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하면 보통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만 생각합니다. 여기는 대기업들의 시장이죠. 그런데 그 외 산업용 기계나 개인 모빌리티 등 다양한 배터리 적용 분야가 있습니다. 이쪽은 대기업이 손대기 어려운 다품종 소량 생산 시장입니다. 저희는 이 틈새 시장을 공략하려 합니다.
권기정 리비텍(ribiTec) 대표는 지디넷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회사가 지향하는 목표를 이렇게 설명했다. 리비텍은 골프장 운영 기업 블랙스톤리조트와 권 대표가 창업한 배터리팩 제조 기업 CTNS가 합작 설립한 회사다.
양사가 먼저 주목한 배터리 틈새 시장은 골프카트다. 리비텍은 현재 사용후 배터리를 골프카트 배터리로 리패키징하고, 배터리 데이터를 수집·관리하는 IT 기능을 탑재해 블랙스톤리조트 제주도 골프장에서 운영되는 골프카트 80여대에 제공하고 있다.
이점은 크게 두 가지다. 잔존 가치가 상당한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를 활용, 새 제품 대비 저렴하게 골프카트 배터리를 수급할 수 있게 된다. 또 배터리 관리를 위해 이전에 없던 IT 기능을 탑재하면서, 골프장의 골프카트 관리도 보다 수월해진다. 가령 이용 후 반납되지 않고 골프장 구석에 방치된 카트의 위치도 즉각 확인해 관리할 수 있다.
올해는 특히 벤츠 전기차 화재를 계기로 배터리 안전에 대한 우려가 크게 고조됐다. 권기정 대표는 배터리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핵심은 실시간 배터리 데이터에 있다고 설명한다.
권 대표는 “배터리를 재사용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우려는 안전에 대한 불신인데, 이는 IT로 해결 가능한 부분”이라며 “실시간으로 배터리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관제하는 환경에선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골프카트를 충전기에 연결한 채로 퇴근하는 관리자 입장에서 이런 측면을 매우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가격 경쟁력도 자신했다. 리비텍은 사용후 배터리 탑재 골프카트를 월 구독 서비스로 제공할 계획이다. 지금은 골프장에서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된 골프카트가 주로 쓰이는데, 이를 주기적으로 사서 쓰는 것보다 저렴할 뿐더러 IT 기능도 사용할 수 있어서다.
장기적으로 사업 수익성도 향상될 것으로 봤다. 전기차 배터리 수명은 통상 10년 정도다. 이를 감안하면 오는 2027년부터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물량이 본격 성장할 전망이다. 이 시기에 접어들면 사용후 배터리 가격도 현 수준보다 하락해 수급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 배터리 재활용이 아닌, IT 서비스도 접목해 사업 가치를 높임에 따라 목표 영업이익률을 20% 수준까지 내다봤다.
회사는 블랙스톤리조트 골프장에서 현장 실증 결과를 토대로,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골프카트 구독 서비스 사업을 개시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타 골프장 두 곳에 샘플을 공급했다. 공급 대수 1천500대, 매출 3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골프장에서 운영되는 골프카트를 통해 수집된 실시간 데이터들을 모아 배터리 관리 기술도 지속적으로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배터리 화재 예방 및 잔존 가치 추정, 성능 최적화를 위한 알고리즘 개발을 내년 사업 계획 중 한 축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회사가 주목한 또 다른 틈새 시장은 지게차 분야다. 권 대표는 "지게차 대여 사업자들이 수시로 현장을 돌아다닌다고 한다"며 "지게차가 잘못 관리되거나, 현장을 이탈하진 않는지 살피기 위해 직원 여러 명을 고용해 현장 실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시간 관제 기능이 탑재된 배터리를 사용하면, 이런 수고를 덜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배터리 생산 공정에는 대규모 투자가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리비텍의 경우 CTNS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X) 역량을 토대로 다품종 소량 생산에 적합한 생산 공정을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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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대표는 "한 라인에서 여러 제품을 유연하게 생산해낼 수 있는 '자율형 유연생산 시스템'이 저희 사업의 한 축"이라며 "새 배터리 제품을 생산하려면 제조 장비를 다 세팅해야 하고, 시간과 비용 손실이 크게 따르는데 여기에 인공지능(AI)을 접목했다"고 설명했다. 엔지니어가 입력한 배터리 스펙에 맞게 생산 공정 설비가 자동 설정돼 생산 시간을 줄여준다.
권 대표는 "전기차 캐즘(수요정체) 때문에 배터리 업계에 대한 저평가 시선이 있지만, 이 시장은 아직 블루 오션이 다양하게 존재한다"며 "농기계나 산업용 모빌리티, 로봇 등 시장은 개화도 되지 않은, 잠시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이라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