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수익성 높은 'AI 메모리'에 주력…초격차가 최우선

[人事로 본 새해 전망⑦] 中 저가 메모리 공세에 돌파구

디지털경제입력 :2025/01/30 15:55

‘인사는 만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적재적소에 전문성 있는 인재를 등용하는 것이 만사의 출발점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말은 기업들의 새해 전략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기업 수장들의 행보와 성향을 잘 살펴보면 미래 전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지디넷코리아는 이런 문제의식을 토대로 '人事로 본 새해 전망' 시리즈를 통해 국내 주요 기업들의 새해 전략을 분석합니다. (편집자 주)

올해 국내 반도체 업계는 AI 메모리 리더십을 확보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범용(레거시) 메모리 수요 둔화와 함께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의 저가 공세에 위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수익성이 높은 AI 메모리가 성장 동력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반도체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AI 기술 초격차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1월 18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NRD-K 설비반입식에 참석한 가운데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전영현 부회장 DS부문장,(가운데)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D램부터 손본다…AI 메모리 개발에 주력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지 50년 만에 최대 위기에 직면하면서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대형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이 지연되면서 AI 메모리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내준데 이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15조원으로 SK하이닉스(영업이익 23조4천673억원)에 처음으로 뒤쳐지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가전, 모바일, 반도체까지 포함한 전사 영업이익(6조5천억원)은 SK하이닉스 영업이익(8조828억원)를 하회하며 충격을 더했다.

삼성전자는 위기를 인정하고 올해 기술 개발에서 기초부터 손을 보겠다는 다짐이다. 지난해 5월 원포인트 인사로 DS부문장으로 취임한 전영현 부회장은 작년 연말 인사에서 사장급이 맡는 '메모리사업부장'까지 겸직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는 삼성전자의 자존심이었던 D램을 다시 재설계해서 HBM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또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삼성종합기술원(SAIT) 산하 AI센터와 DS부문 혁신센터를 통합해 새로운 'AI 센터'를 신설하고, 전 부회장이 직접 지휘한다. AI 센터는 AI 시장 확대에 맞춰 차세대 AI 반도체들을 적극 개발할 예정이다.

전영현 DS 부문장 대표이사 부회장(좌측),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대표이사 부회장(우측) (사진=삼성전자)

전영현 부회장은 지난 1월 2일 신년사에서 "초격차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가자"고 강조하며 "우리 사업의 근간인 기술과 품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AI와 품질 관련 조직을 한층 더 강화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시스템LSI,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개선을 위해 제품 설계, 공정 개발, 생산, 품질 등 전 분야에서 개혁 작업에 들어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1위 TSMC(64.9%)와 2위 삼성전자(9.3%)의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진 상태다.

파운드리 수장은 지난해 말 한진만 삼성전자 DS부문 DSA총괄 부사장이 파운드리 사업부장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맡게 됐다. 또 사장급 최고기술책임자(CTO) 보직을 신설해 남석우 DS부문 글로벌제조&인프라총괄 제조&기술담당 사장을 배치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외에 신사업 개발에도 주력한다. 지난해 말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 직속으로 '미래로봇추진단'을 가동하고, 휴머노이드 등 미래로봇을 집중 개발한다. 아울러 최근 최대주주로 올라선 로봇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와도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전장사업팀은 '하만협력팀'으로 바꿔 자회사 하만과 함께 모빌리티 시장도 적극 공략한다.

SK하이닉스, HBM 주도권 공고화…'AI 원팀' 체제 구축

SK하이닉스는 HBM 공급 호조에 힘입어 2025년에도 실적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증권가는 연간 영업이익이 33조원을 돌파하며 삼성전자 전사 영업이익을 상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SK하이닉스의 D램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했다.

SK하이닉스는 4분기 실적에서 "업계 선두의 HBM 기술력과 수익성 중심의 경영을 통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달성했다"며 "올해 HBM3E 공급을 늘리고 HBM4도 적기 개발해 고객사 요청에 맞춰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 제품을 핵심 고객인 엔비디아에 가장 먼저 공급한데 이어 올해 16단 제품 개발도 완료해 공급하고, 2026년 주력 제품인 HBM4 12단 제품의 양산 준비도 올 하반기에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서버용 DDR5, 기업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고성능 메모리 시장에서도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리더십을 이어가기 위해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사업부분을 5개 조직으로 개편하고 'AI 원팀(One Team)' 체제를 구축했다.

5개 사업부분은 ▲AI Infra(CMO, Chief Marketing Officer) 김주선 사장 ▲미래기술연구원(CTO, Chief Technology Officer) 차선용 부사장 ▲코퍼레이션 센터(Corporate Center) 송현종 사장 ▲개발총괄(CDO, Chief Development Officer) 안현 사장 ▲양산총괄(CPO, Chief Production Officer) 김영식 부사장 등으로 구성된다. 이중 '개발총괄'과 '양산총괄'은 이번에 신설된 조직이다.

관련기사

SK하이닉스는 "5개 조직은 핵심 기능별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C-Level’(C레벨) 중심의 경영 체제를 도입했다"라며 "곽노정 최고경영자(CEO)를 중심으로 C-Level 핵심 임원들이 주요 의사결정을 함께 이끌며, 시장과 기술의 변화에 더 민첩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SK하이닉스는 미국의 데이터센터의 대대적인 투자로 인한 AI 메모리 공급을 지원하기 위해 SK그룹과 함께 대응하기로 했다. SK그룹은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북미 대외업무 컨트롤타워인 SK아메리카스를 신설하고, SK아메리카스 대관 총괄로 폴 딜레이니 부사장을 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