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기싸움에 낀 K-조선…중국, 한화오션 콕 집어 제재

한·미 '마스가' 프로젝트 겨냥…트럼프 방한 기간 중 조선소 방문도 불투명

디지털경제입력 :2025/10/14 17:17

미·중 무역 갈등의 불똥이 K-조선으로 옮겨 붙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한화오션의 미국 소재 자회사 5곳에 대한 제재를 결정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미국이 중국에 대해 취한 해사·물류·조선업(무역법) 301조 조사 조치에 반격하기 위해 ‘한화오션 5개 미국 자회사에 대한 반격 조치 채택에 관한 결정’을 공표한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은 한화쉬핑, 한화 필리조선소, 한화오션USA인터내셔널, 한화쉬핑홀딩스, HS USA홀딩스 등 다섯 곳이다. 중국 정부는 중국 내 조직·개인이 이들 업체와 거래·협력 등 활동을 하는 것을 금지한다.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사진=한화그룹)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별도 입장문에서 "미국이 중국 해사·물류·조선업에 대해 301조 조사를 하고 조치를 취한 것은 국제법과 국제 관계 기본 준칙을 위반했고, 중국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훼손했다"면서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는 미국 정부의 관련 조사 활동에 협조하고 지지해 우리나라(중국)의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에 위해를 끼쳤으며 중국은 이에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관련 기업들에 다자 무역 규범을 존중하고 시장경제·공정경쟁 원칙을 준수하라”며 “조속히 잘못된 처사를 바로잡을 것”을 촉구했다.

앞서 중국 교통운수부는 이날부터 미국이 소유·운영·건조했거나 미국 국기를 게양한 선박에 특별 입항료를 부과하겠다고 공표했다. 미국의 중국계 선박 대상 추가 비용 부과에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중국 건조선·수리 입항 등 일부는 예외로 뒀다. 업계 전문지에 따르면 비용 수준은 톤당 50~56달러 안팎으로 사실상 상호 대응에 맞춰 설계됐다.

대미 투자를 적극적으로 해 온 한화오션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조치다. 한화오션은 지난 8월 한미정상회담 이후 한화필리조선소에 50억 달러(약 7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산업 협력 투자펀드(1천500억 달러)가 주요 투자 재원이다.

중국의 이번 조치가 한·미가 추진 중인 ‘마스가(MAS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조선 협력 구상에도 부담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 정부는 미국 조선 산업 고도화 패키지를 관세 협상 지렛대로 삼아왔지만, 중국의 표적 제재가 한화오션의 미국 현지 사업과 한·미 공동 프로젝트에 변수를 던졌다는 평가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중국 정부 발표 내용을 인지하고 있으며, 해당 조치가 당사에 미치는 사업적 영향에 대해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마스가 모자 (사진=산업부)

한편 미·중 갈등 격화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본회의 불참 가능성이 높아지며 국내 조선소 방문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정부·업계는 MASGA 패키지를 ‘한·미 관세 협상 지렛대’로 삼기 위해 한국 조선의 생산능력·공정 혁신·인력 양성 역량을 현장에서 보여주는 방안을 검토해 왔지만, 체류 기간이 짧다면 방문이 어려워진다.

다만,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이날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미·중 간 긴장 완화 기류 속에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이 한국에서 열릴 것”이라고 밝혀, 체류 일정이 변동될 여지는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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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선소 현장 방문이 성사될 경우 동선 효율 측면에선 울산 HD현대중공업, 한·미 협력 상징성 측면에선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한화오션 인수)와 연계된 거제 사업장이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APEC 본회의 불참으로 전체 국내 일정이 압축될 수 있어 조선소 방문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소 방문이 성사되면 좋겠지만, 일정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아직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