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보고서] 세상에 이런 헤드폰은 없었다...'다이슨 존'

공기오염·소음공해 단박 해결...선명한 음질·강력한 노이즈캔슬링 지원

홈&모바일입력 :2023/12/19 14:22    수정: 2023/12/19 16:03

인류는 도시 속 각종 공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을 고안해왔다. 1930년대 비행기 조종사들이 사용하던 소음 저감 기술은 지금의 음향기기 속 ‘노이즈캔슬링’으로 진화했고, 1940년대 미국이 주도한 핵 개발 계획 ‘맨해튼 프로젝트’ 당시 공기 중 오염물질 확산을 막기 위해 개발된 ‘헤파(HEPA) 필터’는 추후 공기청정기 기술에 적용됐다.

다이슨이 지난해 공개한 공기정화 헤드폰 ‘다이슨 존’은 이 두 가지 해결책을 하나로 결합한 제품이다. 귀에는 몰입형 사운드를 전달하는 동시에 코와 입으로는 정화된 공기 흐름을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개발됐다. 다만 595g에 달하는 무게는 장시간 착용에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기자는 약 한 달간 제품을 사용해보며 장단점을 살펴봤다.

다이슨 공기정화 헤드폰 '다이슨 존' (사진=신영빈 기자)

■ "저음 표현력 탁월…ANC 마이크 8개 탑재"

다이슨이 처음 선보인 오디오 제품인 만큼 소리 성능에 심혈을 기울인 점이 느껴졌다. 40mm 드라이버를 적용해 풍부한 저음을 표현한다. 다이슨 전용 앱에서 이퀄라이저를 변경하면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인핸스드 모드에서는 고음을 보다 선명하게 들려줬다.

이어쿠션도 청취 경험을 위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다이슨 존 이어쿠션은 폼 밀도와 헤드밴드 밀착감을 고려해 사용자 귀 모양에 맞춰 밀착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마이크로 스웨이드 쿠션으로 귀에 잘 붙고 외부 소음 유입을 줄였다.

노이즈캔슬링 모드를 3가지로 제공하는 점도 독특했다. 액티브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활성화하면 주변 소음을 최대 40dB까지 차단한다. 액티브 노이즈캔슬링 마이크 8개가 주변음을 초당 38만 4천번 감지하면서 소음을 상쇄한다. 이외에도 주변음 허용 모드용 1개와 전화용 등 3개의 추가 마이크가 탑재됐다.

다이슨 공기정화 헤드폰 '다이슨 존' (사진=신영빈 기자)

이어컵 바깥쪽을 두 번 두드리면 주변음 허용 모드로 바뀐다. 이 모드에서는 오디오 주파수를 높여 제품을 착용한 상태에서도 주변 환경을 잘 인식할 수 있다. 제품 외부에 옷깃이 스치는 소리도 상당히 증폭돼 다소 거북하게 들리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마지막으로 공기정화 바이저를 사용하다가 잠시 내렸을 때 대화 모드를 사용할 수 있다. 대화 지속과 배터리 절약을 위해 정화 기능을 잠시 중단할 수 있다.

■ "어디서나 깨끗한 공기를…초미세먼지 99% 제거"

다이슨 존은 공기정화 바이저를 착용할 때 또 다른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헤드폰을 쓴 상태로 바이저를 얼굴 앞쪽에 맞춰 갖다 대면 헤드폰에 부착된 자석으로 쉽게 체결된다. 그 순간 양쪽 이어컵에 위치한 모터가 최대 9천750rpm으로 회전하며 헤파 필터로 정화된 공기를 바이저로 보내주기 시작한다.

바이저는 코와 입에 직접 닿지 않으면서도 정화된 공기를 충분히 흡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다이슨에 따르면 제품의 2단계 필터레이션은 0.1 마이크론 크기의 초미세먼지를 99% 제거할 수 있다. 일부 바이러스와 도시 매연도 일정 부분 정화해주는 효과가 있다.

다이슨 공기정화 헤드폰 '다이슨 존' 앱 조작 화면. 주변 외부 환경 음량과 이어컵 내부에서 귀에 들리는 소리 음량을 모니터링 해준다. 추가로 주변 공기 상태를 알 수 있는 지표(이산화질소)도 함께 그래프로 제공한다. (사진=신영빈 기자)

세상에 없던 새로운 폼팩터라는 점에서 다소 위화감도 느껴졌다. 동시에 이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고려했을 여러 사용자 경험(UX) 요소에서도 놀라운 부분이 많았다.

바이저는 착용한 상태에서도 턱 밑으로 잠시 내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경우 공기정화 기능도 스스로 잠시 멈춘다. 공기 흐름 강도는 사용자 활동량에 따라 알아서 조절된다. 휴식을 취할 때보다 가벼운 달리기를 할 때 더 많은 공기를 제공해준다.

전용 앱에서 헤드폰으로 수집된 다양한 정보도 제공한다. 주변 이산화질소 농도와 이어컵 내·외부 귀에 들리는 소리의 음량 정보를 실시간 그래프로 보여준다. 필터 수명도 확인할 수 있다.

다이슨 공기정화 헤드폰 '다이슨 존' 앱 조작 화면. 공기정화 바이저를 사용하는 도중, 공기 흐름 강도를 조정할 수 있다. 자동 모드로 하면 사용자 활동량에 맞게 강도가 바뀐다. 필터 수명도 앱에서 확인 가능하다. (사진=신영빈 기자)

■ "공기정화 시 배터리 소모 커…595g 무게도 다소 부담"

재미있는 제품이지만 동시에 아쉬운 점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우선 공기정화를 위한 모터와 필터 부분을 할애한 만큼 헤드폰 부피와 무게가 상당하다. 제품 무게는 약 595g이다. 애플 ‘에어팟 맥스’가 384g인 점을 감안하면 꽤 무겁다. 고개를 숙일 때 헤드밴드 부분이 고정되지 않고 흘러내려가는 현상도 있었다.

배터리는 최대 50시간을 연속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을 갖췄다. 다만 액티브 노이즈캔슬링과 공기정화를 최고 성능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배터리 지속시간이 현저히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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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슨 공기정화 헤드폰 '다이슨 존' 헤파 필터 (사진=신영빈 기자)

공기정화 기능을 사용 중에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점도 한계다. 어느 정도 음악 소리를 크게 듣는 중에는 의식하기 어렵지만, 조용한 장소에서는 나지막한 기계음이 느껴진다. 기기 외부에 헤파 필터가 노출돼 있어 내수성이 다소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80만 원대에 달하는 가격도 선뜻 구매를 결정하기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다이슨 존은 혁신의 아이콘이 되기는 아직 이르지만, 헤드폰 역사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제품이다. 천편일률적인 생각을 뛰어넘은 시도로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킨 만큼 앞으로 기능을 개선한 후속 모델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