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식 탐색과 코드 자동화가 현실화될 정도로 인공지능(AI) 모델이 발전했습니다. 단순히 답을 잘하는 AI가 아니라 현실 데이터를 탐색하고 툴을 활용해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AI가 가능한 시점에 도달한 겁니다."
마이크 크리거 앤트로픽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최근 서울 잠실 시그니엘에서 열린 '코리아 빌더서밋'에서 공동 주최사 콕스웨이브 이엽 이사와 대담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AI의 진화가 단순 생성 능력에 머물지 않고 업무 자동화와 문제 해결로 확장되는 임계점을 넘고 있다고 진단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이런 발언은 단순한 기능 향상 이상의 흐름 전환으로 해석된다. AI가 '혼잣말 잘하는 모델'을 넘어 일을 '수행'하는 AI, 즉 에이전트형 구조로 진화하려면 수많은 도구, 시스템, 데이터와 유연하게 연결해주는 기술 인프라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연결이 해답"…MCP, 단절된 AI 생태계 하나로 묶는다
이같은 문제의식에 대한 해답으로 앤트로픽은 지난해 11월 AI 시스템과 외부 데이터 소스를 연결하는 통합 표준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CP)'을 오픈소스로 내놨다.
MCP는 '클로드'와 같은 생성형 AI가 파일, 채팅툴, 데이터베이스 등 다양한 시스템과 실시간으로 연동돼 더 정확하고 실질적인 응답을 생성할 수 있도록 설계된 연결 표준 규격이다. 모델 성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연결성의 한계를 구조적으로 보완하려는 시도다.
이 프로토콜은 AI 모델과 콘텐츠 저장소, 협업 툴, 개발 환경 등 실제 사용되는 시스템 간의 연결 장벽을 허무는 데 초점을 맞춘다. 기존에는 각 시스템마다 별도의 커넥터를 따로 개발해야 했지만 MCP를 활용하면 하나의 표준 방식으로 다양한 시스템을 동시에 연동할 수 있다. 앤트로픽은 MCP를 "AI와 데이터 간 단절을 해소하는 개방형 표준"이라고 설명한다.

프로토콜 구조도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AI 모델이 일방적으로 데이터를 요청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데이터 소스와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양방향' 통신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데이터와 기능을 제공하는 MCP 서버와, AI 모델이 설치된 클라이언트 간에 사전에 정해진 통신 규칙을 기반으로 상호 작용이 이뤄진다. 개발자는 MCP 사양과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를 활용해 서버를 구축하거나 해당 규격을 지원하는 클라이언트를 제작해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다.
MCP가 등장한 배경에는 기존 연동 방식의 비효율성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에는 서비스마다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구조가 달라 AI를 적용하려면 시스템마다 일일이 별도 커넥터를 개발해야 했다. 이로 인해 연동은 복잡하고 유지보수는 반복적으로 요구됐으며 확장성도 떨어졌다. MCP는 이런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다.
이질적인 시스템과도 하나의 통일된 방식으로 연결할 수 있어 레거시 시스템이 다수인 기업 환경에서 도입 시 데이터 접근성과 AI 자동화 범위를 대폭 확장할 수 있다. 이에 더해 프로토콜의 핵심은 단순한 커넥터 수의 확장에 있지 않다. 툴과 데이터세트를 오가며도 문맥을 유지할 수 있는 AI 시스템 구조를 만들어낸다는 데 의미가 있다.
"툴을 넘나드는 AI"…실행력 갖춘 연결형 생태계, 오픈AI까지 합류했다
이러한 연결형 구조는 사용자 경험 전반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일례로 사용자가 "이번 주 회의 자료 요약해줘"라고 입력하면 AI는 구글 드라이브에서 관련 문서를 불러오고 슬랙 메시지를 분석해 회의 맥락을 파악한 뒤 요약본을 자동으로 생성한다. 복수의 툴을 전환하며 수작업으로 정보를 옮기던 기존 방식과는 전혀 다른 접근이다.
"내 다운로드 폴더에서 이미지만 추려서 압축해줘" 같은 요청도 가능하다. AI가 로컬 파일 시스템에 직접 접근해 이미지 파일을 분류하고 정리한 뒤 자동으로 압축까지 수행한다. 복잡한 명령어나 API 호출 없이 프롬프트 한 줄이면 된다.

이미 MCP는 일반 사용자와 개발자 모두 접근이 쉬워졌다. 구글 드라이브, 슬랙, 깃허브 등 주요 툴은 이미 연결된 상태로 즉시 사용할 수 있으며 개발자들은 오픈소스 기반 도구나 커서(Cursor), 스미스리 등에서 손쉽게 커넥터를 구성할 수 있다.
이같은 사용자 경험 변화는 실제로 기업들의 빠른 도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결제·핀테크 기업 블록과 API 플랫폼을 제공사인 아폴로는 자사 시스템 전반에 연결형 AI 구조를 반영하고 있다. 클라우드 개발 환경을 제공하는 레플릿, 코드 자동화 도구를 개발하는 코드리움, 소프트웨어 코드 검색 엔진을 운영하는 소스그래프 등도 AI를 통해 코드 작성과 분석 효율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AI가 실무에 파고드는 속도는 그 어느 때보다 가파르다. 파일을 검색하고 문서를 요약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몇 분에서 몇 초로 줄고 복잡한 연동 없이 한 줄 명령어만으로 개발 환경에 AI를 붙일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오픈AI까지 가세하면서 업계 반응은 더욱 달아올랐다. 샘 알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X(구 트위터)를 통해 '챗GPT' 데스크톱 앱과 API 전반에 연결 프로토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고 이는 경쟁 기술 구조를 수용한 이례적 결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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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사실상의 'MCP' 표준화를 선언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생성형 AI의 '작업 수행 능력'을 현실화하려는 흐름 속에서 오픈AI까지 뛰어든 만큼, 플랫폼 간 호환성은 물론 향후 생태계 확장의 속도도 급격히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엽 콕스웨이브 이사는 "AI가 주체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으려면 결국 다양한 환경과 실시간으로 연결돼 있어야 한다"며 "지금은 모델을 설계하는 시대를 넘어 모델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시대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