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에는 암전(暗轉) 구간이 있다. 전기차 보조금이 전부 소진되는 12월부터 확정이 되는 3월까지 약 3개월간 판매량이 급감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전기차를 구매하는 수요가 보조금 유무에 따라 크게 요동치는데, 전기차에 사활을 건 기업들은 이 기간에 판매량 저하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전기차 보조금 잔여대수는 이달 기준 4천964대다. 일부 지자체는 전기차 보조금이 이미 동났고 대부분 지자체도 두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연말에 국고 보조금을 받아도 지자체 보조금은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전기차를 판매하는 국내 완성차 3사(현대자동차·기아·KG모빌리티)의 판매량은 9천979대다. 세부적으로 현대차 4천433대, 기아 3천869대, KG모빌리티 1천677대로 지자체 보조금보다 전기차 수요가 높은 상황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보조금이 동난 상황에서 전기차를 팔아야하는 난처한 현실에 직면한 셈이다. 통상 환경부는 전기차 보조금 책정을 매년 1~2월 중 이뤄지면서 전기차 구매 수요는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뚝 떨어지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보조금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연말에 보조금 소진 시기와 연초 보조금 확정 시기가 다가오면 아예 전기차를 팔 수 없는 상황에 생긴다”며 “이 시기를 정부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공백을 채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실제로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8천590대 팔렸던 전기차는 올해 1월 998대(88.4% 감소)로 급감했다. 최근 반값 전기차 등으로 가격경쟁력을 갖췄다고 하지만 보조금 영향을 피해 갈 수 없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전기차가 보조금 없으면 판매량이 떨어지는 이유는 인프라 부족 등 제도적인 불안도 크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기차 인프라 구축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며 전기차 보조금이 확정되면 다시 판매가 늘 것으로 내다봤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내년 전기차 판매는 전체적인 상저하고를 그릴 것”이라며 “최근 전기차 가격은 내리고 소비자 인지도, 충전기도 개선되는 상황이라 상반기엔 저조해도 하반기엔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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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도 전기차 보급계획에 맞춰 노력하고 있으나 규정 안에서 처리해야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보조금은 예산이 확정돼야 공식화할 수 있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안에 감안해서 선정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전기차에 느끼는 장애요소들을 최대한 빨리 제거하려고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