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AI(Sovereign AI)가 세계적 화두로 떠올랐다. 소버린 AI는 각 국가가 자체 데이터와 인프라를 활용해 그 국가나 지역의 제도, 문화, 역사, 가치관을 정확히 이해하는 AI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걸 말한다. 소버린(sovereign)은 ‘자주적인’ ‘주권이 있는’ 이라는 뜻이다. 소버린 AI는 아무나 가질 수 없다. 고성능 그래픽 처리 장치를 보유한 데이터 센터와 이를 뒷받침하는 전력망, 데이터 수급,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는 과정을 갖춰야 한다. 막대한 돈과 데이터, 기술, 인프라가 필요한 것이다. 실제 세계적으로 소버린AI를 갖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몇 곳 안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네이버가 가장 강력히 소버린AI를 주창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강조하는 소버린AI에 대해 '국뽕'이 아니냐는 시선도 보낸다. 네이버가 소버린AI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네이버클라우드 소속 하정우 네이버퓨처 AI센터장(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 겸임)을 최근 만나 이에 대한 답을 들어봤다. 서울대서 컴퓨터공학으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받은 하 센터장은 작년과 올해 외부 AI강연을 800~900회한 'AI전도사'이기도 하다. 네이버에서 여러 AI 주요 보직을 거쳤고, 그동안 쓴 논문이 50편이 넘는다. 인터뷰는 네이버가 입주한 판교 테크1 건물에서 했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소버린AI가 새로운 수출 아이템이라면서 "네이버 어젠다가 아니라 대한민국 성장 어젠다"라고 강조했다. 또 "국가대표 AI기업 3~4곳에 GPU 5천장을 몰아줘야 한다"면서 "이렇게 지원받은 기업 결과물을 오픈소스로 공개해야 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I가 국력을 가르는 요소기술로 부상했는데 AI 특성상 기업만으로는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하기 버거우니 캐나다와 일본처럼 정부가 직접 기업의 AI인프라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는 이런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고동진 의원이 최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반도체에 직접 보조금을 줘야 한다"고 제기하는 등 국회와 일각에서 정부가 반도체에 직접 보조금을 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AI도 반도체같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하 센터장 생각이다. 또 하 센터장은 작년보다 시기가 늦어졌지만 네이버 연례 컨퍼런스인 '단(DAN)'이 올해도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작년 'DAN'에서 자사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X'를 발표한 바 있다. 인텔 과의 반도체 공동 개발에 대해서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예상했다. 아래는 하 센터장과 일문일답.
-전세계가 AI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히 경쟁하고 있다. 이전에는 SW가 세상을 삼켰는데, 지금은 AI가 그 SW를 삼키고 있다. 우리 정부도 몇 년 전 AI 3대 강국을 비전으로 제시했고, 조만간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AI위원회도 발족한다. 하 센터장이 대통령이나 과기정통부 장관처럼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면 AI강국 코리아 달성을 위해 무엇을 하겠는가?
"세 가지를 하고 싶다. 첫째는 정부가 GPU를 1만장 정도 구매해 국가대표 AI기업 3~4곳에 5천장을 주고, 나머지 5천장은 대학과 연구실, 스타트업에 주겠다. GPU 1만개 정도면 데이터센터를 만들 수 있다. GPU를 무료로 달라는게 아니다. 저렴하게 사용하게 해달라는 거다.
둘째, 이렇게 지원 받은 기업들은 한국 문화를 잘 이해한 소버린AI를 만들어 오픈소스로 공개해야 한다. 국가대표 AI기업들에게 일종의 '숙제'를 주는 거다. 그러면 국내 대학과 연구소, 모든 스타트업들이 이를 활용할 수 있다. 새로운 AI기술은 계속 쏟아져 나온다. 지금 우리나라 AI 생태계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미국 메타의 오픈소스 모델인 '라마'를 사용해 한국어 데이터로 파인트닝(세부학습)해도 서비스 품질(퀄리티)이 안나온다는 거다. 애당초 프리 트레이닝(사전학습)할 때 한국어 데이터가 적어 그런거다. 프리 트레이닝 할 때 한국어 데이터가 부족하다보니 리더보드(순위 평가표)에 숫자는 나오지만 외국 유명 오픈소스 모델을 가져와 뭘 만들어도 쓸 만한 게 안 나온다. 국가대표 AI기업의 오픈소스 공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셋째, 이렇게 오픈한 소스를 바탕으로 스타트업 등 우리 기업이 '아랍어 중심 LLM' '인도네시아 중심 LLM' 등 각국에 맞는 소버린AI를 만들어 수출하면 된다. 소버린AI가 한국을 먹여살리는 새로운 수출 아이템이 될 수 있다."
