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쓰레기장서 발견된 변사체는 한국 여성... 35년만 밝혀져

지난 10월 유전자(DNA) 감식 기술을 통해 한 변사자의 신원이 35년 만에 밝혀졌다. 1988년 당시 26세로, 미국 조지아주 하인스빌에 거주했던 한국인 여성인 김정은 씨였다.

9일 오후 11시10분 방송되는 SBS TV '그것이 알고 싶다'는 35년 동안 미제로 남아있던 김정은 씨 피살사건의 전모를 파헤친다.

1988년 2월14일 일요일 밸런타인데이에 미국 조지아주의 작은 도시 '밀렌'에서 미국 전역을 충격에 휩싸이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한적한 마을의 쓰레기 수거함에서 수상한 가방이 발견됐는데, 그 안에 담요와 침구에 싸인 여성의 변사체가 담겨있었다. 이미 부패가 진행된 사망자는 나체 상태로 전깃줄 같은 와이어에 발목이 묶여 있었다. 외상이나 성폭행 흔적은 없었고 약물 반응 결과도 음성이어서, 당시 경찰은 사망의 원인을 질식사로 추정했다.

안타깝게도 당시 경찰은 변사자가 20대로 추정되고 검은색 머리카락에 윗니가 비뚤어졌다는 특징 외에 그녀의 신원을 밝혀내지 못했다. 시신이 부패해 제대로 된 몽타주를 그릴 수 없었고, 시신 발견 장소에 목격자나 폐쇄회로TV(CCTV)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인근에서 실종신고가 접수된 기록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변사자는 자신의 이름 대신 신원미상의 여성을 뜻하는 '제인 도(Jane Doe)'와 지역 이름 '밀렌'이 합쳐진 '밀렌 제인 도'로 35년 동안 불려 왔다.

35년 만에 신원이 극적으로 확인된 김정은 씨는 1981년 스무 살의 나이에 경기도 평택에서 만난 미군과 결혼한 뒤, 한국을 떠나 미국에 정착했다고 한다. 결혼 2년 만에 이혼했고, 하인스빌에서 라운지 바 종업원으로 근무하며 미국 생활에 적응해 나갔다. 이웃 교민들은 당시 그녀가 급여가 더 좋은 뉴욕으로 갈 거라고 얘기했기에, 말도 없이 뉴욕으로 떠난 줄 알았지 이런 비극에 휘말렸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경찰 수사 결과 김 씨가 1988년 뉴욕에 거주한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 심지어 시신이 발견된 밀렌이라는 도시는 한인 교민들에게도 생소한 곳이었고, 김 씨도 연고가 전혀 없던 지역이었다.

시신이 담겨 있던 가방은 속칭 '더블백'으로 불리는 군인용 가방이었다. 교민들에 따르면, 한국의 군부대 인근에서 생산되던 이 커다란 가방을 이민 올 때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가방 지퍼에는 'KNK'라는 글씨가 새겨져있었고, 가방에 붙어있던 테이프에서는 갈색 섬유가 묻어있는 게 확인됐다. 그런데 지인들은 당시 김 씨가 살던 집에도 이런 군인용 가방이 있었고, 갈색 카펫이 깔려 있었다고 기억한다. 범인은 그녀의 집에 드나들던 인물 중에 있는 것인지, 범인은 김 씨의 집 안에서 그녀를 살해하고 군인용 가방을 이용해 유기한 것인지 의문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