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정책 향한 우려의 시선…"입법 개선 더 필요"

경제3단체 공동 세미나 열고 업계·전문가 의견 청취

디지털경제입력 :2024/06/26 11:30

기업 가치 제고(밸류업)를 위해서는 주주가치 증진과 더불어 기업 경쟁력을 높을 수 있는 제도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기됐다.

경제 3단체(한국경제인협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는 '기업 밸류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를 26일 상장회사회관에서 공동으로 개최했다.

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나라 기업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20여 년간 계속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가 제자리걸음중”이라며 “기업 경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입법적 개선이 보다 확충될 필요가 크다”고 강조했다. 

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이 26일 상장회사회관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한경협)

환영사를 맡은 정철 한국경제인협회 연구총괄대표 겸 한경연 원장은 “이번 상법 개정이 장기적 기업 발전을 저해하고, 경영 현장의 혼란을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며 "기업들의 신속한 경영판단이 어려워지고 이사회의 정상적인 의사결정에 대해서도 온갖 소송과 사법 리스크에 시달릴 가능성이 제기될 것”이라 밝혔다. 

■ 경영권 방어수단 필요성과 기업승계제도 개선 등 제언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이사 책임제도 개선방안' 주제로 발표를 맡은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 주식투자 인구가 1천400만명이 넘고 주식소유 목적도 제각기인 상황에서 이사가 모든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과도한 민사책임으로 인해 이사의 혁신적인 경영활동을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은 자명하다"며 경영판단의 원칙 명문화, 회사의 이사책임 보상계약제도 도입, 회사의 피고측 소송참가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경영권 방어 법제 도입 관련 쟁점'에 대해 발표한 지평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제도가 오남용될 것이 두려워 포이즌 필이나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방어를 위한 보다 직접적이고 효율적인 수단을 무조건 외면하는 것은 선진기업지배구조 정책에 역행할 우려가 있다"며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기업승계제도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현재 코리아디스카운트에 영향을 주는 세목중 가장 강력한 것은 상속세 및 증여세”라며, “고세율, 최대주주할증, 기업승계제도의 성격을 지닌 가업상속공제 불합리한 요인등으로 기업승계 불확실성이 상존해있고 자본이득세를 도입하지 않음으로 인한 비효율성등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가업상속공제제도의 적용대상 확장, 상속재산 처분시까지 과세 이연, 연부연납기간 연장 등 납부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사 책임 부담 강화 필요 "배임 조항 없애면 오히려 면죄부"

이어진 토론에서는 권종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투자자측 대표로 강성부 KCGI 대표가 기업측 대표로 김지현 헥토이노베이션 상무, 정인철 포스코인터내셔널 상무, 유관기관 대표로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본부장,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학계 대표로 정준혁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참여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한국의 과도한 상속세는 경영의 축소나 매각을 유인해 기업의 유지․발전을 저해하는 ‘경영권 승계금지법’으로 작용해 현행 상속세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며 “해외 주요국 대비 과도하게 높은 세율(최대주주 주식 할증 평가 시 60%)을 인하하고, 일률적 주식 할증 과세를 폐지하는 등 과세체계부터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상법 개정 논의의 시작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밸류업을 위한 투자자 보호장치 강화”라고 지적하며 “재계 눈치를 보다가 법을 형해화시키면 코리아디스카운트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사의 책임을 강화시키기 위해 시작한 일에 이사의 배임조항을 없앤다는 것은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외국인 자금이 우리 주식시장에 보다 많이 유입되고, 미국 등 외국 주식시장으로 향하는 국내 자금이 돌아오는 것이 필요한데, 외국인 투자자나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주주 보호가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것이 엄연한 현실”이므로 “이사의 의무 개정 논의는 이러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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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사의 충실의무와 관련해 이사가 회사와 이익충돌관계를 형성하거나 사익추구하는 것을 규제하기 위해 발달한 법리나, 업무집행 과정에서 이사가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특히 M&A와 같이 주주의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 있는 영역에서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이사의 의무와 책임을 분명히 할 수 있는 입법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좌장을 맡은 권종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 밸류업은 주주의 이익을 중요시하는 지배구조개선 없이는 불가능하지만, 지배구조의 개선은 주주권 강화, 시장기능에 의한 규율, 사외이사의 역할 강화, 경영자의 책임의식 제고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바, 이는 한편으로 경영권에 대한 위협요인으로 기능할 수 있다"며 “기업 밸류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방어법제 개선도 병행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