AI 경쟁력은 글로벌 기준으로 10위 수준이었다. 이 보고서에서 'AI 2강'으로 불리는 미국, 중국은 각각 1, 2위에 올랐으며, 일본은 우리나라(9위)보다 한 계단 뒤처진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일본은 영국 시장조사업체 토터스 인텔리전스가 발표한 'AI 인덱스' 순위(2024년)에서 10위권에 이름을 올리지도 못했다. 1, 2위는 미국과 중국이 차지했고 싱가포르, 영국, 프랑스, 한국, 독일, 캐나다, 이스라엘, 인도 등이 10위 안에 들었다. 

 
일본 내각부 과학기술·이노베이션추진사무국이 지난 14일 진행된 '중요기술영역 검토 워킹그룹' 제6차 회의에서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일본의 AI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딥러닝 모델·학습법 분야에서 일본의 고품질 논문(Q1 논문) 순위가 2014~2018년 4위에서 2019~2024년 9위로 떨어졌고, 자연어처리(기계번역 등) 분야도 같은 기간 8위에서 9위로 하락했다. 컴퓨터 비전(이미지 생성 등) 분야에서도 중국, 미국, 인도, 한국에 이어 5위에 머물렀다.

이에 일본 정부는 이번 지원책을 통해 AI 분야에서 다양한 작업에 자율적으로 대응하는 '에이전트형 AI'와 인간의 지각·청각·촉각 등 멀티모달 정보를 학습하는 '로봇용 기반모델' 기술을 전략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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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민간 AI 투자가 미국, 중국 등과 비교하면 수십 배 차이가 날 정도로 부족한 데다 대규모언어모델(LLM), 컴퓨팅 인프라 확대 속도가 다소 느린 편"이라며 "일본 기업의 AI 투자 의사 결정 자체가 매우 보수적이란 점도 한 몫 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AI 인식도와 채택률은 늘어나고 있지만 구조적 경쟁력은 뒤처지는 상황에 놓여 있는 상태로, AI 스타트업 생태계가 취약하다는 점도 한계"라며 "이번 정책으로 단기적 효과는 제한적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일본의 AI 경쟁력이 상당히 올라갈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은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