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용 사면'이라는 포퓰리즘 뒤

연체 이력 삭제가 갖고 온 세 가지 문제점

기자수첩입력 :2024/01/22 13:25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빚을 지고 제 때 갚지 못한 연체자들이 5월 31일까지 전액을 갚을 경우, 연체 이력을 삭제하는 방안을 앞두고 말들이 많다.

하나는 예전에도 시행했는데 또 시행한다는 점이 그렇고, 두 번째는 당장 2천만원을 어디서 구해야 하냐는 점이 그렇고 세 번째는 돌려막기로 빚을 어떻게든 갚아왔던 사람들은 바보냐는 불만이다.

정부는 연체 이력을 삭제해주는 정책을 2021년 9월에도 시행했다. 당시에는 이번 만큼이나 대대적인 홍보를 펼치진 않았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정부와 여당은 '신용 사면'이라는 슬로건을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사면의 국어사전 정의는 '죄를 용서하여 형벌을 면제한다'는 법률용어로 돈이 없는 게 죄라는 자본주의의 거센 날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3년 전에 연체 이력이 삭제됐지만 이번에도 연체 이력 삭제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까. 아니다, 신용정보사들은 분명 있다고 답했다. 이는 결국 연체 이력 삭제는 빚을 (아주 어쩔 수 없이 너무 힘들어서) 제대로 갚지 못한 사람을 구원하는 근본책은 아니라는 것을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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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체 이력 삭제의 더 큰 걸림돌은 '전액 상환한 자'라는 전제 조건에 있다. 2천만원 이하의 연체금(원금+이자, 혹은 이자)을 모두 갚아야만 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연체가 된 이후 연체 이력은 5영업일 기준일 경우 이자만, 3개월이 넘어가면 원금과 이자+연체 이자가 집계된다. 이미 다양한 금융 융통 통로가 막혀버려 돈을 갚지 못한 사람에게 2천만원을 내라는 건 사채를 내라는 얘기로 들린다. 사금융에 돈을 빌렸다가 더욱 더 암울한 빚의 구렁텅이로 내몰릴 가능성이 다분하다.

마지막으로 정상 상환자는? 이라는 물음이 남는다. 대출 금리는 빌릴 때보다 곱절은 뛰었다. 1~2% 였던 신용대출 금리는 10~11%를 육박했다. 그래도 갚아왔다. 물가도 배로 올라 숨도 못 쉴 만큼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다. 내가 진 빚은 내가 갚는 게 당연한 명제지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도록 할 필요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