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공지능(AI) 분야를 조세특례제한법(이하 조특법)에 따른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한데 이어 지난 8월 세제개편안에 세액공제 대상이 되는 AI 세부 기술범위 및 사업화시설을 규정했다. 특히 이번 AI에 대한 세액공제 적용은 민간이 필요로 하는 세제 지원의 제도적 기반을 국회, 정부가 제때 마련함으로써 민간 투자의 활성화를 견인하는 이상적인 민관 협력 사례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조특법상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되면 R&D 비용(연구·인력개발비)의 30-50%, 사업용 설비와 시설에 대한 투자 금액의 15-25%(투자 증가분의 10%)라는 결코 적지 않은 금액에 대하여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세제혜택은 직접 보조와는 달리 기업의 의사결정을 왜곡하지 않고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해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결국 산업의 기초 투자를 확대하여 그 효과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을 기대할 수 있다. 민간사업자가 중심이 되고 빠르게 발전하는 AI 산업에서 이번 세제개편안의 효과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 조특법상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액공제는 반도체, 2차전지와 같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첨단 산업기술의 발전을 이끈 주역으로도 평가된다.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특히 주목할만한 부분은 AI 데이터센터가 AI 기술의 사업화시설에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AI 산업 발전과 진흥을 위한 핵심적인 3 요소로는 인력,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데이터가 꼽힌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을 통하여 인력과 인프라에 대한 세제혜택을 제공함으로써, 민간사업자의 인공지능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됐다. 이러한 환경은 인공지능과 데이터센터에 관한 정책을 총괄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획재정부의 원활한 협조의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정부 부처가 산업 발전을 위해 선제적으로 현황을 진단하고 부처 간 협력을 이끈 적극행정의 모범 사례로 보인다.
AI 분야의 경쟁력은 잘 정제된 데이터에 있고 이를 잘 관리하기 위해서 데이터센터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데이터센터 산업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뒤쳐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선진국들의 경우 미국은 데이터센터를 국가 안보 시설로 지정하고, 일본은 데이터센터 관련 패스트트랙을 운영하는 등 강력한 제도적 지원에 힘입어 산업을 발전시켜 왔다. 우리나라도 이번 세제개편안을 통하여 AI 데이터센터를 국가전략기술 사업화시설에 포함시킴으로써 데이터센터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갖추었다는 것은 대단히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어서는 안 된다. 현행 조특법상 사업화시설의 수도권 과밀집을 막고 지역균형 발전을 꾀하기 위하여 수도권에 위치한 사업화시설은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탓에 이미 수도권에 위치한 기존 데이터센터의 70%는 혜택을 기대하기 어렵다. 세제개편의 실질적 효과를 기대한다면 수도권에 위치한 데이터센터에 대해서도 혜택을 부여하는 추가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또한 3대 핵심 요소 중 인력, 인프라에 대한 세제혜택은 정비됐으나 데이터에는 이러한 혜택이 마련되지 않았다. 고품질의 정제된 데이터를 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며 기업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AI가 학습할 데이터 구매비용에 대하여도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최근 데이터 저작권을 둘러싼 논의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데이터 구매비용에 대하여 세제혜택을 제공한다면 적법한 데이터 거래를 촉진하는 부수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정부는 AI 산업에 대해 강력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고, 이러한 정책에 힘입어 우리나라는 글로벌 AI 수준조사에서 6위를 기록하는 등 높은 기술수준을 보이고 있다. 다만 세계 무대에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절대적인 강자가 존재하며, 우리가 목표로 하고 있는 인공지능 G3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세제지원을 포함한 강력한 정부지원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인공지능 분야 G3 목표도 결코 멀지 않다는 생각을 해 본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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