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구글·아마존과 ‘비밀 신호 협약’ 맺었다”

외신 공동조사로 숨은 계약 조항 확인...구글·아마존 "사실 아냐" 부인

인터넷입력 :2025/11/02 09:53    수정: 2025/11/02 12:58

구글·아마존 같은 글로벌 IT기업들은 각국 정부로부터 자국 내 이용자 데이터 제공을 요구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스라엘이 이런 요구에 대비해 구글·아마존과 ‘비밀 신호 체계’를 구축했다는 의혹이 해외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됐다. 이에 이스라엘 재무성과 구글·아마존은 사실이 아니라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루는 독립 언론 ‘+972 매거진’·히브리어 뉴스 사이트 ‘로컬콜’·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공동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2021년 구글·아마존과 12억 달러(약 1조7천168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스라엘이 구글·아마존과 ‘비밀 신호 체계’를 구축했다는 의혹이 해외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됐다

‘프로젝트 님버스(Project Nimbus)’로 불리는 이 계약은 이스라엘이 두 회사의 고급 클라우드 컴퓨팅과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제공받는 내용이다. 세부 사항은 극비리에 진행됐다. 외신에 따르면, 이 계약은 당시 구글 내부 법률팀조차 “인권 침해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이 입수한 이스라엘 재무성 문서와 협상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계약서에는 이스라엘이 두 기업에 제시한 두 가지 주요 조건이 포함돼 있었다.

첫 번째는 '이스라엘이 구글이나 아마존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든, 이용 약관 위반을 이유로 사용을 제한할 수 없다'이다. 

두 번째는 '다른 나라의 법원이 이스라엘 관련 데이터를 제출하라고 요구할 경우, 그 사실을 이스라엘에 비밀리에 통보한다'라는 내용이다.

+972 매거진은 이를 두고 “사실상 법적 의무를 회피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외신은 이 계약이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보다 2년 전 체결된 것이지만, 당시 이미 이스라엘 당국은 “향후 구글·아마존이 인권 침해 문제로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히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감시나 인권 침해가 논란이 될 경우, 해외 법원이 조사를 위해 이스라엘 데이터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는 설명이다.

해당 내용을 보도한 영국 가디언 뉴스 캡처

보도에 따르면, 구글과 아마존은 이런 요청이 있을 때 이스라엘에 몰래 ‘신호’를 보내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른바 ‘윙크 메커니즘(Wink Mechanism)’이다.

이 체계는 국제전화의 국가번호를 이용한 4자리 송금 방식으로 작동했다. 예를 들어, 미국 당국이 데이터를 요청하면 구글이나 아마존은 이스라엘에 미국 국가번호 ‘1’을 의미하는 1천셰켈(약 44만원)을 송금했다. 일본(국가번호 81)은 8천100셰켈, 아일랜드(353)는 3천530셰켈을 보내는 식이다.

이처럼 중복되지 않는 국가번호 체계를 이용하면, 단순히 송금액만으로도 어느 나라가 데이터를 요청했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 구글이나 아마존이 이런 요청 사실을 24시간 내에 통보하지 않을 경우, 이스라엘에 10만 셰켈(약 4천390만원)을 벌금처럼 지불해야 했다는 내용도 계약에 포함돼 있었다.

가디언은 이 같은 윙크 메커니즘이 미국 법률상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정부 당국이 요청한 정보에 대해 관련 당사자에게 이를 알리는 행위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스라엘 재무성 대변인은 “이스라엘이 기업들에 법률 위반을 강요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 대변인은 “구글과 아마존은 이스라엘의 핵심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엄격한 계약상 의무를 지고 있다”면서 “이 계약들은 비공개 상업 계약이며, 기사 내용에 대응하기 위해 그 구체적인 조항을 공개할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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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측 역시 “법적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장치가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아마존 대변인도 “고객 데이터 요청에 대해 엄격하고 합법적인 글로벌 프로세스를 적용하고 있으며, 기밀 유지 의무를 우회하는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