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 잘못 덮으려는 트위치 CEO

기자수첩입력 :2023/12/06 17:28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잘 알려진 트위치가 한국 사업 철수를 선언하면서 망 사용료 핑계를 들었다. 다른 나라보다 10배나 비싼 네트워크 수수료로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 회사 CEO의 주장이다.

소비자권장가격처럼 정해진 값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시장에서 영향력과 최번시 트래픽 규모, 최소 품질 수준 등의 조건에 따라 협상에서 결정되는 가격이 어떻게 특정 국가에서 10배 비싸다는 계산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저 주장이 맞으려면 다른 모든 국가의 통신사들이 트위치에 같은 수준의 망 사용료를 요구했고, 트위치는 유독 한국에서 망 사용료 협상을 10배나 더 내는 협상을 했다는 전제를 해야 한다.

그리고 궤변으로 여겨지는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내에서 계속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회사들이 대단한 경영 능력을 주목해야겠다.

아마도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프리카TV가 30%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올리고 있는데 트위치는 그렇지 못한 모양이다. 다른 스트리밍 플랫폼들이 국내 온라인 광고시장 규모를 부쩍 키웠는데 트위치는 여기서도 헛발을 짚은 게 아닌가 추측된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은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인 통신사와 네트워크 회선 계약을 맺고 서비스 품질 관리에 집중하는데, 유독 트위치만 심각한 수준의 비용으로 서비스 운영이 어렵다고 주장하니 다른 회사들이 놀라울 지경이다.

그렇다고 트위치가 10배나 비싸다는 네트워크 사용 계약을 맺었는지도 의문이다. 트위치를 포털에서 검색해보면 특정 통신사에서는 영상이 툭툭 끊기고, 십수년전 개그 프로그램 소재로 쓰이던 버퍼링이 불과 최근까지도 만연한 서비스란 글을 한가득 찾을 수 있다.

이처럼 탈 많은 서비스 운영을 보여준 트위치가 아프리카TV, 유튜브에 밀리고 네이버가 유사 서비스인 치지직(CHZZK) 서비스를 준비하는 찰나에 더 이상 경쟁이 어려워 철수한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은가.

망 사용료가 부담이 됐다면 ISP와 협상해 가격 부담을 줄이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재협상과 같은 그런 시도는 없었다.

또 지난해 망 사용료로 화질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겉으로 주장한 것과 달리 공개적인 화질 저하 이유에는 입을 닫은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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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영상 화질 제한과 VOD 콘텐츠 중단, 일방적인 수익배분 기준 변경 등으로 스트리머 불만이 극에 달할 때부터 국내 서비스 철수가 이용자 사이에서 점쳐졌다. 그러면서 공식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내던진 망 사용료 핑계는 구차하다.

망 사용료 10배라는 주장은 트위치를 인수한 모회사 아마존도 안 믿을 수치다. 아마존웹서비스(AWS) 사업으로 국내에서 네트워크 회선 계약에 대해 트위치보다 10배 아니 100배는 더 잘 알고 있을 터이니 말이다. 이런 거짓을 용인한다면 모회사의 도덕성도 다시 고민할 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