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공지능산업협회(AIIA)가 인공지능(AI) 기술의 안전성과 산업 적용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해 전문가 교류의 장을 열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생성형 AI는 산업 전반에서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플랫폼의 융합이 산업 구조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이에 AIIA는 이날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AI와 관련된 주요 이슈를 점검하는 '46회 조찬 포럼'을 마련했다.
이번 포럼은 국내 AI 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AI 안전성 확보와 빅데이터 플랫폼 융합으로 인한 산업 지형 변화를 집중 조명했다. 주요 발제자로는 김명주 인공지능안전연구소(AISI) 소장이 'AI 안전 연구소의 역할과 비전'을 엄태덕 모비젠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생성형 AI와 데이터 플랫폼의 융합 및 활용 전략'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명주 소장은 AISI의 역할과 비전에 대해 설명하며 AI 기본법을 기반으로 연구소가 수행할 주요 업무를 소개했다. AISI는 지난해 11월 설립된 국가 차원의 기술 및 정책 연구소로, AI 기술의 안전성과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김 소장은 "AISI는 글로벌 규제를 준수하면서도 국내 AI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영국, 미국, EU 등의 AI 안전 거버넌스 모델을 참고해 한국형 AI 안전 연구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영국의 프론티어 AI 관리 사례와 EU의 고위험 AI 분류 방식을 벤치마킹해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AISI는 생성형 AI 등 프론티어 AI 기술의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산량 기준과 위험 평가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챗GPT'와 같은 거대 언어 모델이 초래할 수 있는 할루시네이션 문제 등 사회적·윤리적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 투명성과 안전성 원칙에 기반한 가이드라인을 개발 중이다.
산업 진흥에도 많은 힘을 쏟고 있다. 현재 AISI는 이미 25개 주요 국내 AI 기업과 MOU를 체결하며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김 소장은 이를 히말라야 등반의 가이드 역할을 하는 '쉐르파'에 비유했다.
그는 "우리는 AI 기업이 기술의 정점에 오르도록 가이드하고 지원할 것"이라며 산업 전반의 성장과 발전을 돕는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발제를 맡은 엄태덕 모비젠 CTO는 생성형 AI와 데이터 플랫폼의 융합을 통한 산업 혁신 방안을 소개했다. 엄 부사장은 생성형 AI가 빅데이터를 학습해 인간의 추론과 유사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며 방대한 비정형 데이터까지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엄 부사장은 최근 도입된 '그로킹(Grokking)'과 '테스트 타임 컴퓨팅(Test-Time Computing)' 같은 기법이 생성형 AI의 성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로킹'은 모델이 학습 후 일정 기간 동안 성능이 정체되다가 추가적인 학습 과정을 통해 갑작스럽게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는 현상을 뜻한다. 이는 기존 학습 알고리즘의 한계를 넘어 모델이 더 깊은 패턴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테스트 타임 컴퓨팅'은 모델이 학습 중에 축적한 정보를 테스트 시점에서 동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 기법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때 모델이 기존 데이터를 단순히 사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시간으로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고 적응할 수 있게 한다.
그는 "이러한 변화로 인해 이제 비정형 데이터 활용이 기업의 시장 가치를 결정짓는 '그레이트 디바이드'를 형성하고 있다"며 "비정형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 내 데이터 활용 방식에서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생성형 AI는 기존 단순 검색을 넘어 기업의 데이터를 통합·정리하고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수준까지 발전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팔란티어다. 데이터 아키텍처와 운영 체계(OS)를 개선해 다양한 데이터를 필요에 따라 재구성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회사는 국방, 의료, 사이버 보안 등 폭넓은 분야에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엄태덕 모비젠 CTO는 "팔란티어의 데이터 운영 모델은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고 적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점이 인상적"이라며 "특히 다양한 분야에서 데이터를 전략적으로 연결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적화된 사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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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IA는 향후에도 AI 산업 발전과 관련 주요 이슈를 지속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제47회 조찬 포럼은 다음 달 18일 양재 엘타워에서 열리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남철기 과장과 양종필 특허청 심사관이 참석해 AI 관련 주요 사안을 다룰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장병탁 서울대 AI 연구원장은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놀랍다"며 "국내 기업들이 이를 활용해 올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