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를 양자컴퓨팅 플랫폼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복잡한 구조를 지닌 분자를 활용하면 단일 광자나 이온을 조절하는 방식의 기존 양자컴퓨터보다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모아왔으나, 그동안 분자 수준에서 양자 얽힘을 구현하지는 못 했다.
미국 프린스턴대와 하버드대-MIT 연구진은 각각 불화칼슘(CaF)분자를 조절, 분자 간 얽힘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이 두 편의 연구는 학술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함께 실렸다.
두 연구팀은 레이저 빔으로 원자나 분자, 세포 등 아주 작은 입자를 미세하게 조작할 수 있는 '광학 집게(optical tweezer)' 기술을 활용, CaF 분자를 조절했다.
레이저 냉각 방식으로 CaF 분자를 절대 0도에 가까운 극히 낮은 온도로 떨어뜨려 분자의 움직임을 거의 완전히 멈춘 상태에서 미세하게 스핀을 조절했다. 이 분자의 불소 쪽은 약한 음 전하를, 칼슘 쪽은 약한 양 전하를 띤다. 이에 따라 각 광학 집게 안에 가둬진 개별 분자들의 회전에 따른 에너지 상태가 인접한 분자의 스핀에 영향을 주는 양자 얽힘을 구현했다.
이 연구 결과는 원자 영역에서만 관찰되던 양자역학적 현상을 분자와 같은 거시 세계에 적용하는 연구에 기여하리란 기대다.
또 양자컴퓨팅 성능 향상도 기대된다. 분자는 원자에 비해 구조가 복잡해 보다 다양하고 자유로운 상호작용의 가능성을 열 수 있다. 결맞음 시간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신소재 개발을 위한 양자 시뮬레이션의 성능을 높이는 등의 혁신이 기대된다. 현재 규명되지 않은 물질의 상태를 감지하는 센서나, 미세한 뇌 전도나 지각 내 지진 신호를 감지하는 센서를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분자를 양자컴퓨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조절하기가 어려웠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분자의 양자 얽힘을 구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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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 측 프린스턴대 물리학과 교수는 "분자를 양자과학에 활용하는 것은 이 분야의 가장 선도적 연구"라며 "분자에 맞춤형 얽힘 상태를 구현한 이 연구는 분자가 양자과학의 신뢰할만한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였다"라고 말했다.
사이언스에 실린 관련 논문은 각 Dipolar spin-exchange and entanglement between molecules in an optical tweezer array 와 On-demand entanglement of molecules in a reconfigurable optical tweezer array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