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사회를 목전에 둔 우리나라에서 노인당뇨병 환자가 급증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관리 방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지난 2021년 글로벌 질병 부담(GBD)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50대 이상에서 당뇨병이 주요 질병 부담 요인 중 하나로 나타났다. 70대 이상에서는 더 심각해 뇌졸중과 치매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질병 부담 요인이었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의 지원으로 윤재승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내분비내과 교수팀이 시행한 노인당뇨병 현황 연구에 따르면, 2019년~2022년 국내 노인당뇨병 환자는 약 233만 명으로 확인됐다. 유병률은 29.3%로, 고령 인구 증가에 따라 노인당뇨병 환자 수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질환인 당뇨병이 특히 고령층에서 위험한 이유는 관리의 까다로움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우리 몸이 노화하면 항상성이 감소한다. 노인당뇨병 환자는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 저하, 근육량 감소, 지방량 증가 등으로 인해 고혈당 상태에 빠지기가 쉽다.
뿐만 아니다. 노인당뇨병 환자는 저혈당의 대처 및 인지 능력 저하로 인해 혈당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앓고 있는 동반질환도 혈당 관리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립보건연구원의 한국인 노인당뇨병 대사관리 지표를 보면, 고혈당·고혈압·이상지질혈증의 복합 조절률은 40%로 나타났다. 이는 50%의 노인 환자들이 관리가 필요한 상황에 놓여있음을 의미한다.
관리 미비는 노인당뇨병 환자 가운데 비만과 복부 비만 비율이 각각 43%, 60%가량인 점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75세 이상에서는 복부 비만이 65%로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꾸준히 운동하는 절반가량으로 10년 전의 43.7%보다는 증가했지만 75세 이상은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당뇨병 환자, 동반질환에 멍든다
당뇨병을 앓는 어르신이 사망에 이르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동반 질환은 말기신질환이며, 이어 치매와 암으로 나타나 이들 동반질환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이들의 정신건강 관리도 필요한 실정이다. 노인당뇨병 환자의 우울증 유병률은 2012년 14.5%에서 2021년 15.3%로 소폭 증가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노인당뇨병 환자의 경우, 사망 위험이 19% 증가하고, 심근경색·말기 신질환·파킨슨병·치매 발생 위험도 적게는 14%에서 최대 66%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노인당뇨병 환자의 우울증 관리는 단지 정신건강 관리 효과 뿐만 아니라 여러 합병증 위험 감소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윤재승 교수는 “우울증에 따라 활동력이 떨어지고 나쁜 식습관 등으로 인해 우울증이 건강 악화 연관은 여러 연구를 위해 입증됐다”라며 “우울증을 갖는 노인당뇨병 환자에 대한 더 관심을 갖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들의 약제 사용을 위한 치료 지침 근거 확보도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일선 의료 현장에서는 노인당뇨병 환자에 대해 혈당강하제(SGLT-2 억제제)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해당 약제가 어르신에게 탈수·체중감소·요로감염·케톤산증 등의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SGLT2 억제제는 신장에서 포도당이 재흡수되는 것을 억제하여 혈당을 낮추는 약물이다.
주지한 대로 당뇨병을 앓는 고령층은 여러 동반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아 여러 약을 복용하고 있다. 노인당뇨병 환자는 평균 9.4개의 약을 먹고 있었는데, 환자의 83.8%가 5개 이상의 약제를 처방받았으며, 10개 이상의 약제를 복용하는 환자는 41.8%, 20개 이상 약을 먹고 있는 환자도 5.5%나 됐다.
반면, 비당뇨병 노인이 평균 5.1개였다.
이러한 ‘다중약제처방’은 사망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10개 이상의 약제를 복용하는 노인 당뇨병 환자는 5개 미만을 먹는 환자보다 사망 위험이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해 새로 당뇨병을 진단받은 노인 환자의 1년 약제 처방 점유율을 보면, 80% 이상인 양호한 약제 순응도 비율은 6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재승 교수는 “노인당뇨병 환자를 위한 약제가 없고, SGLT2 억제제에 대해 치료 지침은 여전히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노인에 대한 기초 실태 현황도 안되어 있는 상황에서 기존 의약품을 노인당뇨병 환자에 사용할 때의 효과성과 안전성 조사도 미미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인의 이질적인 상태를 고려한 연구로 이들에 대한 관리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