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회식 강요, 직장내 괴롭힘입니다"

생활입력 :2023/12/23 12:33

온라인이슈팀

#. 직원이 30여명인 수도권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 A씨. 최근 사장이 회사 단체 채팅방에 올린 공지를 보고 한숨과 짜증이 절로 나왔다. 연말인 만큼 마지막 주 목~금요일 연차를 내고 가족들과 여행을 갈 계획이었는데, 사장이 하필 금요일에 송년회를 하겠다며 '전 직원 참석'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사장은 '출석 체크'까지 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불금' 회식과 강제 참석이 이해가 안 가는 A씨는 휴가를 이유로 참석이 어렵다고 얘기할까 하지만, 괜히 뒷말이 나올까봐 두렵기도 하다.

코로나19 일상회복 이후 첫 연말을 맞아 그간 갖지 못했던 회식, 워크숍 등 회사 송년회가 많아지는 모습이다. 그런데 이러한 송년회를 앞두거나 진행하는 과정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 등 사례도 적지 않아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뉴시스]

대표적인 것이 A씨 사례와 같은 '회식 참석 강요'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올해 접수된 제보 1703건 가운데 '회식 갑질' 관련 내용은 48건으로, 이 중 '회식 강요'(30건)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여기에는 술을 마실 것을 강권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처럼 회식과 음주를 강요하는 행위는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불리는 근로기준법 제76조2는 '사용자나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업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마련한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에서도 본인의 의사와 상관 없이 회식이나 음주 등을 강요하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반대로 회식에서 특정인을 배제시키며 따돌림을 가하는 경우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

제보자들은 "나를 괴롭히는 상급자가 어느 날 내게 와서 '앞으로 회식에 나오지 말라'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자 회식 일정을 공유하지 않고, 가자고 제안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송년회 등 회사 행사를 이유로 직원들에게 장기자랑 등을 강요하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이랜드에서는 회사 송년 행사를 위해 직원들을 동원하며 강제로 춤 연습을 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돼 고용부가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하기도 했다. 업무 시간에는 단체 연습을 해야 해 밀린 업무는 야근까지 해가며 처리했다고 한다.

특히 회식 자리에서는 음주를 곁들이는 경우가 많으면서 성희롱 사례가 잇따르기도 한다.

여성의 경우는 업무상 젠더 폭력을 겪는 경우가 많았는데, 상사로부터 부적절한 신체 접촉은 물론 "단둘이 2차를 가자", "남자친구는 있느냐", "몸매가 멋지다" 등을 넘어 음담패설까지 들었다는 사례도 있었다.

물론 회식 자리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회식을 통해서만 소통과 단합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여전한 만큼 낡은 관점과 조직 문화를 이제라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이 발생한 경우 피해자는 즉각 사내 담당 부서에 신고할 수 있다.

신고를 했지만 사업주가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거나 사업주나 그 가족이 가해자여서 제대로 된 조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등의 경우에는 관할 고용노동청에 신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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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으로 징계나 해고 등의 조치를 받았지만 납득할 수 없는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할 수 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