-정부가 국가대표 AI 기업 3~4곳에 GPU 5천개를 몰아준다고? 우리나라 환경에서 이게 가능할까? 시민단체 등에서 반대하지 않을까? 네이버 등 대기업에만 유리한 거 아닌가?
"네이버가 아니여도 된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뽑으면 된다. 잘하는 스타트업이 들어올 수 있을 거다. 이렇게 지원한 GPU는 정부 자산이다. 기업이 갖는게 아니다. 단지 기업이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거다. AI가 새로운 수출 아이템이 될 수 있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외국에 이런 사례가 있나?
"캐나다,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가 이렇게 한다. 캐나다는 2조원 상당 컴퓨팅 인프라를 구매해 자국 기업에 지원한다고 올 4월 발표했다. 프랑스는 정부가 AI에 총 9조원을 투자했고, 이중 상당액이 프랑스판 소버린AI를 만드는 스타트업 '미스트랄'에게 돌아갔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가 현금으로 소프트뱅크에 4500억원을 꽂아줬다. 이탈리아 정부도 아이지니어스라는 기업을 키워 소버린 AI를 만들었다. 독일도 소버린AI 기업이 있다. 작년 12월 EU가 규제를 담은 AI 법안을 통과시킬 때 반대했던 나라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다. 모두 소버린AI를 갖고 있는 나라다. 믿고 있는 게 있어 반대했던 거다. 정부가 음으로 양으로 열심히 지원해 쓸만한 국가대표 AI 기업을 만들어 놓으니 자신감 있게 규제에 반대를 한 거다. 이처럼 다른 선진국도 정부가 움직인다. 프랑스 스타트업 미스트랄이 우리보다 더 잘해서 잘 나가겠나?"
-하 센터장이 강조하는 소버린AI가 네이버의 '국뽕'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혀 아니다. 소버린AI를 데이터 주권처럼 배타적인 개념으로 잘못 이해한 사람들이 국뽕이라는 말을 한다. 소버린AI는 그 나라의 문화를 좀 더 잘 이해하는 AI를 말한다. 챗GPT나 구글 재미나이가 네이버보다 못하나? 그렇다. 한국 문화에 대한 디테일한 건 우리보다 못한다. 멀티 모델로 가면서 이게 더 심해졌다. 지금은 수정했지만, 예전에 챗GPT가 우리나라 동해를 일본바다(Japan of sea)라고 하지 않았나. 이중섭 화가가 그린 그림 '소'도 마찬가지다. 서구 지식에 기반한 엉뚱한 답을 내놓는다. 또 백제 시대 금동화로에 대한 설명도 마찬가지다. 틀린 답을 내놓는다. 이런 잘못된 정보로 우리 아이들이 배우면 어떻게 되겠나. 잘못된 역사 정보는 가치관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는 불법이지만 미국은 마리화나가 지역에 따라 자율이다.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냐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빅테크 기업의 AI는 북미 (데이터) 중심으로 셋업이 돼 있다. 문화,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와 안맞는 부분이 많다.
