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이겼는데…구글, '앱스토어 소송' 왜 졌나

미국 법원 "플레이스토어-결제 모두 독점"…만장일치 패소 판결

홈&모바일입력 :2023/12/12 17:04    수정: 2023/12/13 10:44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애플은 이겼지만 구글은 졌다.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앱스토어 반독점 소송' 얘기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 배심원들은 11일(현지시간) 에픽게임즈와 구글 간의 앱스토어 반독점 소송에서 만장일치로 에픽 승소 평결을 했다고 더버지를 비롯한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날 평결에서 배심원들은 이날 구글이 플레이 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빌링 서비스를 독점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로써 2년 전 같은 소송에서 애플에게 완패했던 에픽은 구글에게는 완벽하게 승리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사진=씨넷)

에픽은 애플과의 소송에서는 쟁점 사항 10개 중 9개 부문에서 패배했다. 특히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 오클랜드 지원의 이본느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는 앱스토어 비즈니스가 독점금지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결하면서 애플에 면죄부를 줬다.

항소법원 역시 같은 취지로 판결했다. 현재 애플과 에픽 간의 소송은 연방대법원 상고 절차를 밟고 있다.

■ 앱개발자 지원 '프로젝트 허그' 구글 패소 결정적 역할 

이번 소송은 2020년 8월 에픽이 ‘포트나이트’ 앱을 통해 자사 결제 시스템을 홍보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조치 이후 구글과 애플은 자신들의 앱 장터에서 에픽을 퇴출시켜버렸다.

그러자 에픽이 두 회사를 제소하면서 지리한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인앱결제 강제와 30% 앱스토어 수수료 문제다. 에픽은 구글과 애플의 앱스토어 비즈니스 관행이 독점금지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평결에서 배심원들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앱 배포 시장과 인앱 결제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또 이 두 시장에서 구글의 경쟁 방해 행위로 인해 에픽이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배심원들은 구글이 플레이 스토어와 결제 서비스 사이에 불법적으로 유착돼 있다고 판단했다. 

팀 스위니 에픽 CEO

특히 문제가 된 것은 ‘프로젝트 허그(Project Hug)’다. ‘프로젝트 허그’란 구글이 플레이 스토어 외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앱 개발자 들에게 자금 지원을 하는 것이다. 배심원들은 ‘프로젝트 허그’가 앱 배포 시장의 경쟁을 방해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이번 평결에 대해 구글은 즉각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에픽은 회사 공식 블로그를 통해 “오늘의 평결은 전 세계 모든 앱 개발자와 소비자들의 승리"라고 의미 부여했다. 또 “(이번 평결을 통해) 구글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과도한 수수료를 징수하고, 경쟁을 방해하고, 혁신을 저해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덧붙였다.

■ 안드로이드 폰에 자사 앱 선탑재 강요 관행도 악재로

애플에 완패했던 에픽이 구글에는 승리를 거둠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두 회사 소송은 관할 법원부터 다르다. 애플과 에픽 간의 소송은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 오클랜드 지원에서 열렸다. 반면 구글과 에픽의 소송은 샌프란시스코 지원이 담당했다.

더 큰 차이는 재판 방식이다. 애플과 에픽간의 소송은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배심원 없이 진행됐다. 양측의 변론을 들은 뒤 판사가 바로 판결했다. 반면 이번 소송은 배심원 재판으로 진행됐다. 

이번 소송에서 구글은 자신들이 애플 앱스토어와 경쟁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미국에서는 애플 앱스토어가 더 인기 있기 때문에 구글 플레이 스토어는 독점 사업자로 보기 힘들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배심원들은 애플과 달리 구글이 스마트폰 개발사와 앱 개발자 유치를 위해 금전적 지원을 한 부분을 문제 삼았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프로젝트 허그’였다. 에픽 변호인들은 ‘프로젝트 허그'를 앱 개발자들에게 뇌물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공격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진=씨넷)

배심원들은 또 구글이 삼성전자 같은 안드로이드 개발사들과 맺은 협약도 경쟁 방해 소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폰 제조업체들에게 플레이 스토어 같은 구글 앱을 선탑재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애플과는 다른 구글의 이런 비즈니스 관행들이 구글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소송은 평결 결과를 토대로 제임스 도네이토 판사가 1심 최종 판결을 하게 된다. 아직 1심 판결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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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로펌인 홀랜드&하드의 반독점 전문 변홋인 폴 스완슨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평결이 명확하게 나왔기 때문에 구글이 1심이나 항소심에서 뒤집기는 굉장히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는 배심원 평결 이후 1심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수 개월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또 구글이 제9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할 경우 최종 판결까지 12~18개월 가량 걸릴 것이라고 이 매체가 전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