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들 소줏값 인하 동참…'식당 술값' 내릴 가능성 '희박'

제반 비용 모두 올라…식당서 반영 가능성은 낮아

생활입력 :2023/12/22 07:52

온라인이슈팀

소주 업계 1위 하이트진로(000080)가 선제적으로 소줏값 인하에 나선다. 연말 성수기를 맞아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인하 시점을 앞당긴 것이다.

다만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선뜻 소주 판매가를 내리겠다는 반응은 나오지 않는다. 대다수 제조사가 지난달 한 차례 소주 출고가를 인상한 터라 인하 폭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참이슬' 소주. 2023.12.2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22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이날 출고분부터 '참이슬'과 '진로'의 가격을 선제적으로 내린다. 기존 출고가 대비 10.6% 낮아진다. 참이슬 1병의 출고가가 1247원에서 1115원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소주 제조사, 물가 안정 동참…"연말 성수기 부담 줄여야"

하이트진로는 당초 정부의 기준판매비율 도입에 따라 내년 1월1일 출고분부터 가격을 인하하려고 했다. 그러나 연말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에 동참하고, 성수기에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고자 법 시행 전 미리 공급가를 내리기로 했다.

소주 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의 선제적인 조치에 이어 지방 소주업체들도 동참에 나섰다.

경남 지역 소주업체인 무학은 이날부터 '좋은데이'의 출고가를 1247원에서 1115원으로 내린다. 전남 지역 소주업체인 보해양조도 '잎새주'의 출고가를 1246.7원에서 1114.1원으로 인하한다. '보해소주'의 출고가도 1199원에서 1071.5원으로 내려간다. 부산 지역의 소주업체인 대선주조 역시 출고가 인하 시기를 앞당기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한 차례 오른 소줏값…"인하 폭 크지 않아"

이처럼 소주 제조사들이 정부의 물가 안정화 정책에 동참하기 위해 가격 인하 시기를 앞당기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소주 출고가 인하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출고가가 일제히 올라 인하 폭이 크지 않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하이트진로가 지난달 9일 소주 출고가를 인상하면서 참이슬 1병의 출고가는 1166원에서 1247원으로 81원가량 조정됐다. 같은 시기 무학과 보해양조, 대선주조, 맥키스컴퍼니, 한라산 등 지역 소주 업체들도 출고가를 모두 올렸다. 결과적으로는 지난달 대비 1166원에서 1115원으로 51원만 내리는 셈이다.

지난달 가격 인상에 동참하지 않았던 롯데칠성음료(005300)는 기준판매비율 도입 시점인 1월1일 가격 인상을 단행한다. '처음처럼'과 '새로'의 출고가를 각각 6.8%, 8.9% 올린다. 가격 인상분이 반영되면서 기준판매비율을 적용해도 두 제품의 인하율은 기존 대비 각각 4.5%, 2.7%에 그친다.

서울 시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11월 소주 출고가를 올리기 전부터 소주를 5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며 "11월 가격이랑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가는 셈인데 여기서 더 내리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제반 비용 상승분, 음식값 대신 술값 인상으로 해결"

통상적으로 소주 1병의 출고가가 85원 오르면 마트와 편의점은 100~150원, 식당과 주점은 500~1000원씩 올려왔다. 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간 나오지만 자영업자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항변한다.

자영업자들은 전기세와 임대료, 재료비 등 각종 비용의 상승분을 술값 인상으로 해결해 왔다. 음식 가격을 올리기보다 인상 요인이 명확하게 밝혀진 술값을 올려온 것이다.

서울 시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재룟값이 올라 음식 가격을 인상하려고 하면 손님들의 거부반응이 나온다"며 "나만 올리는 음식 가격보다 모두가 올리는 술값을 올리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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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소주 출고가를 내린다고 해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판매가를 내릴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라며 "강제적으로 판매가에 반영하라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인 만큼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