이런 고민은 우리나라만 하는 게 아니다. 중동, 동남아, 아프리카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심지어 유럽도 그렇다. 프랑스가 왜 자체 AI를 만들었겠나. 프랑스 문화와 안 맞는 것들을 빅테크 AI가 제시하니 그렇다. 모든 나라는 자국을 잘 이해하는 소버린 AI를 갖고 싶어한다. 하지만 만들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와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정도만 갖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만들 역량이 안돼 신뢰할 파트너를 찾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소버린AI를 만들 기술은 되지만 돈만 받고 기술 전수를 안한다. 기술 종속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무서운 거다. 반면 한국은 그렇지 않다. 네이버 포지션은 헤게모니를 갖자는게 아니다. 해외에 가서 공동 개발과 공동 투자, 공동 운영, 그리고 기술 전수까지 고려하고 있다. 신뢰를 주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싶다. 소버린AI는 네이버 어젠다가 아니다. 정부 어젠다가 돼야한다. 정부가 깃발을 들고, 소버린AI를 갖고 있으니, 기업들을 모아 동시다발적으로 중동도 가고 인도네시아도 가고 해야 한다. 어느 나라는 어느 기업이 맡고, 어느 나라는 어느 기업이 맡고, 이런 정책을 정부가 펼쳐야 한다."
-우리나라 산업계의 AI경쟁력은 어떻다고 보나?
"생성AI만 보면 미국, 중국 빼고 한국이 가장 잘한다. AI는 모델만 중요한 게 아니다. 그 밑에 있는 반도체부터 시작해 AI, 클라우드, 그리고 AI 모델 운영을 하고 배포하고 이 걸로 서비스를 만들고하는 전체 밸류체인이 필요하다. 이런 밸류체인을 다 갖고 있는 나라가 적다. 미국과 중국, 한국밖에 없다. 물론 미국이 압도적으로 잘하고, 중국은 미국만큼 잘한다. 한국 등 나머지 나라들은 저만치 떨어져 있다. 최근에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대만, 싱가포르 이런 나라들이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전체 밸류체인을 다 갖춘 곳은, 자국 클라우드를 갖고 있는 나라도 미국, 중국, 한국, 러시아 정도다.
이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려면 기업만 잘해선 안된다. AI가 국력인 시대다. 선진국은 AI를 안보 어젠다로 보고 있다."
-아카데미(학계) 경쟁력은 어떤가?
"AI는 논문 게재보다 컨퍼런스 발표가 더 중요하다. 기술 발전이 빠르기 때문이다. 컨퍼런스 기준으로 보면 국내 AI학계의 경쟁력은 컴퓨터 비전 경우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다. 머신러닝은 7위쯤 한다. 이래저래 평균 5~6위쯤 되는 것 같다. GDP 순위보다 높다. 이건 건수 기준이고, 인용수나 바이럴 등 임팩트 기준으로 보면 건수 대비 더 아쉽다. 질적으로 아쉬운 건, 우리나라는 될 만한 논문 중심으로 논문을 쓰기 때문이다. 여기에 과제 평가도, 교수 승진도 건수를 중요시하다 보니 그렇다. 건수가 줄더라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논문들이 많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 이런 구조가 아니다."
-AI분야는 SCI 논문을 안쓴다고?
"그렇다. 기술 발전이 빠르기 때문이다. SCI는 제출하고 최종 승인되는 데 2년 정도 걸린다. AI 바닥에서 2년이면 세상이 다 바뀌는 시간으로, 현재 쓴 논문이 쓸모가 없어진다. 컨퍼런스는 그렇지 않다. 반응을 알 수 있는 타임이 빠르다보니 SCI보다 컨퍼런스 발표를 더 선호한다."
-네이버가 작년 이맘(8월말) 때 '단(DAN) 23'을 개최, 클로바X를 공개했다. 올해는 DAN 행사를 안하나?
"올해도 한다. 날짜가 확정되지 않았다. 올해내로 할 거다(웃음)"
-작년 DAN 행사에서 발표한 거대언어모델(LLM) '클로바X'가 챗GPT 등 빅테크 제품보다 성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어 데이터를 더 많이 학습했는데 왜 그런가?
"AI 성능을 좌우하는 GPU 숫자에서 네이버가 글로벌 빅테크들과 상대가 안된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그만큼 GPU를 많이 써야하는데 그렇게 못한다. 우리가 아무리 좋은 모델을 가지고 있어도 전 국민 대상 서비스를 하려면 GPU를 훨씬 더 많이 써야하고 확보해야 한다. 글로벌 빅테크들과 규모의 차이가 있다."
