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와 돌고래, 친구일까 아닐까

호주 연구진, 고래·돌고래 간의 상호작용 분석

과학입력 :2025/08/16 12:10    수정: 2025/08/16 14:04

전 세계적으로 돌고래와 고래가 종을 뛰어 넘어 교감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비영리 학술매체 더컨버세이션이 최근 보도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학술지 ‘디스커버 애니멀즈’에 실렸다.

과거에도 고래와 돌고래가 서로 상호작용하는 것을 봤다는 보고가 여러 번 나왔다. 2004년에 대중을 놀라게 한 사진 중 하나는 미국 하와이에서 혹등고래가 병코돌고래를 머리 위로 반복해서 들어올리는 모습이었다. 당시 연구진들은 고래와 돌고래 사이에 이처럼 가까운 접촉이 일어나는 경우는 드물며, 아마도 보살핌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전 세계의 돌고래와 고래가 서로 즐거운 놀이를 하는 모습이 담긴 희귀한 사진들이 공개됐다. (사진=호주 그리피스 대학 울라프 마이네케, 올리비아 크롤리)

이후 드론 기술이 보급되면서 고래와 돌고래가 함께 식사하고 노는 등 다양한 형태로 상호작용하는 모습이 다수 포착됐다.

이 둘의 상호작용을 살펴보기 위해 호주 그리피스 대학 연구진들은 19종의 고래와 돌고래가 상호 작용하는 199건의 사례를 분석했다. 이 상호작용은 20년에 걸쳐 17개국에 걸쳐 발생했고 여기에는 약 1천570마리의 돌고래와 425마리의 고래가 포함됐다.

조사 결과 상호작용을 했던 돌고래의 절반 이상이 병코돌고래(51%)였고, 다음은 일반 돌고래(17%), 태평양 흰배돌고래(15%) 순이었다. 고래의 경우, 6종의 수염고래류가 여기에 속했고 관측 사례의 3분의 2 이상이 혹등고래가 차지했다.

호주 그리피스 대학교 고래·기후 프로그램 책임자 올라프 마이네케는 혹등고래는 종종 "좌우로 몸을 흔들고, 배를 드러내는 등 구애나 우호적인 사교 활동과 관련된 행동을 보였다"고 밝혔다.

하와이에서 혹등고래가 병코돌고래를 머리 위로 반복해서 들어올리며 노는 모습 (사진=유튜브 영상 캡쳐 @ 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

그는 혹등고래들이 "돌고래 쪽으로 머리와 주둥이를 이용해 전략적으로 천천히 움직였다"며, 대부분 돌고래를 만나면 피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이네케는 돌고래는 일반적으로 고래를 괴롭히고 짜증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연구진들은 고래들의 반응에 특히 관심을 가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든 고래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건 아니었다. 몇몇 고래들은 공격적인 행동인 머리나 꼬리를 치는 행동도 보였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혹등고래에서는 드물게 나타났다. 또, 서로 상호작용하는 게 아니라 돌고래가 고래를 놀리거나 괴롭히는 사례도 관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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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간 사회적 놀이(ISP)는 해양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육지에서는 침팬지가 개코원숭이, 개가 당나귀, 기린이 타조와 서로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바다 환경에서는 거리, 고립성, 접근성 부족으로 인해 이를 포착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연구진은 “이런 순간들이 이 동물들에게 휴식 시간이 될 수 있다”며 "돌고래가 보통 상호작용을 주도하지만, 우리가 배웠듯 바다에서 항상 일방적인 만남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래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돌고래와 고래도 사냥이나 번식과 같은 목적 지향적인 활동에 몰두하지 않고도 뇌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창의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