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ASML과 한국에 1조원 규모 '반도체 연구팹' 만든다

한-네 반도체 협력 MOU…SK하이닉스도 친환경 기술 공동 개발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3/12/13 01:05    수정: 2023/12/13 10:54

삼성전자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국내에 약 1조원을 투자해 극자외선(EUV) 장비를 활용한 첨단 반도체 연구 팹을 공동으로 건립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도 ASML과 친환경 반도체 공정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약속했다. 아울러 한국과 네덜란드는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를 신설해 글로벌 첨단 반도체 고급 인재를 내년부터 양성할 계획이다. 

12일 오후(이하 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과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동행해 네덜란드 남동부 벨트호벤에 있는 ASML 본사를 방문했다. 

이 날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가 이들을 맞아 본사를 안내했으며 ASM의 벤자민 로 CEO, 자이스의 안드레아스 페허 CEO, 연구기관 IMEC의 루크 반 덴 호브 CEO 등도 참석했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반도체장비 생산기업 기업인 ASML 본사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정부 및 기업간 MOU 체결식을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피터 베닝크 ASML 회장 및 한국과 네덜란드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 협력 지원 지지문서 참석 업체 대표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방문은 윤석열 대통령이 11일부터 3박 5일간 네덜란드에 국빈방문 중에 이뤄졌다. 한국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은 1961년 양국 수교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네덜란드 첨단반도체 협력 협약식'에서는 윤 대통령과 알렉산더르 국왕이 임석한 가운데 3건의 MOU(양해각서)가 체결됐다. ▲삼성전자-ASML '차세대 반도체 제조 기술 R&D센터 설립' MOU ▲SK하이닉스-ASML 'EUV용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 공동개발' MOU ▲한-네덜란드 정부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 협력' MOU 등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ASML과 EUV 공정 개발 맞손 

삼성전자와 ASML은 내년부터 약 1조원을 공동 투자해 국내에 차세대 EUV 장비로 초미세 첨단반도체 공정기술을 개발하는 '차세대 반도체 제조 기술 R&D센터'를 설립한다. ASML이 반도체 제조기업과 해외에 최초로 설립하는 R&D센터로, 우리 정부는 설치부터 운영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D램 공정에 EUV 도입이 확대됨에 따라 ASML과 EUV를 친환경적으로 활용해 에너지 소모량을 감축할 수 있는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재활용 기술을 통해 EUV 한 대당 전력 사용량을 20% 감축하고 연간 165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이 배석한 가운데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반도체장비 생산기업 ASML 본사에서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과 피터 베닝크 ASML 회장이 반도체 공정 기술협력 협약(MOU) 체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ASML은 반도체 미세공정을 위한 극자외선 노광장비(EUV)를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장비 업체다. 노광 장비는 극자외선으로 반도체에 회로를 새기는 기술로 7나노 이하 미세공정, 고용량, 저전력 반도체 생산에 꼭 필요한 핵심 장비로 꼽힌다. ASML이 공급하는 EUV 장비는 1년에 생산할 수 있는 수량이 40~50여대에 불과하고, 주문부터 도착까지 1년~1년 반 가량 소요된다. ASML이 반도체 업계에서 '슈퍼 을'로 불리는 이유다.

반도체 초격차는 미세공정 가능 여부가 핵심 요소 중 하나임을 고려할 때, 해당 장비를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는 ASML과의 긴밀한 파트너십 구축은 국내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요 과제라 할 수 있다.

안덕근 산업부 본부장은 "금번 삼성전자-ASML간 협력 발표는 치열해지는 반도체 초미세화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우위를 확보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SK하이닉스와 ASML이 공동 기술개발에 성공해 보다 친환경적인 반도체 장비 생태계가 구축되기를 기대한다"며 양국 기업에 사의를 표했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이 배석한 가운데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반도체장비 생산기업인 ASML 본사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첨단반도체 협력 협약식'에서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과 피터 베닝크 ASML 회장이 노광장비(EUV) 저전력 친환경 활용 기술협력 협약(MOU)에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네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 공동 신설...고급인재 육성 

한국과 네덜란드가 공동으로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를 신설하기로 협력을 맺었다. '한·네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는 내년부터 2028년까지 5년간 약 500명의 석박사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네덜란드에서는 에인트호번 공대가 참여하고, 한국에서는 반도체특성화대학원(KAIST, UNIST, 성대)가 참여하기로 했다.

아카데미 프로그램에는 첨단반도체 제조 및 반도체 미래기술 동향 관련 명사 특강을 제공하고, 반도체 업계 난제 등 기업 제시 문제를 교육생들이 팀을 이뤄 해결하는 팀 프로젝트 챌린지 '반도체 솔버톤(솔브+마라톤 합성어)' 운영할 방침이다. 또 EUV 노광장비 업체인 ASML과, IDM 업체 NXP, 에인트호벤 공대 등 첨단 반도체 기업 및 연구 기관을 방문는 현장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먼저, 내년 2월 개최되는 '1차 아카데미'는 에이트호번 공대와 네덜란드 ASML 본사 등에서 1주간 진행된다. 양국에서 석박사급 대학원생과 엔지니어 각 50명씩 총 100명이 선발돼 참가할 예정이다. 

한편, 이 날 MOU 체결 후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회장, 최태원 회장, 안덕근 본부장 등은 ASML 클린룸을 방문해 최신 EUV 장비를 시찰했다. ASML이 반도체를 생산하는 '클린룸'을 외국 정상에게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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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반도체장비 생산기업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과 함께 클린룸을 시찰, 환복하고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용 회장,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 윤 대통령, 피터 베닝크 회장, 최태원 회장. (사진=공동취재단, 뉴시스)

안덕근 본부장은 "금번 방문으로 형성된 반도체 제조 강국 한국과 반도체 장비 강국 네덜란드간의 연대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강화와 기술혁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금번에 양국간 합의한 '한·네 반도체 대화' 신설을 통해 더욱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국 정부는 이번 협력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양국 정부 간 직접 소통 강화하고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