-AI가 글로벌 빅테크간 쩐의 전쟁이 됐다. 네이버 등 국내 대기업은 물론 스타트업들도 포지셔닝에 어려움이 많다. 네이버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당연히 전면전을 하면 안된다. 네이버도 지금까지 전면전으로 대응한 건 아니다. 기술이 문제가 아니다. 기술은 어떤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거고, 이 기능이 서비스로 이어져야 한다. 기술 우월성이 100% 서비스 우월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랬다면 일본 소니나 미국 제록스가 전 세계를 지배했어야 한다.(웃음) 기술은 기능이 되고 이 기능을 서비스화하는 건 경험을 굉장히 많이 필요로 한다. 구글이 성공한 서비스가 있나? 구글은 인수한 것 밖에 없다. 그만큼 서비스는 성공하기 힘들다.
네이버는 플랫폼으로서 서비스를 운영한 경험이 매우 많다. 특히 엔드유저(소비자)를 갖고 있다. 플랫폼으로서 유리한 부분은, 데이터 축적하는 부분도 있지만 최종 사용자들이 매일매일 쓰는 성공적인 서비스들을 갖고 있다는 거다. 이들 서비스 밑단에 AI를 붙일 수 있는 체계가 이미 만들어져 있다.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는 이런 경험은 대단한 거다. 이 안에서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발견할 수는 가능성이 네이버가 오픈 AI보다 훨씬 높다. 오픈AI가 오죽하면 애플에 돈 한 푼 안 받고 챗GPT를 연동해줬겠나. 물론 기술 격차는 있다.
네이버는 사용자들의 어떤 페인포인트를 해결해주는 기능과 실제 서비스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 부분이 네이버가 오픈AI와 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이게 첫번째고 두번째는 우리는 스마트 패스트 팔로우를 추구한다. 퍼스트 무버는 10번 시도하면 9번은 실패한다. 예산이 10배는 더 들어간다. 네이버가 기술 격차를 6개월에서 1년 정도 계속 유지하며 따라간다면, 이 정도 투자 갭으로 어느 정도 경쟁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세 번째는 아까 말한 소버린AI 기회다. 아무리해도 국내 시장은 국내 GDP 성장률 수준을 벗어나기 쉽지 않다. 그래서 해외로 나가야 한다. 중동과 아세안 국가에 소버린AI를 수출해야 한다. 당연히 그 나라와 공생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 이렇게 되면 네이버도 그렇고, 우리랑 같이 진출하는 기업도 그렇고 훨씬 더 큰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네이버는 이미 스타트업 포티투마루와 이렇게 중동 진출을 하고 있다."
-소버린AI 수출지역으로 네이버는 사우디 말고 어느 나라를 보고 있나?
"사우디 다음 지역은 필리핀이다. 필리핀이랑 MOU를 맺었다. 현재 우리랑 같이 하자고 연락오는 나라들이 부지기수다. 유럽도 있다. 최근엔 스페인 차관도 만났다. 네이버가 혼자 못한다. 어떤 나라는 LG가 가고, 어떤 나라는 SK가 가고, 어떤 나라는 카카오가 가고 이렇게 해야 한다. 정부가 K클라우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 쓸만한 국산 AI반도체가 나오면 반도체도 국산을 쓰면 된다. 이런 큰 그림을 정부가 그려 추진했으면 좋겠다. 네이버는 제일 앞장서 달릴 의지가 있다."
-네이버 등 대기업은 그렇고다 치고 국내 스타트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쩐의 전쟁인 글로벌 빅테크간 경쟁에서 어떻게 포지셔닝해야 할까?
