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배터리 업계가 원자재 가격 하락 여파를 견디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지난해 리튬, 니켈 등 이차전지 소재 주원료 가격의 폭락은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20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리튬과 니켈의 가격은 각각 kg당 88.50위안(7일 기준), 톤(t)당 1만6천90달러(16일 기준)다.
지난해 초보다 리튬은 약 77%, 니켈은 약 40% 쪼그라든 금액이다. 업계는 이같은 메탈 가격 하락세가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 공급 과잉에 몸 사리는 글로벌 원자재 공룡들
메탈 가격 급락에 글로벌 원자재 기업들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세계 최대 광산 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스위스 무역회사 글렌코어는 최근 프랑스령 뉴칼레도니아 니켈 광산을 매각했다.
현재 막대한 중국 자본 투입으로 인도네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의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손해가 막심해지자 글렌코어는 결국 지난해 채굴 중단을 택했다.
러시아 최대 팔라듐 업체이자 세계 1위 니켈 업체 노르니켈도 니켈 가격 하락 여파에 생산량을 줄이며 충격을 완화하고 있다. 노르니켈은 최근 실적발표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니켈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리튬 생산업체 앨버말은 비용 감축을 위해 인력 감원에 나서기도 했다. 앨버말 역시 리튬 가격 하락에 따라 실적 부진을 면치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앨버말 측은 전기차 관련 초과 재고 문제는 하반기부터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 K-배터리, 핵심 광물 공급망 다각화 분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메탈 가격 하락과 무역 규제 등 외부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핵심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공급망 다각화에 연초부터 힘쓰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미국 FTA 권역 내에서 생산된 핵심 광물 및 원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2025년부터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을 외국우려기관(FEOC)에서 조달할 경우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 광물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 대안으로 떠오르는 곳은 호주, 칠레 등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호주 웨스CEF와 손잡았다. 웨스CEF로부터 올해 1년 동안 리튬 정광 8만5천톤을 공급 받기로 했다. 이는 고성능 전기차 27만대분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전에도 호주 그린 테크놀로지 메탈스, 칠레 SQM, 호주 라이온타운 등과 리튬 관련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SK온은 호주 리튬 개발업체와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칠레 SQM과 리튬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미국 음극재 파트너사 웨스트워터 리소스(이하 웨스트워터)와 천연흑연 공급 계약을 맺으며 중국 의존도를 줄여나가고 있다.
삼성SDI는 니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북미 광산 개발업체 캐나다니켈 지분을 인수했다. 캐나다니켈은 세니켈 광산 프로젝트 ‘크로퍼드’의 지분 10%를 소유하고 있다. 삼성SDI는 양사의 합의에 따라 니켈과 코발트 제품에 대한 장기구매계약 권리도 부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재 가격 급락에 따른 역래깅 효과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에코프로는 지난 1월 글로벌자원실을 신설하고 양극재 생산에 필요한 핵심 광물 확보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회사채 발행을 통해 확보한 자금 일부는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에 투입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공급망 리스크에 현실적인 대응 방안으로 미국 로비 활동 강화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로비를 통해 규제를 완화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며 "탈중국을 하기 위해 새로운 광산을 개발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리튬처럼 중국이 이미 주도하는 소재가 아닌 신소재를 베이스를 한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을 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 기업들에)가장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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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자동차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닌 이상 결국 배터리 업체나 자동차 업체 모두 매출과 수익률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메탈 가격 하락이나 전기차 수요 둔화는 회사 수익에 악영향을 미치고, 주가하락을 유발할 수 있기에 올해 1분기 실적 발표가 국내 배터리 업계의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