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인앱결제 강제' 앱스토어 모델, 결국 무너지나

'구글 패소+EU 디지털시장법' 위협적

데스크 칼럼입력 :2023/12/13 14:51    수정: 2023/12/14 16:3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앱스토어 모델 붕괴의 신호탄일까? 아니면 애플과 다른 구글의 비즈니스 관행만 철퇴를 맞은 것일까?

구글이 에픽게임즈와의 앱스토어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향후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 배심원들은 11일(현지시간) 에픽게임즈와 구글 간의 앱스토어 반독점 소송에서 만장일치로 에픽 승소 평결을 했다.

배심원들은 구글이 앱 장터인 플레이 스토어와 결제 서비스 ‘구글 플레이 빌링’을 독점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판단했다. 플레이 스토어와 결제 서비스를 연결하면서 시장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것이다.

(사진=씨넷)

이번 평결 결과는 크게 두 가지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첫째. 구글의 플레이 스토어 정책은 애플보다는 개방적인 편이다. 그런데 왜 애플이 이긴 반독점 소송에서 구글은 완패했을까?

둘째. 이번 소송 결과는 애플, 더 나아가 앱스토어 비즈니스 전체에 어떤 파장을 미칠까?

■ 문 완전히 닫은 애플 vs 문 열어준 뒤 대놓고 차별한 구글 

첫번째 질문부터 살펴보자.

구글의 앱스토어 정책은 애플보다 개방적인 건 분명하다. 서드파티 앱스토어를 완전 금지하는 애플과 달리 구글은 허용한다. 인앱결제도 초기에는 게임에만 적용했다. 

미국 하원이 2020년 공개한 ‘디지털 시장의 경쟁 조사(Investigation of competition in digital market)’ 보고서 역시 애플의 앱스토어 독점에 초점을 맞췄다.

그런데 왜 법원은 애플보다 구글의 비즈니스 관행을 더 문제 삼았을까? 배심원들의 ‘유죄 평결’ 이유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번 소송에서 에픽은 구글의 차별 행위를 집중 공략했다. 구글은 액티비전 블리자드, 닌텐도 같은 대형 게임 개발사들과 별도 특약을 맺었다. 구글 생태계 안에 있는 대가로 인앱결제 수수료 요율을 대폭 낮춰준 것이다.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 스토어

반면 애플은 인앱결제 수수료율 30%를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애플이 앱스토어로 들어가는 문을 완전히 닫아 버렸다면, 구글은 살짝 문을 열어 놓은 뒤 차별행위를 한 셈이다.

케이뱅크 캐피털 마켓의 저스틴 패터슨 애널리스트는 고객 보고서에서 “이번 재판에서 구글과 스마트폰 제조업체, 게임 개발사 간의 매출 공유 거래가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부분이 앱스토어 반독점 소송에서 구글과 애플의 운명을 갈랐다는 것이다.

라이벌 앱스토어 자체를 허용하지 않은 애플보다 다른 앱스토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고객을 차별 대우한 구글의 행위가 더 나쁜 평가를 받은 셈이다.

애플은 판사 단독 판결인 반면, 구글 소송은 배심원 평결이란 점도 승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일반 이용자의 시각’에선 구글의 차별 대우가 훨씬 더 나쁘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 EU의 디지털시장법, 미국 법원 판결보다 더 위협적

그렇다면 이번 소송 결과는 앱스토어 비즈니스 모델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앱스토어 소송의 핵심 쟁점은 유통 독점과 인앱결제 강요다. 애플 소송에선 이중 ‘인앱결제 강요’ 만 문제가 됐다.

애플은 에픽과 소송 당시 10개 쟁점 중 9개에서 승리했다. 유일하게 패소한 것은 '다른 결제 방식 홍보 제한 규정(anti-steering provisions)’ 관련 공방이었다. 법원은 이 규정은 독점 소지가 있다면서, 앱스토어에 있는 앱에 외부 결제로 연결되는 링크를 포함시키도록 명령했다.

애플은 현재 이 부분에 대해선 연방대법원에 상고 신청을 한 상태다.

그런데 구글은 앱 배포와 결제 두 부분 모두 독점적 지위 남용 혐의가 인정됐다. 따라서 겉으로 드러난 결과만 놓고 보면, 구글만의 문제처럼 보일 수도 있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미국 법원의 구글 판결보다 더 무서운 저승사자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이 그 주인공이다.

DMA는 소비자와 판매자 간 ‘관문’ 역할을 하는 거대 플랫폼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EU는 지난 9월 애플, 구글을 비롯한 6곳을 DMA 규제 대상인 ‘게이트키퍼’로 지정했다.

게이트키퍼로 지정될 경우  자신들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우대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따라서 애플 앱스토어도 DMA 규제 대상이다. 결국 애플 역시 미국에선 앱스토어 반독점 소송에서 승리했지만 EU의 규제망까지 피해가긴 힘든 상황에 몰려 있다.

애플이 DMA를 지키려면 앱스토어를 거치지 않고 앱을 내려받을 수 있는 ‘사이드로딩’도 허용해야만 한다. 미국 법원의 ‘대안 앱스토어 홍보 허용’ 판결과 결합하면 사실상 앱 유통과 결제 모두 개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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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패소 평결 직후 팀 스위니 에픽 최고경영자(CEO)가 “애플도 같은 상황에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공언한 것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케이뱅크 캐피털 마켓의 애널리스트들 역시 “애플에 내려진 판결이나 DMA의 규제 조항은 구글 판결보다 (앱스토어 비즈니스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