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컷 두고 수컷 게와 싸운 로봇 게의 최후

英 연구진, 3D프린터로 로봇 게 제작해 갯벌에 투입

과학입력 :2025/08/08 08:14    수정: 2025/08/08 08:55

암컷 게의 관심을 끌기 위해 수컷 농게가 어떻게 행동하는 지 알아보기 위해 3D 프린터로 만든 로봇 게가 현장에 투입됐다고 과학전문매체 라이브사이언스, 인터레스팅엔지니어링이 최근 보도했다.

영국 엑서터 대학 동물행동연구센터(CRAB) 등 공동 연구진은 ‘웨이비 데이브(Wavy Dave)’라는 이름의 로봇 게를 직접 제작했다. 이 로봇 게는 3D 프린터로 인쇄된 몸체와 흔들리는 발톱을 가지고 있다. 해당 연구 결과는 지난 6일 영국 왕립학회 회보 생물과학 B에 실렸다.

로봇 게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집게 발을 흔드는 모습 (사진=조 와일드)

짝짓기 철이 되면 농게류 수컷들은 ‘나 좀 봐줘’ 하는 것처럼 큰 집게발을 위 아래로 흔들며 매력을 발산한다. 암컷 농게는 일반적으로 집게발이 크고 빠르게 흔드는 수컷을 선호한다. 수컷에 매력을 느낀 암컷 게는 수컷의 굴 속으로 함께 들어간다.

이번에 개발된 로봇 게는 농게들이 살고 있는 포르투갈 남부의 갯벌에 투입됐다. 로봇 게는 실제 수컷 농게처럼 집게 발을 휘두르도록 프로그램 돼 있어 연구진들은 로봇 게가 등장했을 때 실제 수컷 게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 지 관찰할 수 있었다.

해당 논문 제1저자 영국 스코트랜드에 위치한 BioSS 연구소 조 와일드 박사는 "많은 동물들이 근처에 경쟁자가 있으면 성적 과시 행동을 조절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으나 실제 경쟁자의 과시 행동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적다"고 말했다.

수컷 농게의 모습 (사진=조 와일드)

로봇 게는 실제 수컷 게가 모여있는 굴로부터 30cm 떨어진 곳에 배치했다. 그런 다음 카메라 두 대를 사용해 진짜 게들이 경쟁자 로봇 게가 나타났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확인했다.

웨이비 데이브가 집게발을 흔들자, 근처에 있던 수컷 농게들이 더 민첩하게 움직였고 수컷 게들은 발을 더 오랫동안 흔들었으며 굴 속으로 들어가는 경향도 적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반응은 로봇 게가 더 작은 발을 가졌을 때 특히 두드러졌다.

와일드 박사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 경쟁사들이 너무 싸게 팔기 시작하면 사업 운영 방식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 남성들이 여성을 유혹하려는 신호를 보내는 것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수컷 게들은 실제로 이런 경쟁에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실제 게들은 로봇 경쟁자의 발이 더 클 경우 경쟁에 더 소극적으로 임했다. 이는 경쟁이 패배로 끝나거나 공격받을까 봐 두려워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또, 수컷 게는 경쟁자의 행동에 따라 행동을 바꾸며, 성공 가능성이 더 높을 때 더 많은 힘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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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든 상호작용이 과학적이지는 않았다. 어떤 게들은 로봇 게와 당당히 맞섰다. 특히 사나운 수컷 게 하나가 로봇 게를 공격해 그의 발을 뽑아내면서 실험이 종료됐다.

와일드는 "암컷 게들은 로봇 게가 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챘고, 몇몇 수컷들은 그와 싸우려고 했다. 한 수컷이 웨이비 데이브의 발톱을 뽑아내어 쓰러뜨렸다. 우리는 그 실험을 포기하고 로봇을 재부팅해야 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