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포함한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공공 행정에 도입하기 위한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화됐다.
디지털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제도 개편, 민관협력 구조 개선, AI 기반 정부 운영 전략 등 공공 혁신 전반을 아우르는 아젠다가 공개되면서 'AI 정부 1위'를 향한 한국형 디지털 행정 모델 수립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정책 세미나 'K-행정의 디지털 대전환: 디지털 거버넌스를 위한 국회의 비전'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행정학회와 코딧이 공동 주관했다.

권칠승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디지털 전환은 더 이상 특정 부처나 산업만의 과제가 아니라 정부 운영 전반을 혁신하는 흐름이자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과제"라며 "다만 공공 조달 체계의 경직성, 민관 협력 제도의 미비, 신기술 수용성 부족 등이 디지털 행정 확산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는 이런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고 행정이 민간 기술력과 창의성을 적극 수용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환영사를 전한 정광호 한국행정학회장은 "공공분야 규제 감시, 재난 대응, 지역화폐 운영 등 다양한 행정 영역에서 AI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며 "전자정부의 성공 경험을 토대로 AI 정부에서도 한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정지은 코딧 대표는 '거브테크(Gov-Tech): 민관협력으로 완성하는 디지털 정부의 미래'를 주제로, 공공 디지털화의 글로벌 동향과 한국의 전략 과제를 제시했다.
정 대표는 "AI와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민간에서 먼저 자리 잡은 기술들이 이제는 행정 효율과 정책 투명성 향상을 위한 핵심 인프라가 되고 있다"며 "하지만 공공 조달 체계의 경직성으로 인해 스타트업·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들은 실제 사업 참여가 극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지털 정부 사업의 90% 이상이 시스템 통합(SI) 방식의 커스터마이징 중심이라 창의적 기술을 가진 민간 기업이 조달에 진입하기 어렵다"며 "해외처럼 공공기관이 기반 시스템을 마련하고 그 위에 다양한 민간 SaaS가 유연하게 올라갈 수 있도록 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싱가포르·덴마크·워싱턴D.C. 등의 글로벌 거브테크 실증 사례를 소개하며 우리나라도 실증 중심의 기술검증(PoC)·조달·확산 모델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음으로 'AI 시대를 견인할 AI 정부 발전 전략'을 발표한 국립경국대학교 송석현 교수는 "AI 정부는 단순한 자동화나 효율성을 넘어 시민 권리와 참여를 강화하고 행정의 신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며 "AI 활용은 중앙 정부뿐만 아니라 지자체까지 포괄해야 하며 최고AI책임자(CAIO) 체계를 중심으로 대통령실에서 지방 정부까지 수평적으로 연결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데이터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도 핵심 과제로 꼽았다. 데이터 수집부터 폐기까지를 아우르는 전주기 보안 체계와 AI 기술 도입 시 윤리성과 사회적 수용성 확보를 위한 'AI 활용 표기제'와 같은 합의 기반 제도 정비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날 종합 토론에서는 정부 각 부처 관계자들이 디지털 정부 실현을 위한 추진 방향과 현실적 한계, 제도 개선 방안 등을 공유했다.

행정안전부 배일권 공공지능데이터국장은 "정부는 현재 범정부 AI 공통 인프라와 지능형 업무관리 플랫폼을 연내 구축 중이며 11월부터 중앙 부처·지자체가 AI 기반 시스템을 직접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예정"이라며 "기존 SI 기반 납품 방식에서 벗어나 SaaS 방식의 유연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재훈 디지털융합촉진과장은 AI를 활용한 단순 자동화에 그치지 않고 공무원의 의사 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의 지능형 행정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 과장은 "거브테크 기업을 발굴하고 창업부터 스케일업까지 전 주기 지원을 통해 민간 생태계를 키우겠다"며 "데이터 가치 평가제, 데이터 거래사 제도 도입 등 데이터 시장의 구조적 성장 기반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정부만 디지털플랫폼본부장은 정부가 AI 플랫폼 수요를 선제적으로 만들어내고 중앙과 지자체가 독립적으로 플랫폼을 구축하기보다는 기술 기반을 표준화하고 민간 기술을 구독 방식으로 연동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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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본부장은 "정부는 AI 인프라 투자와 함께 공공 수요를 만들어가는 주체로 나서야 한다"며 "국민의 AI 역량을 끌어내는 교육과 참여 모델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박태형 실장은 "AI 시대에 맞춰 조달 방식 역시 기술 융합에 맞는 유연한 구조로 전환돼야 한다"며 "국내 기업이 공공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선순환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