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매맷값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연초 대비로는 매매가격 하락 폭이 작지만 최고가 대비 수억원 가격이 빠진 곳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당분간 이 같은 분위기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금리 부담과 집값 추가 하락 예고로 관망세가 확산돼서다. 당장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호재가 없는 만큼 분위기 전환은 쉽지 않아 보인다.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맷값은 전주 대비 0.01%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는 멈췄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급매물 위주로 아파트 매수 문의가 존재하지만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가 낮아져 거래가 감소하고 관망세가 확산되고 있다”며 “매물이 누적돼 매도 희망가가 하락 조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고가 대비 수억원 하락한 단지들이 눈에 띈다. 지난 2021년 10월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한강푸르지오 전용면적 84.98㎡(8층)의 경우 18억원에 거래됐으나 지난달 같은 단지·면적이 13억원(13층)에 매매됐다.
또 지난 2021년 9월 26억5000만원(11층)에 집주인이 바뀐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전용 100.82㎡의 경우 지난달 같은 단지·면적이 20억3000만원(3층)에 거래됐다.
아파트 매물은 연초 대비 2만개 이상 더 쌓였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은 7만6916개로, 지난 1월 1일(5만513개)보다 2만6403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R114는 “단기 급등한 가격 및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 정책금융 축소, 계절적 비수기 등이 겹치면서 매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매수심리는 냉각되고 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달 27일 기준 88.1로, 전주(88.7)보다 0.6포인트(p) 하락했다. 이는 지난 8월 14일 이후 최저치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6.4에서 85.3으로 하락했다. 특히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 속한 강북지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84.7→83.4)가 강남지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88.0→87.0)보다 더 급격히 꺾였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점수화한 수치로 0~200 사이의 점수로 나타낸다. 기준선인 100보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집을 팔 사람이 살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서울 강남구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연초 수준은 아니지만 단지 내 매매 호가가 크게 하락하는 곳이 있다”며 “집주인들이 당장은 버티고 있지만 여전히 매수 대기자들이 호가에 부담을 느끼는 만큼 (가격) 조정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거래량은 줄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월별 서울 아파트 매매 신고는 △6월 3847건 △7월 3589건 △8월 3858건 △9월 3376건 △10월 2312건 △11월 1158건 등으로 조사됐다. 다만 11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 신고 기한은 이달 말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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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내년 총선(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매수 심리가 회복된다고 해도 대출 요건이 좋지 않아 거래 활성화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급락은 아니더라도 하락·보합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