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리스크' 부담 던 이재용…삼성SDS M&A도 속도 붙나

내부거래 비중 줄이기 '과제' 속 新사업 확대 총력…삼성SDS "올해 M&A에 적극 나설 것"

컴퓨팅입력 :2024/02/06 14:58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년 넘게 진행된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SDS가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설지 주목된다.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 부담을 다소 덜어내게 된 만큼 삼성의 경영 시계도 빨라져 삼성SDS의 몸집 키우기도 한층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삼성SDS가 가진 현금성 자산 기준은 5조4천912억원이다. 계열사 간 내부 거래 물량 비중이 높아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덕분에 곳간이 다소 넉넉한 편인 것으로 평가된다.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는 1조4천억원대 수준으로, 현금 흐름도 괜찮은 편이다.

이재용 삼성 회장이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관련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사진=뉴시스)

그러나 삼성SDS는 M&A와 관련해 대체적으로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왔다. 그룹 계열사인 만큼 총수의 결정 없이 독단적으로 M&A를 실행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진행한 구매공급망관리 전문기업 엠로의 지분 인수도 2015년 이후 7년 만에 단행된 M&A였다. 삼성SDS는 지난해 3월 1천118억원을 들여 엠로의 지분 33.4%를 인수, 같은 해 2분기에 모든 작업을 완료했다.

삼성 그룹 자체적으로도 그간 이 회장의 재판 영향으로 대규모 투자 결정이나 M&A 추진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후 대형 M&A는 진행시키지 못했다. 지난 3년간 AI, 디지털 헬스, 로봇 등에서 260여 개 회사에 벤처 투자를 하는 형식으로 소극적인 행보만 보여왔다.

재계에선 삼성이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했지만, 검찰의 항소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이 회장이 사실상 경영권 승계의 최대 고비를 넘은 만큼, 이전보다 '뉴삼성' 구축의 일환으로 중요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신사업 발굴에 적극 나설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황성우 삼성SDS 대표가 CES2024에서 패브릭스·브리티 코파일럿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SDS)

특히 삼성SDS는 최근에도 M&A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서원석 삼성SDS IR팀장은 2023년 4분기 및 연간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더 적극적으로 M&A 기회를 찾고 있다"며 "실제 성과를 내도록 할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후 삼성SDS M&A 담당 부서는 최근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대형 자문사와 긴밀히 협의하며 딜을 수시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회사 성장축으로 자리매김한 클라우드와 생성형 AI 부문에 설비투자를 15%가량 늘리고 M&A를 활성화 해 올해는 수익 고도화에 집중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삼성SDS가 가장 눈여겨 보고 있는 분야는 클라우드, 생성형 인공지능(AI), 디지털 물류 등이다. 특히 최근 성장세가 높아진 클라우드 사업을 키우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지난해 이 사업에서만 전년 동기 대비 61.8%나 성장해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올해는 20% 중반대의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일각에선 삼성SDS의 내부거래 비중이 비교적 높아 유독 공정위로부터 사익편취 규제의 표적이 돼 왔다는 점에서, 삼성SDS가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해 앞으로 M&A에 적극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공정위는 2022년 삼성을 포함한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IT 서비스 일감 개방을 권고한 바 있다.

이후 삼성SDS는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기 위해 클라우드, 물류 등 신사업에 역량을 집중했다. 그 결과 2019년 81%였던 내부거래 비중은 최근 68.9%까지 낮아졌으나, 아직 삼성 계열사에 대한 의존도는 높은 편이다. 특히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SDS의 의존도는 전체 계열사 내부 거래의 60%가량일 정도로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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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준법 경영에 대한 의지가 강한 만큼, 삼성 계열사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삼성SDS에 대한 사업 구조 개혁도 앞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제는 삼성SDS가 신규 사업 발굴에 속도를 내며 사업을 다각화하는 데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에 비해 삼성SDS의 사업 규모가 월등히 작은 만큼, 이곳에서 조(兆) 단위의 대규모 M&A가 이뤄질 가능성은 아직까지 없을 듯 하다"면서도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 해소로 계열사 전반으로 M&A가 활발해질 것이란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