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벤처기업인 1호 이용태, 하늘의 별이 되다

삼보컴퓨터 설립자 타계...SW와 인재 양성 관심 많았던 IT대부

컴퓨팅입력 :2025/04/14 10:03    수정: 2025/04/14 16:13

대한민국 벤처기업인 1호가 하늘의 별이 됐다. 초고속인터넷 선구자로 'ICT 강국 코리아'의 초석을 세운 이용태 전 삼보컴퓨터 회장이 14일 새벽 소천했다. 향년 93세. 빈소는 고려대병원에 차려졌다.

고인은 1980년, 청계천에서 삼보컴퓨터를설립한 대한민국 1세대 벤처기업가다. 특히 컴퓨터 소프트웨어(SW)에 관심이 커 인천 송도에 SW대규모 단지 건설을 추진하기도 했었다. 

고인은 1933년 3월 3일, 경상북도 영덕군 창수면 인량리에서 4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사서오경 등 한학을 공부했다. 이후 영덕농업고등학교(現 경북 영덕고등학교)에 진학했으나 6개월 다닌 후 자퇴하였다.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에 합격한 고인은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이학부 물리학과에 서울대학교 전체 차석, 물리학과 수석으로 입학했다. 서울대학교 졸업 후에는 미국 유타 대학교 대학원으로 유학해 통계물리학(부전공 전산학) 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수학 학원 강사 및 수학 참고서 저자로 명성을 날렸다. 그는 이지흠이란 이름으로 대입 수학 참고서들을 써냈는데 특히 '수학의 강의', '입시 수학의 분석 연구' 등의 수학 참고서들이 큰 인기를 얻었다. 1965년 제일학원, 대일학원을 세워 단기간에 성공했다. 충분한 돈을 마련한 1966년 염원했던 미국 유학을 떠났다. 유타대학교 대학원에서 통계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으로 돌아와 1980년 삼보컴퓨터를 청계천에서 설립해 대한민국 1세대 벤처기업가가 됐다. 당시는 전두환 정부가 국가발전을 위해 컴퓨터, 반도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하던 시기다. 이를 위해 한국의 데이터통신망부터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그 적임자가 고인이였다.

이용태 전 삼보컴퓨터 회장

당시 오명 체신부 차관이 직접 고인을 찾아와 부탁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오명 차관은 IBM의 손에 맡기지 않고 우리 힘으로 데이터망을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 적임자가 고인이라고 생각했다. 고인은 처음에는 사업 때문에 바빠서 거절했지만, 결국 데이콤 사장을 맡았다.

이후 한국 최초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회사인 두루넷, 삐삐 서비스 회사 나래이동통신을 설립했다. 2005년, 두루넷 관련 부실이 커지면서 삼보컴퓨터가 부도 처리됐고 이후 2012년 차남인 이홍선이 삼보컴퓨터를 인수해 경영 중이다. 2016년, 2005년 삼보컴퓨터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지게 된 채무와 이자 150억원가량을 감당하지 못해 개인 파산을 신청했다.

미래 인재교육에도 큰 관심이 있어 1987년 설립된 박약회 회장으로 활동해왔다. 박약은 논어의 ‘박문약례’(博文約禮 널리 학문을 닦고 예를 지킴)라는 구절에서 따왔다. 고인이 박약회와 인연을 맺은 건 삼보컴퓨터가 한창 커가던 1994년 무렵. 초대 회장인 김호길 포스텍(Postech) 총장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자리를 이어받았다.

유교문화 발전을 위한 유학자들의 모임에서 시작한 박약회는 군인과 학생들을 위한 인성교육 사업과 함께 시골 마을에서 현대식 향약을 실천하는 운동을 해왔다. 그동안 이 단체의 인성교육을 수료한 인원만 1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생전 그는 “인성교육은 흔히 입에 올리면서도 누구 하나 제대로 실천하기 어렵다. 훌륭한 기술도 좋지만, 훌륭한 사람을 만든다는 일에 매료됐다”고 말하곤 했다.

고인은 2021년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주는 정보통신 특별 공로상을 받았다. 당시 "89년을 살아오면서 정부로부터 받은 상으로는 처음이다. IT 분야의 공로를 정부가 드디어 인정해줘서 기쁘다”고 했다. 특히 고인은 자존심 쎄기로 유명했다. 정부에도 할말은 다 하곤 했다. 2년전 기자와 사석에서 "정부에서 국장급 직위를 요청받았는데 거절했다면서 "만일 그때 내가 자존심을 조금 굽히고 정부에 들어갔더라면 대한민국 컴퓨터가 달라졌을 것"이라며 "인천에 대규모 SW단지를 건설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 이용태 전 삼보컴퓨터 회장은...

1932년 8월 18일 생

1946년 안동중학교 입학

1947년 안동중학교 중퇴

1948년 서울 상경, 검정고시 준비

1952년 영덕농고 졸업, 서울대 물리학과 입학

1955년 상록학원 강사 취임

1957년 서울대 물리학과 졸업

1959년 동국대 강사

1960년 서울대 강사

1962년 제일학원 개설

1963년 수학 1 대수 대전 출간

1966년 미국 유타대 물리학과 입학

1969년 한국국과학기술연구소 입소

1972년 대일학원 개설

1976년 KIST 전자계산기운영실 실장

1978년 한국전자기술연구소 컴퓨터개발 담당 부소장

1980년 삼보전자엔지니어링(삼보컴퓨터) 설립

1982년 한국데이터통신주식회사(데이콤) 초대사장 겸 회장

1987년 삼보컴퓨터 주식 상장

과학기술의날 은탑산업훈장

한국정보산업연합회 회장

아시아대양주정보산업기구(ASOCIO) 설립

1988년 아시아대양주정보산업기구(ASOCIO) 회장 취임

1989년 퇴계학연구원 이사장

1994년 한국경영학회 최고기업가상 수상

전경련 국가경쟁력강화 민간위원회 정보화특별위원회 위원장

1996년 두루넷 설립

미디어밸리추진위원회 위원장

1997년 한국전자거래표준원 이사장

1998년 학교법인 숙명학원 이사장

1999년 한국전자거래진흥원 이사장

전경련 부회장

2000년 도산서원 원장 취임

한국정보산업연합회 명예회장

2001년 기업정보화지원센터 이사장

2003년 제33차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참석

2004년 일자리만들기위원회 부위원장

2005년 한국공개SW활성화포럼 운영위원회 의장

2007년 건국대 정보산업대학원 석좌교수

볼런티어 21 이사장 피선

2013년 한국정신문화재단 이사장 취임

2017년 소수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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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퇴계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