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배터리 적자에 '어닝쇼크'…"합병으로 위기 극복"

SK온, 하반기 손익분기 전환 목표…SK E&S와 시너지로 추가 수익 기대

디지털경제입력 :2024/08/01 15:51    수정: 2024/08/01 17:15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자회사 SK온과 주력인 석유화학 사업 부진 영향으로 올해 2분기 '어닝 쇼크(기업 실적이 예상치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상황)'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1일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18조7천991억원, 영업손실 45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소폭 증가하고 적자 폭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긴 했지만, 흑자전환에는 실패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시장의 예상치(에프엔가이드 기준 2천697억원)를 크게 하회한 수치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 (사진=지디넷코리아)

SK이노베이션은 “견조한 석유개발사업 광구 생산 실적에도 불구하고, 석유사업의 정제마진와 배터리사업 가동률 하락에 따른 고정비 부담 등으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감소했다”며 “하반기에는 정제마진이 회복세를 보이고, 배터리 사업 역시 전기차 신차 라인업 확대로 전방 수요 증가가 예상돼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 밑빠진 독 '배터리', 흑자전환 차일피일…하반기 BEP 달성 목표는 유지

사업별로 보면 배터리 사업(SK온)은 전기차 시장 둔화에 따른 공장 가동률 하락, 헝가리 신규 공장 가동으로 인한 초기 비용 증가 등 영향에 영업손실 4천60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익에 반영되는 미국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는 미국 지역 판매량 회복에 힘입어 전 분기의 385억원에서 1천119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AMPC 증가에도 배터리 사업 분기 적자 규모는 지난 1분기(3천315억원)보다 1천억원 이상 늘었다.

SK온은 수요 개선과 원가 절감 활동을 토대로 하반기 중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SK온은 지난해 4분기 흑자 전환을 예고했으나, 전기차 시장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과 배터리 판가 하락 여파로 흑자 전환에 실패했다. 올해 하반기로 시점이 미뤄진 상태다.

배터리 사업 실적 (사진=SK이노베이션)

SK온은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 둔화에 따른 OEM(완성차) 수요 감소로 인해 전체적으로 1·2분기 가동률은 하락했다"면서도 "올해 하반기부터 점차 회복세가 예상된다"며 "현재는 권역별 공장별 상황에 맞는 효율적 라인 운영 계획, 노후설비 개조 등을 포함해 생산계획을 유연하게 수립해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SK온의 약점으로 꼽혔던 배터리 수율에 대해 "작년 하반기부터 전 공장 수율이 점진적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올해 1·2분기에 전 법인 수율이 계획을 상회하는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며 "현재 전 공장 수율이 안정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판단하며, 향후 지속적으로 높은 수율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SK온은 하반기 신차 라인업 확대와 원가 절감으로 수익성 개선을 꾀한다. SK온은 "전방 수요 회복이 당초 예상 대비 지연되고 있으나 고객사 배터리 재고, 리스토킹(재고축적) 수요와 더불어 신차 라인업 확대, 금리 인하, 하락한 메탈 가격을 기반으로 상반기 대비 전기차와 배터리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수익성 개선을 위해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더욱 집중해 생산·구매 경쟁력 제고 등 기존 운영 효율성 개선 노력은 물론이고 불요불급한 비용 발생 항목이 없었는지 면밀히 검토하는 등의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며 "비우호적인 경영 환경에도 불구하고 원가 개선 활동과 시장 수요 회복에 힘입어 하반기 중 영업이익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위해 전사적으로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주력 석유화학도 부진…하반기 정제마진 회복 기대 

석유사업은 고금리 장기화 우려 등 비우호적 거시 경제 환경과 중국 경기회복 지연 영향 등으로 정제마진이 하락하며 전 분기 대비 4천469억원 감소한 1천442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화학사업은 파라자일렌(PX), 벤젠 등 주요 제품 스프레드가 소폭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2분기 중 진행된 정기보수 영향으로 판매량이 감소해 전 분기 대비 251억원 감소한 영업이익 994억원을 달성했다.

