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맛보는 인공 혀 개발…"커피·콜라 96% 감지"

中 연구진, 액체 환경에서 맛 느끼는 인공 혀 개발

과학입력 :2025/08/14 16:43    수정: 2025/08/14 17:05

중국 연구진이 인간의 미뢰가 작동하는 방식을 모방해 액체 환경에서 맛을 감지하고 식별할 수 있는 인공 혀를 개발했다고 과학전문매체 라이브사이언스가 최근 보도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지난 달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인공 혀는 이온 형태의 맛을 구분해 내기 위해 분자 필터 역할을 하는 ‘그래핀(graphene)’ 소재 초박형 시트로 제작됐다. 이 얇은 막을 통해 이온의 움직임을 늦춰 장치가 미각을 식별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해준다.

중국 연구진이 액체 환경에서 맛을 감지하고 식별할 수 있는 인공 혀를 개발했다. (사진=클립아트 코리아)

이 장치는 단맛, 신맛, 짠맛, 쓴맛의 4가지 기본 맛을 72.5~87.5%의 정확도로 식별했다. 커피나 코카콜라 같은 음료의 경우 96% 정확도로 감지했다. 단일 액체 시스템에서 맛 감지와 정보 처리를 성공적으로 결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국가나노과학기술센터 화학과 교수이자 해당 연구의 공동 저자 용 얀(Yong Yan)은 "이번 발견은 새로운 생체모방 이온 장치를 개발하는 청사진을 제공한다"며, "이 장치는 액체 속에서 작동할 수 있으며, 우리 신경계처럼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 맛 감지 시스템은 정보를 외부 컴퓨터 시스템에서 처리했다. 하지만 새로운 시스템은 맛감지와 데이터 처리를 액체 내에서 수행한다. 이 같은 방식은 맛 정보를 건식 처리 시스템에 맞게 변환하지 않아도 돼 정확도가 더욱 높다.

인공 혀는 액체에 화학 물질을 용해시켜 이온으로 분해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사람 머리카락보다 수천 배 가량 얇은 특수 탄소 시트 층에 액체를 통과시켜 이온이 화합물에 어떤 맛을 나타내는지 알려주는 고유한 패턴을 생성한 후 인공지능(AI)이 이 패턴을 학습하며 맛을 더욱 정확하게 식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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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화학 분석을 통한 식품 안전 및 질병 조기 감지를 위한 자동화 시스템 개발로 이어질 수 있으며, 액체의 화학 분석을 위한 실험실 장비에도 통합될 수 있다고 해당 매체는 전했다. 미각 분석을 통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약물의 효과를 파악하며 신경 질환이나 뇌졸중으로 인해 미각을 잃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게 연구진들의 설명이다. 또, 식품 안전 검사나 음료 생산 품질 관리, 상수도 환경 모니터링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뇌의 학습 과정을 모방하는 인공지능(AI) 시스템 ‘뉴로모픽 컴퓨팅(neuromorphic computing)’으로 나아가는 첫 걸음으로 보고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혁신은 의료 진단부터 주변 환경을 맛볼 수 있는 자율 기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응용 분야에 중요한 토대를 마련해 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