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바퀴벌레가 많을수록 알레르기 유발물질 ‘알레르겐’과 내독소 수치가 더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과학전문매체 뉴아틀라스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연구진은 바퀴벌레가 움직이며 알레르겐을 퍼트릴 뿐 아니라 내독소라고 불리는 세균성 독소도 남긴다는 연구 결과를 학술지 ‘알레르기 및 임상면역학 저널(Journal of Allergy and Clinical Immunology: Global)’에 발표했다. .
바퀴벌레는 20종이 넘는 알레르겐을 공기 중으로 방출한다. 고양이, 집먼지 진드기 등 일반 알레르겐과 달리 바퀴벌레 알레르겐에는 면역 반응을 주도하는 단일 물질이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바퀴벌레에 반응하는 사람 5명 중 1명은 현재까지 알려진 알레르겐 중 어느 것에도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바퀴벌레 알레르겐이 퍼지는 방식, 안정성, 또는 분자 구조 때문일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내독소는 특정 박테리아가 죽을 때 방출되는 미세한 연기 신호 같은 물질로, 공기 중에 떠다니며 몸 곳곳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를 흡입할 경우 발열, 두통, 코, 목, 폐 자극 등이 일어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노스캐롤라이나 지역의 저소득층 아파트 단지에서 약 2년에 걸쳐 진행됐다. 연구진은 바퀴벌레가 많은 가정과 그렇지 않은 가정을 대상으로 바퀴벌레 서식 규모와 알레르겐·내독소 농도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바퀴벌레가 서식하는 가정에서 내독소 수치가 특히 높게 나타났는데 암컷 바퀴벌레 배설물에서 더 높은 수치가 검출됐다. 암컷 배설물에는 밀리그램(㎎)당 약 2천900개의 내독소 단위(EU/㎎)가 포함되어 있어 수컷 배설물(1,400 EU/㎎)의 2배 이상이었다.
논문 공동 교신저자 마다비 카쿠마누는 "암컷 바퀴벌레는 수컷보다 더 많이 먹기 때문에 배설물에서 더 많은 내독소가 배출된다. 먹이를 찾아 바퀴벌레가 더 많이 몰리는 주방에서 침실보다 훨씬 높은 내독소 농도가 측정됐다"고 밝혔다.
이후 연구진은 바퀴벌레가 서식하는 가정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해충 방제를 실시하고, 다른 그룹은 그대로 두고 바퀴벌레가 없는 가정도 대조군으로 포함시켰다
3개월과 6개월 후 각 가정에서 바퀴벌레 개체 수를 다시 측정하고 바닥과 실내 공기에서 먼지를 채취해 변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방제를 하지 않은 가정은 연구 기간 동안 알레르겐과 내독소 수치가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됐다. 반면 해충 방제를 실시한 대부분의 가정은 바퀴벌레와 관련 알레르겐이 크게 감소했으며, 내독소 수치도 급감해 실내 환경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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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바퀴벌레를 제거하면 알레르겐도 함께 사라진다”면서도 “바퀴벌레 수가 조금 줄었다고 알레르겐 수치가 낮아지지는 않는다. 남아 있는 바퀴벌레가 더 많은 알레르겐을 배출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반면 바퀴벌레를 완전히 제거한 가정에서는 내독소가 현저히 감소했다”며 “이번 연구는 바퀴벌레가 서식하는 가정에서 내독소의 주요 공급원임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