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탄소중립으로는 '슈퍼태풍' 못막는다

POSTECH 민승기 교수팀, 기후 시뮬레이션 결과…"300년간 기상이변"

과학입력 :2025/08/07 09:31    수정: 2025/08/07 10:26

세계 각국이 추진중인 2050년 탄소중립 만으로는 오는 2350까지 300년간 슈퍼 태풍 등 기상이변을 막을 수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환경공학부 민승기 교수, 문민철 연구원 연구팀이 최근 기후 시뮬레이션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해도 강한 태풍과 극한 강수는 앞으로 수백 년 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놔 관심이다.

민승기 교수는 "각국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탄소중립 이후에 기후가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이 없는 상황"이라며 "대기 중 탄소를 줄이는 ‘탄소감축’ 또는 ‘탄소 마이너스’ 전략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탄소중립만으로는 슈퍼태풍을 막을 수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 그림 a는 400년간 이산화탄소 농도변화, 그림b는 시나리오별 열대 저기압 및 강수량 등의 빈도변화. 그림=POSTECH

연구결과는 기후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파트너 저널 기후와 대기과학(npj Climate and Atmospheric Science)’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대규모 지구 기후 모델로 ‘탄소중립’과 ‘탄소감축’에 따른 400년 간의 기후변화를 각각 시뮬레이션했다.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온실가스 배출을 ‘0’으로 만드는 경우를 말한다. ‘탄소감축’은 이미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까지 제거하는 좀 더 적극적인 방식이다.

민 교수는 "결과는 충격적이었다"며 "탄소중립을 달성해도 태풍 위험은 줄지 않았다. 북반구에서는 태풍 갯수가 줄어든 반면, 남반구에서는 증가해 태풍 활동이 비대칭적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현상은 300년 동안 지속됐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더 큰 문제는 육지에 상륙하는 태풍 하나하나의 강도와 상륙 시 쏟아지는 비의 양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라며 "태풍의 수는 줄어도, 한 번 발생하면 더 강력하고 위험한 형태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탄소감축’ 시나리오에서 비대칭적인 태풍 분포는 200년 만에 해소됐다. 태풍의 강도와 극한 강수 현상도 눈에 띄게 완화됐다.

민 교수는 "단순히 탄소 배출을 멈추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이미 대기에 축적된 이산화탄소를 적극적으로 줄여야 기후 재난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을 의미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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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교수는 "탄소중립을 달성하더라도 강력한 태풍과 극한 강수 위험은 수 세기 동안 지속될 수 있다"라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탄소감축과 같은 적극적인 기후 대응 전략과 지역 맞춤형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POSTECH 문민철 연구원(왼쪽, 제1저자)와 민승기 환경공학부 교수(교신저자).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지원사업, 기상청 기후 및 기후변화 감시·예측정보 응용 기술개발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