"대기업과 한팀으로, 원팀으로 움직이면 된다. AI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산업에 확산하는 건 스타트업이 하면 된다. 교육, 법률, 의료, 제조 등 경험 많은 AI 스타트업들이 필요하다. 오픈소스로 나온 것을 가지고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사실 오픈AI 때문에 기술 스타트업들은 리스크 있기는 하다. 오픈AI가 뭐 하나를 만드는 순간 그 기술만 갖고 있는 기업들은 주르르륵 사라지지 않나. 오픈AI보고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그래서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B2C하는 기업의 경우 더더욱 엔드유저, 최종 사용자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형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AI 모델이 어떻게 바뀌든 상관없이, 기술 보다는 기능과 서비스로 차별화하는, 그러면서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계속 축적할 수 있는, 이런 필살기를 갖고 있어야 한다. 기능보다는 사용자들의 페인포인트와 사용자들이 훨씬 더 쓰기 쉽고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의 UX적인 고민들을 더 많이 해야 한다."
-소버린AI를 언급하면서 AI에 의한 신제국주의라는 말을 썼다
"그렇다. 19세기 20세기 제국주의때와 지금이 같다고 본다. 제국주의때는 몇몇 강대국이 무기를 들고 시장과 자본을 개척하기 위해 식민지를 만들었다. 식민지에서 물건을 만들어 시장 관점에서 팔아 먹으며 영토를 확장했다. 지금의 AI도 그렇다. AI가 사실상 모든 산업에 영향을 주는 기술이다 보니, AI를 먼저 잘 만든 다음 개도국에 가서 그 나라의 AI 인프라부터 시작해 다른 산업 기반으로 영향력을 미친다. AI를 앞세워 다른 나라의 디지털 영토를 먹어가는 거다. AI에 의한 신제국주의다."
-외부 강연이 많은 국내의 대표적 AI전도사다. 외부 강연을 그동안 얼마나 했나?
"작년과 올해 총 800~900회 했다. 하루에 한 번 이상했다(웃음). 올해 강연하면서 느낀 것은, 작년과 달리 올해는 AI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줄고 현실화됐다는 거다. 네이버를 비롯해 기업 매출도 실제 나오고 있다. 이제 큰 환상에서 벗어나, 이런 얘기들이 AI 거품론과 함께 나오고 있는데, 사실 거품론이 나오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현실적인 부분들을 함께 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사람들이 현실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강연을 많이 다니면 논문은 언제 읽고 쓰나? 올해 쓴 논문은?
"실제 작년보다 많이 줄었다(웃음). 작년에는 12편을 썼다. 올해는 연초 2개, 그리고 조만간 발표할 1개 등 3편 정도 썼다. 다음번 나올 논문은 오디오(음성) LLM에 관한 거다. 오는 12월초 캐나다 벤쿠버에서 열리는 '뉴립스(NeurIPS)' 학회에서 발표한다. 뉴립스가 열리는 시기에 세계적 미국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공연을 한다고 하더라. 이 때문에 숙소 잡는게 장난이 아니다. 벌써부터 난리다. 그동안 학회에 참석을 잘 못했다. 오랜만에 '2024 뉴립스' 학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달 국가AI위원회가 발족한다. 어떤 기대를 갖고 있나
"AI기술이 급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AI강국이 되는데 필요한 중장기 전략을 잘 세워줬으면 좋겠다. 미국은 2020년에 유명 기업인 에릭 슈미트가 의장을 맡아 800쪽 분량의 역대급 AI 리포트를 만들었다. 이 보고서를 근간으로 현재 미국 AI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우리도 이 정도의 보고서가 나왔으면 좋겠다. AI가 쩐의 전쟁이 되면서 연구 중심이 학계에서 산업계로 넘어왔다. 아무래도 산업계를 잘 아는 분이 리딩했으면 좋겠다."
-AI투자가 침체기다. 이와 더불어 '제 3의 AI 겨울' 이야기도 나온다
"완전 반대다. 세번째 AI겨울은 안온다고 생각한다. 이전 겨울과 달리 지금은 AI기업에서 매출이 나오고 있다. 오픈AI만 해도 올해 4~5조원 정도 매출을 올린다고 한다. 원가가 비싸 문제인데, 이 부분은 AI 반도체와 경량화 기술로 해결할 거다. 킬러 애플리케이션 문제도 잘 해결할 것으로 본다. 챗PT가 발표된 지 1년 10개월 밖에 안됐다. 검색이 수익을 만드는데 얼마 걸린 지 아나? 무려 15년이나 걸렸다. 전기 역시 대중화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겨울은 안오고 가을 비슷한게 올 지도 모르겠다. AI겨울은 안 온다. AI는 메타버스나 블록체인과 트랙이 전혀 다르다."
