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파악된 1천대 기업 중 여성 최고경영자(CEO)는 40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1000대 기업 전체 대표이사 중 2.9%로 작년보다는 0.5%p 증가했다. 매출 1조 클럽에서 활약하는 여성 CEO는 작년 4명에서 올해 6명으로 늘었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3년 1천대 기업 여성 대표이사 현황 조사’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지난해 상장사 매출(별도 기준) 상위 1천 곳이다. 조사는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으로 여성이면서 대표이사 직책을 보유한 최고경영자(CEO)로 제한했다.
대표직을 겸한 CEO는 모두 1천371명으로 이중 여성은 40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작년에 파악된 여성 대표 32명보다 8명 많아진 숫자다. 1천대 기업 내 여성 대표 비중도 작년 2.4%에서 올해 2.9%로 0.5%p 소폭 증가했다. 40명의 여성 CEO 중 비(非)오너가에 속하는 전문경영인은 13명으로 32.5%를 차지했다.
여성 CEO 40명 중 작년 매출(개별 기준) 1조 클럽에 포함된 대기업군에는 6명이나 이름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한국가스공사 최연혜 대표 ▲네이버 최수연 ▲호텔신라 이부진 ▲LG생활건강 이정애 ▲매일유업 김선희 ▲한샘 김유진 대표가 이름을 올렸다.
이중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과 매일유업 김선희 사장 두 명은 오너家에 속했고, 나머지 4명은 전문경영인에 속했다. 매출 1조 클럽에 속하는 여성 전문경영인은 지난해 2명에서 올해 4명으로 많아졌다.
이외 ▲스튜디오드래곤 김제현 ▲와이지엔터테인먼트 황보경 ▲코웰패션 김유진 ▲예스24 최세라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이수연 ▲동남합성 박미령 ▲에이블씨엔씨 신유정 ▲부광약품 유희원 ▲팜젠사이언스 김혜연 대표 9명도 전문경영인에 속했다.
이중 부광약품 유희원 CEO는 지난달에 등기임원에서 물러났지만, 올 반기보고서 제출 시점에서는 대표이사직을 유지해 이번 조사에는 포함됐다. 유 전(前) 대표이사는 지난 2015년 3월부터 올해 11월까지 CEO직을 유지해 온 보기 드문 경력을 가진 여성 경영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공식 임기 만료 시점인 2025년 3월까지 등기임원직을 유지했다면 10년간 전문경영인을 유지해 온 여성 CEO라는 기록도 세울 수 있었지만, 유 前 대표이사는 1년여의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났다.
여성 CEO 중 주식평가액이 가장 높은 주인공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다. 이 사장은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호텔신라에서는 보유 주식이 단 한 주도 없지만,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SDS‧삼성생명‧삼성전자 우선주 등에서 다수의 주식을 보유 중이다. 이달 19일 기준 이부진 사장의 상장사 주식가치만 해도 6조7천965억원을 상회한다.
클리오 한현옥 대표와 코스메카코리아 박은희 대표도 1천억원이 넘는 주식 재산을 보유한 CEO다. 한현옥 대표는 클리오 주식종목에서 보유한 주식평가액만 2천686억원을 상회했다. 박은희 대표는 코스메카코리아 종목에서만 1천7억원이 넘는 주식평가액을 보유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최근 국내 대표적인 IT 업체 네이버에 이어 카카오에서도 최근 여성 CEO를 전면에 내세워 당면한 위기를 돌파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앞서 두 기업처럼 어려운 기업 상황에서 여성 CEO에게 경영 지휘봉을 맡기는 사례가 증가하는 데에는 단순히 단기 실적 상승보다는 기존에 오랫동안 형성된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시대에 맞게 개선하면서 공정성, 신뢰성, 투명성, 다양성, 유연성 등을 강화해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차원이 강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