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인선이 시작됐지만 최정우 회장은 별다른 거취 표명을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임 의사를 굳이 표명하지 않더라도 차기 회장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CEO후보추천위원회(이하 후추위)는 지난 주부터 회장 인선 절차에 착수했다.
새해 1월 중순까지 회장 후보 롱리스트 후보군을 구성하고, 1월말에는 숏리스트로 후보군을 압축한다. 내년 2월에는 파이널 리스트로 압축해 2월 중순까지 최종 후보자를 확정해 이사회에 보고한다.
■ 차기회장 후보 둘러싼 '풍문' 시끌
롱리스트 후보군에는 포스코 내부 전·현직 인사들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 전직 임원 중에서는 황은연 전 포스코 인재창조원장, 조청명 전 포스코플렉텍 사장 등이 물망에 오른다.
아직 후보군을 추리는 과정이지만 벌써부터 물밑 경쟁은 치열한 양상이다.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일부 인물은 개인적인 홍보 활동에 들어가기도 했다. 국회의원이나 정권 실세 등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한 후보에 대한 풍문도 흘러나온다.
차기 회장 선출에 대한 관심도 논란도 뜨겁다. 정권 실세 개입설에 대해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지라시(정보지)를 제작하고 유포한 사람을 찾아달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앞서 김대기 실장이 친분 있는 인사를 포스코 회장에 앉히려 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 지라시가 유포됐기 때문이다. 이밖에 전 정권 유착설, 전직 장관 투입설 등 다양한 소문이 퍼지고 있다.
■ 최정우 회장 둘러싼 관심 고조…'조용한 3연임' vs '물갈이 불가피'
최정우 현 회장은 아직까지 연임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차기 CEO 후보군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포스코는 원래 현직 회장이 사퇴 또는 연임 의사를 밝히면서 차기 회장 인선 절차를 밟았지만, 규칙이 바뀌었다. 현직 회장 연임 우선 심사제를 폐지하고, 현직 회장의 연임 의사 표명 여부와 관계없이 임기만료 3개월 전에 회장 선임 절차를 가동한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이차전지 소재·에너지 사업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 재임 시절 성과에 기반해 후추위가 발굴한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거취 표명 없이 자동으로 장기 집권의 길이 열리는 셈이다. 최 회장이 최근 자사주 3억원어치를 매입한 점도 연임 도전설에 무게를 싣는 대목이다. 최 회장은 지난 11일 포스코홀딩스 주식 700주를 장내 매입했다.
다만, 포스코그룹 최대주주가 '국민연금공단'이기에 KT와 비슷한 길을 걸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앞서 KT는 당시 대표를 역임하던 구현모 전 대표를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지만, 결국 국민연금 반대에 부딪혀 6개월간 경영공백 사태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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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차기 회장 선임 역시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키'를 쥐고 있다. 국민연금이 반대하면 회장 선임이 사실상 어려운 셈이다. 국민연금은 구조적으로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과거 포스코 회장들은 차기 정권이 들어선 후 불명예 퇴진을 면치 못했다. 최정우 회장이 만약 내년 3월에 물러나면 임기를 온전히 마치는 첫 사례다. 최 회장의 향후 행보에 더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후추위에서 후보를 선출하도록 프로세스가 바뀌었기 때문에 최 회장의 연임의사 표명 여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며 "그렇다고 차기 회장 후보에 자동으로 포함되는 것은 아니고, 내부 인사 중에서 누구를 발굴할지는 후추위의 결정에 달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