-오픈AI는 올해 매출이 4조~5조 된다는데, 네이버의 AI 매출은 어떤가?
"나도 모른다. CFO 조직이 아니지 않나. B2B에서 삼성전자가 우리 꺼 쓰는 등 돈이 계속 따박따박 들어오고 있다. 클라우드 매출에 포함해 분기별로 발표하는데 괜찮은 수준으로 알고 있다."
-AGI(범용인공지능)에 대한 논쟁도 많다. 하 소장이 보는 AGI는 어떤건가?
"내가 생각하는 AGI는 스스로 문제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주위 환경과 인터랙션해 데이터를 축적해 스스로 문제가 뭔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문제를 정량적으로 정의할 수 있어야 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 플래닝을 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절차 플래닝이 성공적으로 돌아갔는지 아닌지를 평가도 할 수 있어야 하고, 그 평가를 하기 위한 정량평가 지표도 스스로 선택하거나 만들 수 있어야 하고, 그리고 그 점수를 보고 더 잘할 수 있는 방법도 보완해서 만들어내야 한다. 이 정도 되면 AGI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AGI는 언제쯤 나올까?
"요원하다고 본다. 10년 내에는 안 나온다."
-트랜스포머 같은 기술이 나오면 AI가 또한번 퀀텀 점프 하지 않을까? 한국은 왜 트랜스포머 같은 기술을 못만들까?
"트랜스포머 같은 걸 반드시 한국에서 만들어야 하나? 사실 트랜스포머가 대박이 터진 건 벌트(BERT, 구글이 개발한 자연어처리 모델)부터라고 봐야한다. 또 벌트 앞에 어텐션이 있었다. 트랜스포머는 핵심 메커니즘은 셀프 어텐션이다. 그런데 이 어텐션을 만든 사람이 한국계 뉴욕대 교수인 조경현 박사다. 조경현 교수가 세계 최초로 어텐션을 만들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우리가 반드시 세계 최초 기술을 먼저 만들어야 하나? 만들 수 있으면 좋겠지만, AI는 기술만 있는게 아니다. 기능이 있고 서비스가 있고 비즈니스가 있다. 기술 엣지 못지않게 서비스 엣지와 비즈니스적인 성공이 중요하다.
GPT라고 해봐야 트랜스포머 층을 많이 쌓은 것에 불과하다. 미친 듯이 돈 들여 모델 엄청 크게 키우고 데이터를 엄청 많이 때려 박은게 챗GPT다. 이걸 혁신이라고 한 거다. 기술관점에서 우리나라에서 혁신이 나오지 않는다고 걱정할 게 아니라, 이런 큰 기술 흐름 속에서 서비스적인 성공 사례를 어떻게 만들 지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삼성전자와의 반도체 협력은 잘 되나?
"노코멘트다. 그건 삼성에 물어야 한다(웃음)."
-인텔과의 협력은 어떤가?
"작년에 우리 회사 이동수 박사가 팻 갤싱어 인텔 CEO를 만나 깊이 있는 대화를 한 후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모든 AI기업 고민이 엔비디아 GPU를 확보하는 거다. 인텔 고민은 CPU 영광이 모바일로 넘어가면서 헤게모니를 놓쳤고, AI시대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취한 액션이 2019년에 이스라엘 반도체 스타트업 하바나랩스를 인수한 거다. AI가속 칩을 만드는 기업이다. GPU도 일종의 AI 가속 칩이다. 인텔이 만든 '가우디' 칩 역시 AI가속기다. 사실 하드웨어(HW) 스펙만 보면 '가우디2'가 엔비디아 A100이랑 비슷하거나 좀 더 낫다. 문제는, 사람들이 쓸 소프트웨어 인프라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거다. 그래서 인텔 입장에서는 SW 스펙을 보완할 파트너사가 필요한데, 파트너사가 되려면 AI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고 LLM(대규모언어모델)이나 생성AI를 잘하는 소프트웨어 기업, 여기에 데이터센터를 갖추고 서비스를 운영해 본 기업이여야 한다.
