긱 이코노미,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넘어선 제3의 노동시장

[HR을 부탁해] 1차 정규직·2차 비정규직 이은 3차 임시직 노동시장으로의 고착화 막아야

전문가 칼럼입력 :2025/04/10 08:54    수정: 2025/04/10 11:05

김혜정 경기도일자리재단 일반행정 3급

'HR을 부탁해'는 일과 사람에 대한 고민을 가진 이 시대 직장인 모두를 위한 기획 연재물입니다. 다방면에서 활약 중인 HR 전문가들이 인적자원 관련 최신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전달합니다. 이번 칼럼은 경기도일자리재단의 동반성장팀 김혜정 부장(일반행정 3급)의 '디지털 노동시장' 1편입니다.

■ 인적용역의 디지털 거래소

2010년대 초반 ‘긱 이코노미(Gig Economy)’라는 용어가 유행처럼 번졌고, 2015년에는 ‘플랫폼 노동’이 실업률을 줄이는 유토피아인지, 고용불안을 키우는 디스토피아인지에 대한 학계의 첨예한 논쟁이 이어졌다. 이후 2020년을 전후로는 우버(Uber), 아마존 터크(Amazon Mechanical Turk), 프리랜서닷컴(Freelancer.com) 등을 중심으로 플랫폼 종사자의 규모, 유형, 근로 실태에 대한 국제적 실증조사가 본격화 됐다.

긱 이코노미는 지나간 유행어도, 먼 미래의 상상도 아니다. 실체를 갖춘 가속 성장 중인 디지털 노동시장이다. 미국 노동통계청에 따르면 긱 워커의 비중은 이미 36%를 넘었고, 2027년에는 전체 노동자의 절반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고용노동부의 2023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카카오T, 배민, 크몽, 숨고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인적용역을 제공하는 플랫폼 종사자는 최소 88만에서 최대 303만 명에 달한다. 이는 전국 15~69세 노동자 100명 중 11.4명이 플랫폼을 통해 일하고 있다는 뜻이다.

긱이코노미

■ 사회보장제도 바깥의 노동자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제도(고용보험, 산재보험, 건강보험, 국민연금)는 오랫동안 ‘정규직 중심의 안정된 전일제 고용관계를 가진 임금 근로자’를 전제로 설계돼 왔다. 그러나 플랫폼 종사자들은 ‘전통적인 고용관계 밖에서, 불규칙한 초단기 인적용역을 제공하는 비정형적 노동자’로,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 가이 스탠딩(Guy Standing)은 ‘프레카리아트: 새로운 위험한 계급(The Precariat: The New Dangerous Class)’에서 이들을 기존 제도에서 배제된, 새로운 노동 취약 계층으로 지목한다.

노동경제학의 ‘노동시장 분절 이론’(Segmented Labor Market Theory)을 모르더라도, 우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이동장벽이 높고, 고용 안정성과 임금 격차가 극심한 현실을 체감하고 있다. 과거에는 노동시장을 1차 정규직, 2차 비정규직 시장으로 구분했다면, 이제는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와 ‘그렇지 못한 노동자’로 재분절되는 시대다.

Standing, Guy, 2011, 프레카이아트; 새로운 위험한 계급 / G. Friedman, 2014, 고용주 없는 노동자: 플랫폼 자본주의 시대의 노동

■ 새로운 정책 감수성이 필요한 이유

노동 수요와 공급을 효율적으로 중개하는 디지털 노동시장의 성장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3차 임시직 노동시장으로 고착되지 않고, 지속가능한 대안 노동시장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뒤따를 제도의 변화에 더 예민하게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다.

첫째, 특정 직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초기에는 배달, 운전, 가사 등 지역기반 단순직에 집중됐지만, 2022년부터는 번역, 디자인, IT 개발 등 웹 기반 고숙련 직무가 급증했다. 최근에는 법률·세무·회계 등 전문 직종까지 확장됐다.

둘째, 플랫폼 종사자가 늘고 있다. 플랫폼 노동에 진입한 계기는 청년·남성·대졸자가 비자발적으로 기존 일자리를 떠나게 되면서, 생계 수단으로 선택하게 된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20대와 60대, 여성, 대학원졸 이상자의 유입도 증가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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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플랫폼 종사자 산재보험 적용 등 일부 제도 개선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제도적 공백이 크다. 법으로 공표되기 전에 알 수 없다고 여기지만, 국회 입법예고 홈페이지를 통해서 플랫폼 종사자 보호에 관한 입법안 등을 미리 살펴볼 수 있다.

긱 이코노미는 우리에게 새로운 노동의 가능성과 유연성을 제시하고 있지만, 동시에 전통적인 고용관계와 사회보장제도와의 구조적 충돌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플랫폼 노동이 유토피아가 될지, 디스토피아로 고착될지 우리의 관심이 중요하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혜정 경기도일자리재단 일반행정 3급

민간 채용플랫폼 잡코리아, 잡플래닛의 기획팀장으로 10여년 간 재직했고, 고용노동 관련 공공기관으로 이적하여 공공 고용서비스의 디지털 전환에 기여하고 있다. 연세대에서 ‘긱이코노미, 플랫폼 노동’ 연구로 ‘공공정책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민간, 공공, 학계를 아우르는 시야로 ‘디지털 기반 노동시장’에 대한 기고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