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플레이션(스마트폰+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신제품 출고가는 10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최상위 모델은 100만원 중후반대가 기본 출고가로 자리잡았다.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AP와 카메라 모듈 등 주요 부품값 인상 영향 때문이라고들 한다.
가격과 소비자들의 기대치는 정비례한다. 비싸진 가격만큼 좋은 성능의 제품을 원한다. 비싸도 그에 응당한 성능을 발휘하거나 만족감을 준다면 소비자들의 지갑은 기꺼이 열린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엔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스마트폰 제조사는 부품가와 제품가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잘 타야 한다. 최고 사양 부품만으로 만들면 마진이 줄고, 그렇다고 부품에 너무 비용을 아끼면 품질이 떨어진다. 소비자 신뢰도 덩달아 잃는다.
내년 초 갤럭시S24 시리즈 출시를 앞둔 삼성전자도 고심 중일 것이다. 전작 보다 성능은 업그레이드 하면서도 소비자들이 납득할 만한 가격대로 선보여야 흥행에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려오는 소식은 소비자들이 썩 반길만한 내용이 아니다.
국내외 IT 팁스터들이 갤럭시S24 시리즈 중 기본 모델 램(RAM) 용량을 이번에도 8GB로 유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램 용량은 스마트폰 멀티태스킹 기능을 좌우한다. 램 용량이 클수록 고사양 애플리케이션도 원활하게 실행할 수 있다. 이번에도 원가절감을 핑계로 램 용량을 고수한다면 소비자들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 노트20 시리즈를 선보일 때 램 용량 다운그레이드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2019년에 선보인 노트10와 S20의 램 용량은 12GB였기 때문이다. 그 이후 줄곧 3년간 기본 모델에는 8GB 램 용량을 유지했다. 이번에도 유지한다면 4년째 램 용량을 유지하는 셈이다. 사실상 스펙이 퇴보하는 것에 가깝다. 오죽하면 삼성전자를 향해 '램크루지'라고 조롱할까.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앞다퉈 24GB 이상 고용량 램을 탑재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선보이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제자리걸음이 아니라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셈이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원가절감 전략이다.
원가절감은 물론 실적 방어를 위해 매우 중요하지만,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지불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다면, 그건 브랜드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문제로 이어진다.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어쩌면 브랜드 재정립이 필요할 수도 있다. '갤럭시'라는 이미지가 국내에서야 프리미엄에 가깝지만 해외에서는 '중저가' 이미지가 짙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아이폰' 이용자를 풍자하는 영상만 봐도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세련되게 꾸민 아이폰 이용자와 추레한 차림의 삼성폰 이용자가 지하철을 이용하는 모습을 따라하는 영상이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확산되고 있다. 웃픈(웃기면서 슬픈) 기분이 든다.
사실 삼성전자가 세계 스마트폰 1위 사업자긴 하지만 중저가폰을 많이 팔아서 그런 것이고, 평균판매단가(ASP)가 높은 프리미엄폰 판매 기준 1위 사업자는 애플이다. 더 큰 문제는 미래 소비 세대인 10~20대 젊은층 사이에서는 아이폰 선호 현상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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