이 조건을 만족하는 기업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오픈 AI 정도다. 그런데 이들은 다 자체 칩을 갖고 있다. 인텔의 적이나 마찬가지다. 네이버는 자체 칩이 없다. 그래서 인텔이 먼저 연락을 했고, 협력을 하게 된 거다. '가우디'를 전세계 AI 엔지니어들 혹은 연구하는 사람들이 보다 쉽게 잘 쓰게 하는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같이 만들자는게 협력 포인트다. 이걸 네이버 혼자만 하는게 아니다. KAIST, 서울대, 포스텍에 있는 연구실 약 20곳과 스퀴즈비치라고 하는 AI 경량화 칩 스타트업이 함께 한다. 공동 성과물은 다 오픈소스로 공개한다."
-엔비디아 쿠다(CUDA)와 비교해 경쟁력이 있다고 보나
"쿠다가 굉장히 오랜 역사가 있는 스펙이지만, 쿠다 자체보다 외부 컨트리뷰터들이 오픈소스로 쿠다를 얹어서 만드는 소프트웨어들이 훨씬 더 많다. 생성AI 서비스를 하기 위해 가장 널리 쓰이는 vLLM도 마찬가지다. 엔비디아가 한 게 아니다. 외부 생태계에서 만든 거다. 쿠다도 GPU 버전이 올라갈 때마다 상당히 많이 바뀐다. 또 쿠다 SW가 안정적이냐? 그렇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인텔과 우리가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본다."
-현재 내부 평가는 어떤가? 어느 정도 성과를?
"지금 테스트 하고 있는게, vLLM을 인텔 '가우디 2'에서 원활히 최적화해 돌아가게 하고 이걸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거다. 이 작업을 연말까지 마치려 한다."
-네이버가 주창하는 소버린AI를 세계적 포럼을 개최하는 등 '전 세계 어젠다'로 할 의향은 없나
"엔비디아 CEO 젠슨 황 등이 소버린AI를 말했고, 나도 세계 정상들이 참석해 올 5월 열린 '서울 AI 서밋'서 소버린AI를 강조, 당시 소버린AI가 화두가 된 적이 있다. 여기에 세계적 컴퓨팅 조사기관 가트너가 최근 하이프 사이클에서 소버린AI를 넣어 괌심있게 보기 시작했다. 내가 만난 여러 글로벌 컨설팅 그룹들도 모두 소버린AI를 다루기 시작했다. 네이버가 안해도 자연스럽게 세계적인 화두가 될 것 같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 경험을 통해 생성AI가 퍼져나가면 소버린AI가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소버린AI는 네이버 어젠다가 아니라 대한민국 성장 어젠다이다."
-소버린AI 대신 포용을 뜻하는 인클루시브(inclusive) AI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소버린 AI의 소버린이 주는 단어의 폐쇄성이 있다. 그래서 요즘은 소버린 AI라는 말 대신 '인클루시브 AI'라는 말을 한다. 소버린 AI를 각 나라가 확보한다는 건 세계의 AI가 다양성을 유지한다는 거다. 그래서 소버린AI 대신 인클루시브AI가 더 나은 용어인 것 같다. 얼마전 미국 고위 관료를 만나 이야기 했는데, 이 사람도 소버린AI보다 인클루시브AI가 더 적확한 표현인 것 같다고 말하더라."
-정부가 올해 AI안전연구소를 만든다.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AI안전연구소에서 제일 중요한 건 소장부터 빨리 뽑는거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아주 중요한 프로젝트를 시작해 성공하려면 외부에서 데리고 온 사람에게 인사 등 전권을 위임한다. AI안전연구소도 이렇게 해야 한다. 진짜 훌륭한 분을 모셔 전권을 줘야 한다. 예산을 얼만큼 확보했으니, 당신이 원하는데로 조직을 세팅하라고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조직을 다 짜놓은 후 들어오라고 하면 선수들은 안 간다."
◆ 하정우 네이버퓨처 AI센터장은...
