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2나노 양산 백지화..."1.8나노 공정에 집중"

'애로레이크'는 TSMC 생산·인텔서 패키징..."인텔 1.8나노 수율, 업계 기준 양호"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4/09/05 13:29    수정: 2024/09/05 16:30

인텔이 오는 4분기부터 가동 예정이었던 인텔 20A(2나노급) 공정 양산 대신 내년부터 가동될 인텔 18A(1.8나노급) 공정에 집중하기로 했다. 인텔은 4일(미국 현지시간) 벤 셀(Ben Sell) 인텔 기술개발 부사장 명의 기고문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4분기 투입 예정이었던 데스크톱PC·노트북용 새 프로세서 '애로레이크'(Arrow Lake)도 인텔 20A 공정 대신 외부 파운드리(대만 TSMC)에서 생산한다. 인텔은 TSMC가 만든 반도체 조각(타일)을 3차원 패키징 기술 '포베로스'로 조립한다.

2023년 9월 인텔 이노베이션 행사에서 인텔 20A 공정으로 생산한 애로레이크 웨이퍼를 공개하는 팻 겔싱어 인텔 CEO. (사진=지디넷코리아)

■ 인텔 20A 공정, 지난 해 하반기 윈도 운영체제 부팅 성공

인텔 20A 공정은 2021년 7월 팻 겔싱어 인텔 CEO가 공개한 '5N4Y'(4년 동안 5개 공정 실현) 로드맵 중 4단계에 해당하는 공정이다. 새 트랜지스터 구조 '리본펫'(RibbonFET), 반도체 후면 전력 전달 기술 '파워비아'(PowerVIA) 등이 적용된다.

인텔이 추진중인 미세공정 로드맵. (사진=지디넷코리아)

인텔은 지난 해 6월 인텔 4(Intel 4) 공정에서 생산한 E(에피션트) CPU 코어 8개와 파워비아 기술을 결합한 시제품 생산에 성공했고, 이를 인텔 20A 공정에도 적용할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인텔은 2022년 핫칩스 행사에서 애로레이크 생산에 인텔 20A 공정 외부 파운드리를 모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자료=인텔)

또 작년 9월 진행한 '인텔 이노베이션' 행사에서는 인텔 20A 공정에서 생산한 애로레이크 웨이퍼가 공개됐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같은 해 10월 3분기 실적발표에서 "인텔 20A 공정 기반 애로레이크는 이미 윈도 운영체제 부팅에 성공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 인텔 20A 패싱, 8월 2분기 실적 발표서 예견

인텔은 오는 4분기 출시할 데스크톱PC·노트북용 프로세서 신제품 '애로레이크' 생산에 인텔 20A 공정과 외부 파운드리(대만 TSMC)를 모두 활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8월 2분기 인텔 실적 발표에서 이상 기류가 포착됐다.

지난 6월 초 인텔 18A 공정에서 생산한 팬서레이크 시제품 웨이퍼를 공개하는 팻 겔싱어 CEO. (사진=지디넷코리아)

당시 팻 겔싱어 인텔 CEO는 "내년 양산될 '팬서레이크'(Panther Lake)는 인텔 18A 공정과 함께 리본펫·파워비아 기술을 적용할 첫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텔은 ”팬서레이크에 리본펫과 파워비아가 처음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인텔)

문제는 인텔 20A 역시 양대 첨단 기술을 모두 적용하는 공정이라는 것이다. 예상대로라면 팬서레이크가 아닌 인텔 20A 공정 기반 애로레이크가 언급되는 것이 맞다. 당시 인텔 관계자는 "인텔 20A 관련 상세 내용은 추후 공개할 것"이라고 답했다.

■ "애로레이크, 주로 외부 협력사 이용해 만들 것"

벤 셀 부사장은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한 달이 지난 4일(미국 현지시간) "인텔 18A 시제품은 전원 인가와 운영체제 부팅에 성공하고 있으며 2025년 출시 일정도 변함 없다. 이런 성과를 통해 얻은 이점은 인텔 20A에 투입하던 자원을 인텔 18A 공정으로 옮길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결정에 따라 애로레이크 프로세서는 주로 외부 협력사를 이용해 만들어질 것이며 인텔 파운드리에서 패키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어 울트라 200V 시리즈 프로세서(루나레이크). (사진=인텔)

이에 따라 최근 공개한 모바일(노트북)용 저전력 프로세서인 '코어 울트라 200V 시리즈'(루나레이크)에 이어 애로레이크도 전량 TSMC N3B 공정을 이용해 생산하게 됐다.

■ "인텔 20A 공정서 리본펫·파워비아 성공적 통합"

단 인텔 20A 공정이 로드맵에만 존재하고 실체가 없었던 공정은 전혀 아니다. 인텔 20A 공정에서 생산한 웨이퍼가 이미 인텔 이노베이션 등 외부 행사를 통해 여러 번 공개됐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제온6 6700E, 제온6 6900E, 제온6 6900P 프로세서. 인텔 4 공정을 개선한 인텔 3 공정에서 생산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또 인텔 18A 공정은 인텔 20A를 개선해야 만들 수 있는 공정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제온6 프로세서 생산에 쓰이는 인텔 3 공정이 지난 해 가동에 들어간 EUV(극자외선) 기반 인텔 4 공정을 개선한 것이다.

벤 셀 부사장 역시 "인텔 18A로 가는 여정은 인텔 20A에서 얻은 지식을 기초로 했다. 인텔 20A를 이용해 무어의 법칙을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새로운 기술과 소재, 트랜지스터 구조를 연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파워비아 기술을 적용한 반도체 시제품 '블루스카이 크릭'. (사진=인텔)

이어 "인텔 20A 공정에서 리본펫 GAA(게이트올어라운드) 트랜지스터와 파워비아 기술을 최초로 통합했고 이를 통해 양대 기술을 인텔 18A에서 상용화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런 진보를 모든 인텔 파운드리 고객사에 적용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 "인텔 18A 공정 수율, 업계 기준 양호"

반도체 업계는 생산 공정의 수율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흔히 쓰이는 '결함 밀도'(D0, defect density)가 평방 센티미터당 0.5(0.5 def/cm2) 이하일 때 해당 공정을 양호하다고 판단한다.

인텔 18A 공정에서 생산된 웨이퍼 시제품. (사진=인텔)

벤 셀 부사장은 인텔 18A 공정 수율과 관련해 "인텔 18A의 결함 밀도는 이미 0.40 미만"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텔 18A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은 기술적인 투자 최적화에도 도움을 준다. 인텔 20A 공정 개발 당시 수율에 대해 얻은 교훈은 인텔 18A 공정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 "고객사 더 많은 인텔 18A에 자원 집중 투입하겠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 20A 공정 양산 백지화는 비용 문제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르네 하스 Arm CEO는 지난 2월 ”인텔 파운드리는 Arm 토털 디자인 파트너사로 참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인텔)

그는 "인텔 20A 공정 고객사는 인텔 프로덕트 그룹 한 곳 뿐인 반면 인텔 18A는 인텔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와 에릭슨, Arm, 브로드컴을 포함해 더 많은 고객사가 있어 해당 공정 개선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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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들 제품 생산시 대만 TSMC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는 매출 중 대부분을 인텔 프로덕트 그룹 자체 물량에서 내는 인텔 파운드리 실적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