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용 SSD 가격, 공급가 인상에 오름세 전환

국산 제품 10월 말부터 20% 이상 올라..."오름세 당분간 계속"

홈&모바일입력 :2023/12/23 08:06    수정: 2023/12/24 07:20

PC 수요 둔화에 따른 재고 증가로 지난 해 11월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던 국내 PC용 SSD 가격이 올 4분기 들어 오름세로 돌아섰다.

낸드 플래시메모리 감산과 기판 등 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주요 SSD 제조사가 국내 SSD 공급가를 올린 결과다. 소비자 수요가 몰리는 국내 제조사 1TB 제품 가격 최저가는 10월 대비 20% 이상 올랐다.

PC용 NVMe SSD 가격이 10월 말부터 오름세로 돌아섰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일부 소비자들은 국내 대비 판매 가격이 3-4만원 저렴하게 책정된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 시장에서 SSD 역직구를 시도한다. 그러나 해외 시장의 재고가 소진되거나 연말 할인판매 행사가 끝나면 국내 시장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 PCIe 4.0 SSD 가격, 10월부터 오름세 전환

지난 9월까지 하락세였던 SSD 가격은 10월부터 지속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22일 커넥트웨이브 가격비교서비스 다나와에 따르면 PCI 익스프레스 4.0 기반 SSD인 삼성전자 980 프로 1TB 제품의 최저가는 10만원대 전후였지만 현재 최저가는 14만원까지 상승했다.

2023.07-2023.12 PCIe 4.0 1TB SSD 가격 추이. (자료=커넥트웨이브 다나와)

SK하이닉스 P41 플래티넘 1TB 제품 가격도 11월부터 오름세로 전환했다. 12월 현재 최저가는 14만원 후반으로 연중 최저치였던 10월(12만 800원) 대비 약 23% 올랐다.

SSD 가격 상승세는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크루셜) 등 해외 제조사 제품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쓰기 캐시용 디램을 장착하지 않은 제품은 동급 대비 2-3만원 가량 저렴하지만 대용량 데이터를 지속 기록하면 쓰기 속도가 떨어진다.

■ 낸드 플래시 감산·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시장 공급가도 올라

익명을 요구한 외산 SSD 유통사 한 관계자는 "국내 SSD 시장의 '큰 손'이라고 볼 수 있는 삼성전자의 가격 책정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980 프로 SSD 1TB 제품 가격은 현재 14만원을 넘어섰다. (사진=삼성전자)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SSD 공급가 조정을 과감하게 하는 측면이 있는데 지난 수 년간 내렸던 공급가를 10월 경 크게 올리면서 다른 업체들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업체가 지난 해 하반기부터 SSD 주요 부품인 낸드 플래시메모리 감산에 들어가 아직까지 정상화 되지 않은 상황이며 SSD에 쓰이는 기판 등 부자재 가격 상승도 공급가를 올리게 만든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 일부 소비자들, 미국·일본서 'SSD 역직구' 시도

일부 소비자들은 블랙프라이데이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 시장에서 국산 SSD 역직구를 시도한다.

다나와에 등록된 국산 SSD 해외 역직구 상품. (그림=웹사이트 캡처)

일부 제조사는 미국·일본 아마존에서 한국 직배송을 막아놓지만 배송대행이나 국내 대행 업체를 이용하면 같은 제품을 2-3만원 가량 더 싸게 살 수 있다.

최근 국내 여행객이 급증한 일본 시장에서 삼성전자 980 프로 1TB 가격은 1만 4천엔(약 12만 8천원), SK하이닉스 P41 플래티넘 1TB 가격은 1만 1천엔(약 10만 1천원)에 형성됐다. 오프라인 매장의 타임세일 등 특가판매와 외국인 관광객 면세가 겹칠 경우 실 구매가는 9만원 이하로 떨어지기도 한다.

일본에서 국산 PCIe 4.0 1TB SSD에 특가판매와 면세를 적용해 9만원 이하에 구입한 사례. (사진=독자 제공)

그러나 관계자들은 국내/해외 가격 역진 현상도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서 적용되는 가격은 원가에도 못 미치며 이를 무한정 지속할 수는 없다. 해외 시장 재고가 소진되면 당연히 공급가가 오른 제품을 받아 판매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해외 역직구로 구입한 SSD에 문제가 생길 경우 국내 유통사를 통한 제품 교환도 불가능하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국내/해외 공급 제품은 부품이나 펌웨어 등 차이가 없는 동일한 제품이지만 문제가 생길 경우 구입 국가로 보내 수리나 교환을 받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 "SSD 공급가·판매가 상승세 당분간 지속"

일부 소비자들은 제조사나 유통사, 혹은 최종적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소매 업체의 가격 담합을 의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 국산 SSD 유통사 관계자는 "현재 시장 구조에서 인위적이거나 상식을 벗어난 가격 책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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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어떤 제품을 들여올지 협의하고 가격 책정시에도 제조사와 의견교환을 하고 있는데 유통 단계에서 임의로 가격을 올릴 수 없다는 것이다.

취재에 응한 국내 주요 SSD 업계 관계자들은 "SSD 제조 원가 상승에 수익성 문제가 겹쳐 SSD 공급가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며 그에 따른 소비자 가격 상승도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