윤활유 사업은 중국 수요 약세 등의 영향으로 전 분기 대비 680억원 감소한 1천52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석유개발사업은 전 분기 대비 판매물량은 소폭 증가했으나, 복합판매단가 하락과 매출원가 증가 영향 등으로 전 분기 대비 123억원 감소한 1천421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SK이노 실적 추이 (사진=SK이노)

하반기 전망은 나쁘지 않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사업 시황은 OPEC+ 감산 지속과 계절적 수요 증가 등의 영향으로 유가는 하단을 지지하고, 정제마진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화학사업은 동절기 의류 수요 대비를 위한 폴리에스터 수요 증가에 따라 PX 스프레드는 보합세를 유지하고, 벤젠은 미국의 견조한 수요에 힘입어 작년 연평균 스프레드 수준보다 높을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했다.

윤활유 사업은 금리 인하에 따른 거시경제 회복으로 윤활기유와 윤활유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관측했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개발 사업은 하반기 동남아시아 지역 내 유망 광구 신규 취득을 위한 입찰에 참여하고,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기존 보유 광구의 가치 제고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다.

하반기 액침냉각 신사업도 계속 드라이브를 건다. SK엔무브는 이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단기적으로는 데이터센터 그리고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 저장장치 등의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며 "데이터센터의 경우 당사 고품질 기유 기반으로 고인화점 달성 가능한 제품을 개발 중이며, 국내외 시스템 제조사와의 협업하고, 추가 레퍼런스 확보와 서버사 인증과 연계해서 솔루션 패키지 형태의 공급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기차 배터리 경우 SK온과 열폭주 방지 화재 차단 기술 개발과 모듈 설계 분야에서 협업을 통한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고, ESS의 경우 불연성·비전도성 컴포넌트 발굴과 ESS 사업과 관련된 장치들에 대한 액체 수요 발굴을 추진 중"이라며 "액침냉각 사업 가시적인 성과 창출과 조기 사업화 노력은 4분기에도 다방면으로 지속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SK E&S 합병으로 시너지 낼 것…2030년 추가 수익 2.2조원 기대" 

배터리 자회사 설비투자 부담 가중으로 재무적 리스크를 얻게 된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의 합병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에 발표한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그리고 SK온과 SK트레이딩 인터네셔널, SK엔텀 간 합병을 통해 당사가 당면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며 "전반적으로 약화된 재무구조를 강화함과 동시에 안정적인 캐시플로를 추가 확보함으로써 다가올 전기차 시장의 본격적인 성장을 대비할 수 있는 체력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지난달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 간 합병 안건을 의결했다. 합병안이 오는 27일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승인되면 합병법인은 11월 1일 공식 출범하게 된다. 양사는 합병을 통한 시너지로 2030년까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약 2조 2천억원 수준 추가 수익성을 달성할 계획이다. 기존 석유·가스 사업에서 5천억원 이상, 전기화 사업에서 1조 7천억원 이상이다.

통합 시너지 (사진=SK이노베이션)

구체적으로 기존 사업에서는 탐사·개발과 트레이딩 역량과 인프라를 결합해 수익성 증대와 비용 절감을 통해 1천억원, SK이노베이션 LNG 수요와 SK E&S 구매 경쟁력을 결합해 4천억원의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화 사업 관련해서는 SK E&S 전력 솔루션과 분산 발전 기술, 그리고 SK이노베이션 액침냉각과 배터리를 결합해 데이터센터 등에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해 1조 7천억원의 추가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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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 합병 기반 시너지 창출로 2030년 기준 전체 EBITDA 20조원 이상 달성을 목표로 한다. LNG·전력 사업 확대 및 재생에너지·수소 등 신규사업 성장 2조 8천억원, 석유·화학 중심 기존 사업 수익성 유지 4조원, 전기차 배터리 사업 성장 10조 3천억원, 석유·가스 사업 시너지 5천억원 이상, 전기화 사업 시너지 1조 7천억원 이상이다.

다만, 일부 주주들은 여전히 합병 비율 관련해 불만을 제기한다. 이와 관련해 김진원 SK이노베이션 재무부분장은 "장부가 대비 시가가 현저히 미달하는 현 주가 수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일부 주주의 불만도 이에 기인한다고 보고 있기에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조속히 실현해 장부 가치와의 갭을 줄여나가 최종적으로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