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억원을 호가하는 럭셔리 자동차를 소유한 오너들은 무엇을 향유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다. 최근 럭셔리의 기준은 '콰이어트 럭셔리'(가치를 대놓고 드러내지 않는 경향), '올드머니'(전통적 부자)로 넘어가는 추세다. 이를 위해 고가 브랜드들은 고객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1억원에서 3억원을 훌쩍 넘는 차량의 소유자들은 브랜드 행사 등에 참석할 때 향(香)을 가장 우선시한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럭셔리차 고객들을 위한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향"이라며 "고객들은 소소한 부분을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가 수입차 브랜드들은 '향기'를 사용해 프리미엄을 강조했다. 토스텐 뮐러 오토보쉬 롤스로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브랜드 최초 순수 전기차 스펙터를 출시할 당시 "양털 매트와 나무의 조화가 롤스로이스의 향"이라며 "향은 매우 중요하며 기계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포드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링컨도 노틸러스에 '디지털 향'을 다시 탑재했다. 디지털 향은 2010년대에 차량에 주로 탑재됐으나 유지보수 등의 이유로 외면 받았었다. 그로부터 약 10년 뒤 링컨이 노틸러스에 고급차를 강조하면서 차량 내부가 아닌 컬러, 소리, 향이 함께 어우러지는 감각의 공간이 될 수 있게 의도한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지난 2009년 마이바흐 제플린을 출시할 당시 스위스 향수 업체 지보단과 공동 개발한 '퍼퓸 어토마이저'를 장착한 바 있다. 운전자가 버튼을 누르면 단 10초만에 원하는 향시로 실내를 가득 채울 수 있다.
통상 고가의 차량을 소유한 운전자들은 부유한 중상위층으로 분류된다. 시장조사기관 클라리타스(Claritas)가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 럭셔리 자동차 구매자는 중위 가계 소득이 약 23만8천달러(3억1천301억원)이다.
이런 취향의 고객들을 만족하기 위해서 고가 차량 브랜드들은 고민이 깊다. 일반 고객과 같이 행사를 진행하면 만족도가 떨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고가 수입차들은 향뿐만 아니라 다양한 럭셔리 행사를 개최하기도 한다. 마이바흐는 지난해 마이바흐 익스클루시브 나이트 & 마이바흐 하우스 행사를 통해 가망 고객과 VIP 고객에게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680 4MATIC 버질 아블로 에디션 등 한정판 예술 차량을 전시했다.
벤츠, 포르쉐, 마이바흐 등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도 꾸준히 개최된다. 잠재 고객과 VIP의 차량 경험이 재구매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벤츠는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지난달 29일까지 모나 용평 리조트에서 스키 리조트 방문객 대상으로 벤츠와 메르세데스-AMG 차량을 전시했다.
또 벤츠가 지난해 운영한 마이바흐 하우스는 초청 고객에게 차량 안내와 시승 기회, 계약까지 제공하는 1:1 맞춤형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했다. 벤츠는 이곳에 스페셜 한정판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680 4MATIC 오뜨 부아튀르’ 등 자사 차량을 전시해 시선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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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는 매년 포르쉐 월드 로드쇼를 본사 차원에서 진행해 모든 포르쉐 모델을 운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해 기준 911부터 타이칸, 카이엔 등 독일에서 직접 가져온 모델들도 시승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급차를 소유한 고객일수록 남다른 경험을 받고싶어한다"며 "오히려 화려하고 눈에 띄는 것보다 소소한 것에 감동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