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하루 앞두고 야당은 국민연금 개혁안 처리를, 여당은 22대 국회서 재논의 후 처리하자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26일 “21대 국회가 연금개혁을 마무리 짓지 않으면 개혁 시점이 4년 이상 더 밀릴 가능성이 높다”며 연금개혁안 처리를 위한 여야 합의를 요구했다.
지난 2022년 10월 구성돼 활동을 시작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이하 특위)는 이달 7일 여야 협상 불발을 이유로 활동 종료를 선언했다. 보험료율 13%는 여야 합의됐지만 소득대체율의 경우, 국민의힘이 43%를, 민주당이 45%로 합의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김진표 의장은 “21대 국회에서 가장 기초적인 디딤돌이 되는 모수개혁부터 하고, 22대 국회에서 계속하여 연금개혁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모수개혁은 보험료율 및 소득대체율을 조정해 적립 기금 소진을 늦추자는 것이다. 구조개혁은 보험료를 걷고 연금을 나눠주는 시스템 전체 개편을 말한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21대 국회 종료를 3일 남겨 놓은 상황에서 합의조차 안 된 연금개혁을 졸속으로 추진하자고 한다”며 “부대조건과 구조개혁 방안은 쏙 빼놓고 소득대체율 부분만 제시하면서 국민의힘이 제안한 연금개혁 방안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주장하는 자체가 본질적인 문제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관련해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은 조속한 개혁안 처리를 위해 소득대체율을 당초 제시했던 50%에서 45%로 낮추겠다는 결단을 내렸다”며 “국정에 ‘무한책임’을 져야할 정권이 연금개혁안이라는 국가 중대사를 ‘무한회피’해서야 되겠느냐”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개혁안 처리를 위해 연금특위 개최를 요청했고, 정부여당이 결단만 하면 28일 본회의에서 연금개혁안이 처리될 수 있다”며 “이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개최할 용의가 있다”고 말해 21대 국회 내 연금개혁 처리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를 추경호 원내대표는 ‘졸속 추진’으로 규정, 거부한 것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의 모수개혁을 먼저 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도 추 원내대표는 “믿을 수 있는 제안이냐”며 “지금 급조한 수치 조정만 끝내고 나면 연금개혁 동력은 떨어지고 또 시간만 흐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도 22대 국회에서 의원으로 활동하고 당 대표 리더십으로 진정성 있게 추진해준다면 속도감 있게 여야 합의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22대로 공 넘기자는 정부여당 비판도
윤석열 정부는 취임 초부터 연금개혁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정부는 국정과제에 국민연금법에 근거한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실시하고, 장기 재정전망에 기반하여 국민연금 제도 개편안 마련을 명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30일 국무회의에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이 의결, 국회에 제출됐다. 그에 석 달 앞서 연금개혁안 결정권을 손에 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이하 특위)가 만들어지며 개혁안 처리에 속도가 날 것으로 기대됐지만 결과적으로 처리는 불발됐다.
정부는 22대 국회로 공을 넘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22대 국회에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부가 (연금개혁)안을 내고 (국회가 정부안을) 따라오길 바라기보다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이 안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 추가적인 정부안 제시 등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모수 및 구조 개혁과 관련해서는 “모수개혁만 봐서 해결이 안되며, 구조개혁까지 하려면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모수개혁 하려고해도 기초연금에 대한 비중,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결론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급하게 하기보다 21대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거쳐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연금개혁안 처리를 둘러싸고 민주당과 정부여당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는 정부여당에 강한 유감의 뜻을 전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구조개혁과 모수개혁의 대안들이 다 들어가서 공론화를 했고 거기서 시민대표단이 내린 결론이 다 있다”면서 “이제 와서 구조개혁 논의가 안됐다는 거짓말을 백주대낮에 버젓이 하는 것이 과연 집권여당이 할 일이냐”고 반발, 21대 국회 본회의 처리를 강력하게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