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노트가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기술 기반의 보안 특화 미팅노트로 글로벌 시장의 문을 열었다. 모든 데이터 처리가 사용자 기기에서만 이뤄지는 '로컬-퍼스트' 방식으로, 기밀 유출 우려가 큰 전문직 시장의 표준을 새로 쓰겠다는 전략이다.
하이퍼노트는 미국 유명 엑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의 S25 배치 프로그램에 선정돼 후속 투자를 유치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는 한국과 미국 캠퍼스 창업가에 집중 투자하는 크루캐피탈의 첫 투자 이후 이어진 성과다.
이 회사는 회의 음성을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요약하는 AI 미팅노트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다. 핵심은 음성-텍스트 변환을 포함한 모든 AI 연산이 클라우드 서버를 거치지 않고 사용자 기기 내부에서 직접 처리된다는 점이다.

더불어 코드를 오픈소스로 배포해 기업 보안팀이 직접 소스를 검증하고 내부 환경에 맞춰 수정할 수 있도록 투명성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보안과 규제 준수가 생명인 산업군의 까다로운 요구사항을 충족시켰다.
자체 개발한 소형 언어 모델(SLM)은 고사양 서버급 그래픽처리장치(GPU) 없이 일반 노트북의 중앙처리장치(CPU)나 신경망처리장치(NPU)에서도 원활하게 작동한다. 덕분에 해외 출장이나 인터넷이 차단된 망 분리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제공한다.
하이퍼노트는 이미 투자은행(IB), 헬스케어, 로펌, 컨설팅 등 기밀 유출 위험이 높은 산업군의 초기 고객사를 확보했다. 이들 고객과 협력하며 각 산업의 보안 규정에 최적화된 음성 인덱싱과 요약 기능을 고도화하는 중이다.
이번 투자를 결정한 와이콤비네이터는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등을 배출한 세계적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다. 합격률 1%대의 배치 프로그램에 선정된 기업은 3개월간 집중 멘토링과 시드 투자를 받는다. 하이퍼노트는 YC 네트워크를 활용해 북미·유럽 시장 확대와 AI 모델 최적화에 나설 계획이다.
하이퍼노트의 첫 투자사인 크루캐피탈은 이번 투자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기록했다. 지난 1년간 위블(S24), 피클(W25)에 이어 3회 연속 와이콤비네이터 선정 포트폴리오를 배출하며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교두보 역할을 증명했다.
하이퍼노트의 경쟁력은 '어벤져스급' 창업팀에서도 나온다. 정지헌 공동대표는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졸업 후 AI 생산성 서비스 분야에서 제품 출시 경험을 쌓았다. 이유종 공동대표는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를 나와 기업가치 9.9억 달러의 스타트업 '커서'에서 러브콜을 받을 정도의 개발자다.
조성윤 공동창업자는 민족사관고와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을 거쳐 핀테크 플랫폼 '핀다'에서 그로스 경험을 쌓았다. 이덕행 공동창업자 역시 민사고 졸업 후 듀크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스타트업에서 경력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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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헌 하이퍼노트 대표는 "보안이 중요한 환경에서는 클라우드 기반 미팅노트를 사용할 수 없어 많은 불편함이 따랐다"며 "우리는 모든 AI 추론을 디바이스 내부에서 처리하고 오픈소스로 투명성을 제공해 기업이 직접 검증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시장의 '퍼스트무버'로서 민감 정보를 다루는 전문직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업계 표준을 만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