▲학력
-서울대학교컴퓨터공학부공학사(2004.2)
-서울대학교전기컴퓨터공학부공학박사(인공지능)(2015.2)
(Thesis: Deep HyperNetworks for Learning from Non-stationary Multimodal
Data, 지도교수: 장병탁
▲사내 경력
-2024. 1~현재/NAVERFuture AI Center 센터장 (팀네이버AI안전총괄)
-2023. 4~현재/NAVERCloud AI Innovation 센터장 (팀네이버 AI선행연구및글로벌
AI 생태계전략총괄)
-2020.11~현재/NAVER HyperCLOVA X 선행연구부분리딩
-2023. 1~2023.3/NAVER Cloud AI Lab 연구소장
-2020.10~2022.12/NAVER AI Lab 연구소장
-2020. 3~2020.10/ NAVER CLOVA AI Research 책임리더(임원)
-2017. 1~2020. 2/NAVER CLOVA AI Research 리더
-2015. 3~2016.12/NAVER Labs 책임연구
▲대외활동 및 외부 경력
2024. 9- 현재 국가보안기술연구소경영자문위원
2024. 7- 현재 국무조정실규제심판부민간위원
2024. 5- 현재 NH농협중앙회디지털전략자문위원
2024. 5- 현재 코스콤경영자문위원
2024. 5- 현재 국방부정책자문위원회정보화분과자문위원
2024. 4- 현재 Korail 경영자문위원
2024. 3- 현재 사)과실연AI미래포럼공동의장및AI정책연구소장
2024. 2- 현재 과기정통부글로벌AI규범자문위원
2024. 2- 현재 UNAIAdvisory Body Tech Expert Panel
2024. 1- 현재 사)바른과학기술사회실현을위한국민연합(과실연)공동대표
2024. 1- 현재 한국공학한림원컴퓨팅분과정회원
2023. 9- 2023. 12 홍콩과기대HKUSTGZ)겸임교수
2023. 7- 2023.12 법무부 KICS 자문위원
2023. 5- 현재 금융감독원금융감독자문위원회금융IT분과자문위원
2023. 4- 현재 과학기술자문위원회산하국가전략기술특별위원회민간위원
2022. 9- 2024.8 대통령직속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AIData분과위원장및초거대
공공AITF팀장
2022. 7- 현재 중소벤처기업부장관정책자문단디지털분과자문위원
2022. 4- 2022. 6 제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디지털플랫폼정부TF민간위원
2022. 2- 2023. 2 과기정통부AI윤리포럼기술분과위원
2022. 2- 2023. 3 국방부 정책자문위원회정보화분과자문위원
2022. 1- 2023.12 한국공학한림원컴퓨팅분과일반회원
2021. 7- 2023. 6 KAIST 네이버 초창의적AI연구센터공동센터장
2021. 6- 2023. 5 서울대 네이버초대규모AI연구센터공동센터장
2021. 3- 2024. 3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수상 이력
2024. 1: 2024 한국공학한림원젊은공학인상
2023. 11: 2023 소프트웨어산업인의날유공자포상국무총리표창
2022. 12: 한국인공지능학회기업인상
2022. 12: 제 1회 소프트웨어기술인상–소프트웨어산업협회회장상
2022. 11: 아이뉴스24 i-fourm 2022 소셜DNA 공로상(개인)
2022. 5: 한국IT서비스학회춘계학술대회공로기업인(CIO)상
2021. 10: Outstanding reviewer award (top 8%) @ NeurIPS 2021.
2019. 10: Top 50% of reviewers @ NeurIPS 2019.
2015. 2: 서울대학교대학원컴퓨터공학부2014가을학기최우수박사학위논문상
2004. 12: 삼성SDS 최우수신입사원상
▲ 학계 활동
1. 조직위원회(Organizing Committee)
a. Social Chair: ICML23-24, NeurIPS22
b. Datasets and Benchmarks Chair: NeurIPS23
2. 기술프로그램위원회(TechProgramCommitt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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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enior Area Chair: COLING21
b. Area Chair: NeurIPS22-24, ICML23-24, ICLR25, AAAI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