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근의 헤디트] 한국다움의 뿌리에서 K-컬처의 날개로

K-헤리티지로 만드는 글로컬(global+local)

전문가 칼럼입력 :2025/09/08 15:41    수정: 2025/09/08 16:06

이창근 헤리티지랩 디렉터

세계가 한류(K-Culture)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이야기가 담긴 헤리티지에 있습니다. 전통을 오늘의 감각으로 되살리고 디지털 기술과 예술적 상상력을 더해 지역은 매력적인 도시로, 문화는 산업으로 확장됩니다. 국가유산의 보존과 활용은 문화기술과 융합해 디지털 헤리티지와 관광산업으로 구체화하며, K-콘텐츠로 구현되고 있습니다. 이 흐름은 세계와 만나는 무대에서, 문화는 곧 경제이자 미래 경쟁력임을 보여줍니다. 정책과 현장, 산업과 예술이 만나는 접점에서 한국다움이 어떻게 K-컬처로 발현되는지를 이창근 칼럼니스트와 함께 탐색합니다. [편집자주]

약 1조 4천600억원. 국가유산청의 2026년 예산이다.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보존의 비용에서 전략의 자산으로, 과거의 무게에서 미래의 날개로 옮겨가는 분기점이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1조원 돌파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이제는 세계화와 지역발전, 국가유산 원천 신규 콘텐츠 개발까지 포괄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국가유산이 미래 경쟁력을 여는 신호탄으로 다가온다.

유산이 콘텐츠가 될 때

이번 예산의 의미는 단순한 숫자에 있지 않다. 숫자 너머 우리가 주목해야 할 축은 바로 국가유산 기반 K-콘텐츠다. 최근 OTT에 공개된 애니메이션 케데헌(K-Pop Demon Hunters)은 K-팝과 전통 무속 서사를 결합해 세계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해외에서 제작됐지만, 한국의 전통적 심미성과 상징성을 전략적으로 담아낸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통했음을 증명했다. 첨단 3D 애니메이션 기술에 K팝 공연 연출, 한국문화 감수성을 얹은 것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판소리와 탈춤, 석굴암과 조선왕릉, 갯벌과 제주 화산섬까지, 문화·자연·무형유산은 끝없는 이야기의 원천이다. 오늘의 감각으로 풀어내고 디지털 기술로 확산할 때, 세계가 공감하는 K-콘텐츠로 다시 태어난다. 국가유산은 단순히 지켜야 할 과거가 아니라, 미래 콘텐츠 시장을 움직이는 이야기의 뿌리다. 한국문화가 세계로 뻗어가는 힘은 결국 이 원천에서 비롯된다.

이창근 헤리티지랩 소장ㆍ예술경영학박사 (미디어아트 디렉터 & 예술-기술 칼럼니스트).

세계화와 지역발전, 헤리티지가 열어갈 길

내년에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단순한 국제행사가 아니다. 세계유산 등재와 보호 정책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회의로, 196개국 대표단과 국제기구에서 모인다. 한국이 처음으로 이를 개최한다는 사실은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이 무대는 한국이 문화강국으로 자리매김할 기회이자, 한국다움을 세계에 각인시키는 시험대다. 세계유산위원회 개최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글로벌 소프트파워로 비상하며, 문화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디지털 전환은 이러한 세계화를 실질로 만드는 핵심 수단이다. 기록과 데이터를 남기는 차원을 넘어, 전 세계 누구나 우리의 유산을 경험하게 하는 보편적 언어다. 가상현실과 실감형 콘텐츠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문화외교의 도구가 된다. 이는 국가브랜드를 확장시키고, 글로벌 K-컬처의 토대를 강화한다. 문화가 국가경쟁력으로 작동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지역발전 또한 같은 맥락에서 중요하다. 유산은 지역의 정체성이자 자부심이다. 이를 K-관광으로 연결할 때, 지역은 단순히 ‘보존의 장소’에서 벗어나 ‘살아 있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난다. 지역민이 체감하고 방문객이 몰려드는 순간, 국가유산은 경제적 활력을 만들어낸다. 지역이 체감할 수 있는 균형 발전이 유산을 통해 구체화 될 때, 진정한 문화강국의 기반이 마련된다. 결국 세계화와 지역발전은 따로 떨어진 길이 아니다. 국제 무대와 지역 현장이 동시에 움직여야 전략이 완성된다.

국가유산, 미래를 여는 힘

이제는 액션플랜을 깊이 고려해야 한다. 국제 무대에서 국가유산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디지털 전환을 산업과 생태계로 확장시킬 수 있을지, 관광 활성화를 지역발전의 성과로 연결할 수 있을지다. 허민 청장은 “국가유산은 단순한 문화재가 아니라 국민의 정체성이자 세계가 공감할 K-컬처”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예산은 그 선언을 시험하는 첫 무대다. 그래서 탄탄한 마스터플랜이 중요하다. 민간의 창의와 현장의 실행력이 결합할 때 비로소 정책은 성과로 이어진다.

이번 예산은 방향을 분명히 했다. 세계화, 지역발전 그리고 콘텐츠. 이 과제들은 하나의 목표를 가리킨다. 국가유산을 한국다움의 뿌리에서 K-컬처의 날개로 확장하는 것이다. 국제사회에 한국다움을 각인시키고, 디지털 전환으로 세계가 공감하는 콘텐츠를 확산하며, 지역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1조 4천600억원이라는 숫자가 진짜 의미를 가진다. 문화가 국가경쟁력이라는 사실을 국가유산이 입증할 때, 한국은 ‘빅5 문화강국’을 넘어 진정한 문화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소프트파워 유산강국의 저력을 발휘할 시간이다.

* 헤디트(HEDIT) : Heritage(문화자원) + Digital(첨단기술) + Art(예술창작)

관련기사

필자 이창근

예술경영학박사(Ph.D.). 예술-기술 칼럼니스트이자 Media-Art Director로,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융합예술과 디지털콘텐츠를 설계·제작하는 스튜디오 헤리티지랩(Heritage LAB)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고유의 스토리에 첨단기술을 접목해 도시의 매력을 새롭게 해석하고, 이를 테마형 관광콘텐츠로 확장하는 프로젝트를 이끌어왔다. 한국문화정보원과 충남콘텐츠진흥원 이사를 지냈으며, 현재는 인천광역시 공공디자인위원, 강원도 건축물미술작품 심의위원,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2021년 5월부터 ZDNET Korea 오피니언 필진으로 참여해 [이창근의 헤디트]를 연재하고 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창근 헤리티지랩 디렉터

Heritage LAB 소장ㆍ예술경영학박사(Ph.D.)
예술-기술 칼럼니스트 & Media-Art Director
지디넷코리아 고정 필진 [이창근의 헤디트]

2023-2025 충남콘텐츠진흥원 이사
2021-2025 한국문화정보원 이사
2019-2020 충남문화재단 이사
2018-2021 여주세종문화재단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