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것들이 환경에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플라스틱을 들 수 있다. 1860년대 미국 상류사회에서 당구가 유행하면서 당구공 제작에 필요한 코끼리 상아 수요가 급증했다고 한다. 이러한 상아 수요를 대체하고 코끼리 개체의 감소를 막기 위해 ‘셀룰로이드’라는 최초의 플라스틱이 만들어지게 됐다고 전해진다. 오늘날 플라스틱으로 고통받는 동물들을 보면 플라스틱이 코끼리를 구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플라스틱은 한때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 발명품으로 칭송받았지만 이제는 환경오염 주범으로 전락했다.
플라스틱이 썩는 데는 대략 500년 이상 걸리고 폐기물 처리비용도 연간 3조 원 이상이 소요된다고 한다. 성분이 화학물질이다 보니 땅이나 바다에서 썩지 않고 동물들을 괴롭히며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운동이 전개되고 있고 친환경 소재로 교체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
최근 전기자동차가 부상하면서 핵심 부품으로 사용된 폐배터리의 재활용 기술이 부가가치가 높은 신기술로 주목 받고 있다. 전기자동차에 주로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500회 정도 충전하면 성능이 급격히 떨어진다. 평균 주2회 충전을 감안할 때 15만~20만km 주행 후에는 배터리를 교환하게 된다. 이처럼 버려지는 폐배터리는 산화코발트, 리튬, 망간 등을 1%이상 함유하고 있어 수질오염과 대기오염으로 이어지는 등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 친환경을 위해 개발한 전기자동차 배터리가 오히려 환경을 오염시키는 플라스틱 산업 사례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 폐배터리 산업 현황 및 전망
폐배터리는 회수처리를 거치면 재활용이나 재사용이 가능하다. 폐배터리 중 잔존 가치가 70~80% 이상인 것은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재사용 할 수 있다. 성능이 떨어져 재사용이 어려워진 폐배터리의 경우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양극재인 리튬, 코발트, 니켈, 망간 등의 희귀금속을 추출해 재활용하면 매우 경제적이다. SNE 리서치는 글로벌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규모가 올해 7000억 원에서 2030년 12조 원대, 2050년 600조 원대로 관련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작년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제정해 중국의 배터리 부품과 광물을 제한하고,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EU는 ‘핵심원자재법(CRMA)’ 제정으로 2024년부터 배터리를 만들 때 일정비율을 재활용 원료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또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은 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해 지난해부터 시범사업을 시행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작년에 ‘자원순환법’을 개정해 폐배터리를 체계적으로 수거하기 위한 거점수거센터를 전국 4개 권역에 설치하고 있다. 또한 최근 배터리 소재에 들어갈 원자재 확보가 어려워지자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많은 기업들이 참여와 관심을 보이고 있다.
■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한 환경개선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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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폐배터리는 재활용에 대한 표준화된 기준이 아직 미비하다. 미래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기업들에게 세제혜택과 규제완화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유해물질을 줄이고 재활용된 자원으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ESG 경영을 실현하는 것이 전기자동차 개발 못지않게 중요하다.
따라서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대비한 폐배터리 재활용 문제에 지혜롭게 대처해야 하는 것이 환경보호와 자원절약에 도움이 된다. 또 소중한 우리 모두의 삶의 터전을 보존해야 할 시대적 책무이기도 하다. 플라스틱 환경오염 사례에서 본 것처럼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철저한 준비와 대책을 통해 관련 산업이 활성화 되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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