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간의 침팬지 집단 간 전쟁 후 ‘베이비붐’ 현상이 일어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과학전문매체 라이브사이언스가 24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당 연구 논문은 지난 17일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침팬지 사회에서는 때때로 경쟁 집단 간 폭력적 충돌이 일어나며 이를 '침팬지 전쟁'으로 부른다. 이 현상은 1974년 침팬지 연구의 선구자 제인 구달이 탄자니아 곰베 국립공원에서 침팬지 무리가 두 개로 갈라서 4년간의 싸우며 한 무리가 모두 죽는 것을 관찰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이번 연구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인류학자 브라이언 우드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30년 이상 우간다 남서부의 키발레 국립공원에서 수집한 장기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뤄졌다. 분석에 따르면, 1998~2008년 사이 이곳 응고족 침팬지들은 이웃 침팬지들과 격렬한 충돌을 벌였고, 이 기간 최소 21마리의 이웃 침팬지가 사망했다.
2009년에는 싸움에서 이긴 침팬지들은 패배한 집단이 서식하던 지역으로 영토를 확장했다. 당시 확장된 영토 규모는 약 6.4㎢로 기존 영역보다 22% 증가한 수준이었다. 이런 영토 확장은 곧바로 침팬지의 번식력 증가로 이어졌다. 영토 확장 3년 전 암컷 침팬지들은 15마리의 새끼를 낳았으나 영토 확장 후 3년 동안에는 37마리를 낳아 번식률이 2배 이상 증가했다. 또, 41%에 이르던 3세 이전 사망률이 8%로 크게 떨어지면서 침팬지 새끼들의 생존 가능성도 더 높아졌다.
우드 교수는 "현장 연구자들은 이미 베이비붐을 체감하고 있었다”며, “번식 증가는 예상했지만, 생존율 향상까지 나타난 것은 놀라운 결과”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경쟁자 제거와 영토 확장이 침팬지 집단의 생식 성공률을 직접적으로 높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넓어진 영토는 더 풍부한 먹이를 제공해 영양 상태와 건강을 개선했고, 이는 암컷의 번식력 증가와 새끼의 생존률 향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우드 교수는 승자에게 이익이 있다면, 패자에게는 비용이 따른다며, 이를 ‘제로섬 게임’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승자는 분명 이득을 보지만, 패자는 그만큼 큰 피해를 입기 때문에 전체 침팬지 개체군에 순이익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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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더 나아가 인간 폭력성의 진화를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드 교수는 “침팬지와 보노보 등 인간의 가까운 친척에서 치명적 폭력성이 존재하는 만큼, 일부 과학자들은 이러한 특성이 최소 600만~700만 년 전 공통 조상에게서도 나타났을 가능성을 제기해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인간은 갈등을 피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진화시켜 자원 부족이나 영토 다툼 같은 제로섬 경쟁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침팬지를 연구하는 마이클 윌슨은 “일반적으로 인간과 침팬지 사이에는 집단 간 관계에 있어 현저한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 사회에서 집단 간 상호작용으로 얻는 혜택이 엄청나게 커졌고, 전쟁 비용도 엄청나게 증가했기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일반적으로 매우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