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상온 양자역학 현상 발견…"성능 10배 우수한 소자개발 가능"

국내 연구진, 연구결과 네이처 게재…"스핀들 패러다임 바꿀 것"

과학입력 :2025/01/30 21:04

국내 연구진이 상온에서 구현되는 양자 역학 현상을 세계 처음 발견했다. 10배 정도 뛰어난 고효율의 차세대 양자 소자 개발이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KAIST 이경진·김갑진 교수와 서강대학교 정명화 교수 공동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상온에서 양자역학적 스핀 펌핑 현상을 발견했다고 30일 밝혔다.

국제학술지 '네이처'(현지시간 1월29일)에 게재된 이 연구 결과는 세 가지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스핀트로닉스 연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국내 연구진. 왼쪽부터 KAIST 이경진, 김갑진 교수와 서강대 정명화 교수(이상 교신저자), KAIST 이택현박사, 서강대 박민태 박사(이상 공동제1저자).

기존 스핀트로닉스 연구가 고전역학적인 관점으로 자화운동을 해석해왔다면, 이 연구는 스핀트로닉스에서 양자역학적인 접근이 필수적임을 증명했다.

이는 스핀트로닉스 기술이 단순한 전자소자 응용을 넘어 양자 기술의 핵심적인 기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스핀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꿀만한 연구 성과라는 것이다.

특히, 대부분의 양자역학적 현상은 극저온에서만 관측되는 것과 달리, 이번 연구는 상온에서 양자역학적 스핀 펌핑 현상을 관측했다는 점에서 연구팀들은 큰 의미를 부여했다.

또 다른 의미는 재료-측정-이론 각 분야의 전문성이 결합된 공동연구의 성공사례라는 점이다.

정명화 교수 연구팀은 먼저 철로듐합금(FeRh) 박막을 고품질로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김갑진 교수 연구팀은 FeRh의 독특한 자기 상전이를 활용해 스핀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실험을 통해 예상보다 훨씬 큰 스핀전류가 관측되었지만 그 의미를 해석하지 못하던 중, 이경진 교수 연구팀이 양자역학적인 스핀 펌핑 개념을 제안하고 이를 추가적인 실험과 이론으로 증명했다.

정명화 교수는 "상전이 순간에 발생하는 스핀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나노초(10의 9승초) 수준의 짧은 시간 동안 매우 작은 신호를 정밀하게 포착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며 "오랜 시간 반복적인 측정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해야 하기 때문에 끈기와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림 위는 고전역학적 스핀 펌핑(a)과 양자역학적 스핀펌핑(b)이 발생하는 그림을 나타낸 개략도. 아래 그림은 철(Fe)과 로듐(Rh)의 합금인 FeRh에서 발생하는 양자적 스핀 펌핑을 보여준다.

정 교수는 "공동 제1저자인 이택현 박사가 실시간 스핀 측정법을 스스로 제안하고 이를 구현했다"며 "박민태 박사는 끈기 있는 측정을 통해 양자역학적인 스핀 펌핑 현상을 실증했다"고 칭찬했다.

정 교수는 또 "기존 고전역학적 방식에 비해 10배 이상의 스핀 전류를 생성하는 방법을 제시한 것도 차세대 전자 소자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스핀펌핑 방법으로 양자소자 제작 가능성 제시

전자는 전기적인 성질인 전하와 자기적인 성질인 스핀을 동시에 갖고 있다. 물질 내에서 전자가 이동하는 현상인 전류는 전하가 이동해 발생하는 전하 전류와 스핀의 이동으로 발생하는 스핀 전류로 나뉜다.

대부분의 전자기기는 전하 전류로 작동한다. 하지만 전류가 흐를 때 전자가 물질 내부 원자와 충돌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열이 발생하고, 이는 에너지 소모량 증가와 효율 저하로 이어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스핀 전류를 이용해 전자 소자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를 ‘스핀트로닉스(spintronics)’라고 한다.

스핀트로닉스 기술 구현의 핵심은 스핀 전류를 생성하는 것으로, 스핀 전류 생성의 여러 방법 중 하나는 스핀 펌핑(spin pumping)이다.

스핀 펌핑은 자성체와 비자성체를 접합했을 때, 스핀이 세차운동에 의해 자성체에서 비자성체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고전역학으로 생성되는 스핀 전류는 크기가 작아 실제 전자 소자에는 활용이 제한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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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국내 연구진이 세계 처음으로 극복한 것이다.

정명화 교수는 “기존 스핀트로닉스 연구는 고전적인 스핀 운동을 이용해 온 반면, 이번 연구는 스핀의 양자적인 특성을 활용해 응용 측면에서도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증명한 것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